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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을 위한 열정의 스폰서십

LIFESTYLE

아시아 미술을 위한 휴고 보스의 전폭적 지원이 2회째를 맞았다. 중국 상하이 록번드 미술관에서 열린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 2015’의 개막식 현장에 <노블레스>가 다녀왔다.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 오프닝 행사 전경

지난 10월 29일, 와이탄에 있는 록번드 미술관(Rockbund Art Museum, RAM)에서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 2015’의 전시 개막식 행사가 열렸다. 상하이의 밤을 배경으로 혜성을 닮은 빛줄기가 큰길을 따라 춤추듯 움직인다. 동방명주 타워와 고층 금융 빌딩이 보이는 푸둥의 루자쭈이와 유럽 근대건축 양식의 건물이 죽 늘어선 와이탄 사이를 오가던 빛이 마침내 허공에서 하나의 점으로 합쳐지자 거대한 트로피 모양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올해 2회를 맞은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 2015’를 위해 주최 측이 특별 제작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후보에 오른 관샤오·양신광(중국), 황포칭(대만), 모에삿(미얀마), 마리아 타니구치(필리핀), 반디 랏타나(캄보디아) 등 작가 6명의 이름과 행사를 주최한 휴고 보스의 로고가 화면 중앙에 뜨자 영상이 끝났다.
오프닝 행사가 열리기 전, 기자단과 미술 관계자에게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 2015> 전을 먼저 공개했다. 후보 작가의 구작과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신작이 소규모 회고전처럼 함께 놓여 있었다. 비록 전체 주제는 없었지만 한 층에서 두 작가를 소개하는 큐레이팅 방식으로 하나의 기획전을 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2층에는 양신광의 나무 오브제 조각과 마리아 타니구치의 미니멀한 회화가 가벽을 사이에 두고 설치됐고, 3층에는 관샤오의 인공적 비디오 영상과 반디 랏타나의 숲 사진을, 4·5층에는 기호로서의 손동작에 주목한 모에삿의 영상·사진·설치와 황포칭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싱을 돌리는 여성 노동자의 모습을 구현한 ‘프로덕션 라인’을 전시했다. 11월 26일, 심사를 거쳐 발표할 우승자에게는 5000만 원 상당(30만 위안)의 상금이 주어진다.
1층부터 6층까지 수직적 구조로 곧게 뻗은 RAM은 2회를 맞은 신생 미술상을 위한 플랫폼으로 무척 잘 어울렸다. RAM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차이궈창, 쩡판즈, 장환, 바티다 커, 우고 론디고네 등 국제적으로 인지도 높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며 상하이에서 좋은 전시를 여는 미술관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아시아 미술상의 전신인 ‘휴고 보스 미술상’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후원 협약을 체결해 열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욱이 RAM은 올해 겨우 개관 5주년을 맞은 데다 관장이자 아시아 미술상 심사위원장인 래리스 프로지에(Larys Frogier)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30대라는 점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젊고 신선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아트 신으로 진출할 새로운 아시아 미술과 작가를 발굴하고 프로모션한다는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의 목적에도 딱 들어맞는 옷처럼 보인다.

후보 작가 6명과 RAM 관장(맨 왼쪽), 휴고 보스 본사의 문화부 책임자 히요르디스 케텐바흐 박사(맨 오른쪽)가 포즈를 취했다.

관샤오의 신작 ‘Sunrise’

RAM 외관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휴고 보스 CEO 클라우스-디트리히 라르스와 RAM 관장 래리스 프로지에

