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의 취향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풍경이 낯설지 않은 지금. 건강한 재료와 편안함으로 ‘나홀로족’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공간이 있다.

1 두 가지 카레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반반 카레’ 2 치즈를 얹은 ‘드라이 키마 카레’ 3 노란숟가락 내부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함에 따라 혼밥(‘혼자 먹는 밥’의 줄임말)과 혼술(‘혼자 마시는 술’의 줄임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을 넘어 일반 음식점, 레스토랑, 코스 요리 전문점까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혼밥의 편안함과 맛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 덕분일까. 좋은 재료로 건강을 지켜주는 동네의 숨은 맛집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노란숟가락’은 이곳만의 ‘특제 카레’로 관광객에게 먼저 알려졌다. 이곳의 카레는 맛과 모양에 새로움을 더해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대표 메뉴는 숟가락 모양의 밥이 특징인 ‘반반카레’와 리소토를 연상시키는 ‘드라이 키마 카레’. 반반카레는 밥 양쪽으로 두 종류의 카레를 담아 담백한 토마토 카레와 고소한 새우 카레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키마 카레는 다진 소고기와 각종 채소를 카레 가루와 볶아 덮밥처럼 먹는 메뉴로, 이곳의 드라이 키마 카레는 볶은 카레 양념을 얹은 밥에 다시 치즈를 덮어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카레를 먹다 보면 밥만 남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소고기 토마토 카레를 리필해준다고 하니 카레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날 준비한 재료가 소진될 시 영업을 종료한다는 운영 철학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니 카레가 생각나면 노란숟가락을 방문해보자.

골목 끝에 서울집의 대표 메뉴인 고추장삼겹살덮밥
예전에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나홀로족의 인기를 얻었다면 요즘은 메뉴의 ‘영양’도 선택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부경대학교 향파관 건물 뒤편 골목에는 정갈한 1인식 덮밥을 파는 ‘골목 끝에 서울집’이 자리한다. 메뉴는 덮밥 일색이지만 밥과 국, 반찬과 후식을 일인 트레이에 담아내기 때문에 혼자서 든든한 한 끼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인기 메뉴는 고추장삼겹살덮밥. 식사를 하면서 쉴 수 있는 카페 분위기인 데다 자신의 식사량에 따라 ‘보통’과 ‘곱빼기’ 중 선택할 수 있어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다.

1 와인과 어울리는 2B의 브런치 세트 2 2B
나홀로족의 초보 단계를 지나면 단품이 아니라 혼자서도 여유 있게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아늑한 곳을 찾게 되는데, ‘2B’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 해운대역 바로 앞에 있지만 내부는 유럽의 어느 카페에 와 있는 듯한 인테리어와 음악, 작은 소품으로 가득하다. 직접 만든 드레싱, 프랑스산 생지가 조화를 이뤄 프로슈토 무화과 블랑, 스모크 비프 등 다른 가게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샌드위치를 내놓는다. 2B는 샌드위치와 어울리는 맥주나 와인을 구비하고, 포장이 가능한 치아바타나 바게트, 크루아상 등이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찾는다. 그중에서도 수제 햄과 에멘탈 치즈로 만든 샌드위치는 건강하고 담백한 맛에 많은 손님이 다시 찾는 메뉴. 아보카도와 생모차렐라, 방울토마토에 새콤달콤한 드레싱과 견과류를 더한 ‘아톰 샐러드’는 올해 출시한 메뉴로 고객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1 오공복이 내부 2 제주식 고기 국수를 변형한 오공복이의 대표 요리 사골 고기국수와 스테이크 덮밥
혼밥을 시작하면 함께 따라오는 짝꿍이 ‘혼술’이다. 타인과의 관계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술을 마시며 밥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감성의 갈증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보통 나홀로족은 집에서 혼밥·혼술을 즐긴다. ‘오공복이’는 이런 혼밥인에게 반가운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낮에는 밥을, 밤에는 술을 판매한다. 사케, 전통주 등 술에 대한 선택의 폭도 넓다. 사골고기국수와 덮밥류는 이곳의 인기 메뉴. 제주도의 향토 음식인 고기국수에서 영감을 받은 사골고기국수는 겉보기엔 부산의 돼지국밥 같지만 일반 국수 면과 칼국수 면보다 휠씬 넓적한 면을 선택할 수 있어 굵기에 따라 달라지는 국수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덮밥은 명란, 차돌박이, 연어 등 주재료에 맞게 밥에 달콤하고 고소한 양념이 되어 있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하루에 30그릇 한정 판매하는 스테이크덮밥은 빨리 마감되는 날이 많아 운이 좋아야 먹을 수 있다고.

유자 향이 인상적인 각의 시그너처 칵테일 ‘남해바람’
남천동의 심야 술집 ‘각’은 스코틀랜드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크고 작은 증류소를 합해 30여 곳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바를 찾은 손님이 위스키의 향을 느끼고, 천천히 술 맛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한 잔씩 판매하는 느림의 미학을 선택했다. 고객이 아늑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쉬었다 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번에 여러 명의 손님을 받지 않는 것 역시 눈길을 끈다. 시그너처 칵테일은 유자 향이 인상적인 ‘남해바람’. 식품 개발을 전공한 대표가 유자청과 매실액을 황금 비율로 섞어 술의 여운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안주는 술의 향과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몽, 견과류, 초콜릿 등 그날그날 다른 메뉴를 제공하지만 이자카야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대표의 감각은 손님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하나의 현상을 넘어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잠깐의 휴식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것이다. 유난히 긴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기도 하고, 내일을 위한 힘을 비축하기도한다. 밥도 좋고, 술도 좋다. 무엇이 되었든 혼자이기에 더 좋은 시간이다.
에디터 이아름(프리랜서)
자료 제공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