독일의 패션 브랜드 휴고 보스와 미술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휴고 보스가 ‘미술 후원’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 1995년 휴고 보스 미술상을 제정하면서이기 때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상으로 자리 잡은 휴고 보스 미술상과 그 아우 격인 아시아 미술상은 모두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휴고 보스는 미술상 이외에 전 세계 미술관 20여 개와 파트너 협약을 맺고, 작가들의 흥미로운 전시와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게오르크 바젤리츠, 데니스 호퍼, 올라푸르 엘리아손, 제프 쿤스 등의 개인전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2016년 2월 말까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바우하우스 전시를 꼽을 수 있다. 또한 주요 행사에서 작가들이 휴고 보스의 각진 의상을 입을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휴고 보스 슈트를 입고 양팔을 크게 벌리며 웃는 제프 쿤스의 모습은 동시대 미술의 아이콘과 같다). 휴고 보스가 다른 브랜드보다 앞서 ‘미술 후원’을 실천할 수 있었던 데에는 미술사학자이자 휴고 보스 본사 문화부 책임자인 히요르디스 케텐바흐 박사(Dr. Hjo˙˙rdis Kettenbach)의 역할이 컸다. 그녀는 “브랜드의 좋은 이미지는 오직 문화 예술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휴고 보스가 추구하는 문화 프로그램의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휴고 보스 미술상도 마찬가지였다. 6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우승자로 선정해 1억여 원의 상금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기회를 주는 파격적인 혜택은 당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이런 토너먼트 방식 미술상이 우후죽순처럼 각 도시에 생겼지만 휴고 보스 미술상만큼 이슈몰이에 성공하진 못했다. 첫 회 수상자 매슈 바니(Matthew Barney)는 ‘크리마스터(Cremaster)’ 연작으로 슈퍼스타 자리에 올랐고 더글러스 고든(Douglas Gordon), 마리에티차 포트르치(Marjetica Potrc),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리크릿 트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 타시타 딘(Tacita Dean), 에밀리 자시르(Emily Jacir), 한스-페터 펠트만(Hans-Peter Feldmann), 단 보(Danh Vo), 폴 첸(Paul Chan) 등이 우승해 국제 미술계에서 맹활약 중이다. 우승자인 리크릿 트라바니야와 폴 첸 외에도 그동안 차이궈창·황융핑·양푸둥·차오페이(중국), 모리무라 야스마사·가즈히코 하치야(일본), 이불, 구정아(한국) 등 아시아 출신 작가가 휴고 보스 미술상 후보에 올랐다.
2013년 휴고 보스가 아시아 미술상을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이 의문을 표했다. ‘왜 아시아에 특화된 미술상인가?’ 휴고 보스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PR팀장 자비네 슈라이터(Sabine Schreiter)는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을 제정한 배경으로 아시아의 ‘특수한 상황’을 언급했다. “아시아는 정말 넓고 다양하며 복잡한 문화가 혼재한다. 그런 문화적 토양만큼 좋은 작가도 많다고 본다. 우리는 이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결심했다.” 물론 아시아 패션 마켓의 급속한 성장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녀는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무언가’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1회 후보 대부분이 중화권 작가여서 아시아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 아니냐는 불평도 들어야 했다. 상하이, 타이베이, 베이징, 선전 등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작가 중 홍콩 출신 작가 관승치가 첫 우승자로 지목됐다. 이후 2년간 심사위원 일부를 교체하고 후보 작가의 지역 범위를 중화권에서 동남아시아로 확장해 ‘아시아 미술상’이라는 이름에 좀 더 걸맞은 형태로 되돌아왔다. 또한 작가 토크와 공개 심포지엄 등을 강화해 교육 프로그램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RAM의 관장 래리스 프로지에는 이런 변화를 계속 추구할 것이라고 말하며 아시아 미술상의 의미를 “아시아에서 지역을 넘어선 문화적 교류와 화합의 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문화 예술계 셀레브러티가 가득한 행사장을 뒤로하고 잠시 밖으로 나와 아시아 미술상 심사위원 중 한 명인 히만 청(Heman Chong)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년 1월에 RAM 전관을 이용해 개인전을 여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대뜸 에디터에게 전시와 올해 행사가 어떤 것 같으냐고 물었다. “모르던 아시아 작가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답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휴고 보스 아시아 미술상의 중요한 역할이다.”

전시장 4, 5층에 전시된 모에삿과 황포칭의 작품

에디터 김재석 (jskim@noblesse.com)
사진 제공 휴고 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