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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맛, 굴

LIFESTYLE

바다의 향기 가득한 익숙한 굴 맛 사이로 버터처럼 농밀한 고소함이 번지며 입안 가득 스민다. 다디단 굴을 먹지 않고

이 계절을 보내기는 못내 아쉽다.

All about oyster
날씨가 추워지면 맛볼 수 있는 진미가 있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찬사를 받는 바다의 우유, 영양 덩어리라 불리며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는 굴이다. 10월 초부터 육질이 차기 시작해 한겨울에는 육질부가 두꺼워진다. 우윳빛 통통한 살에 향긋한 냄새,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전을 부치거나 밥 지을 때 함께 넣기도 한다. 익혀서 먹는 굴 요리를 보면 유럽에서는 놀랄지 모른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프랑스와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굴이 많이 나고 굴 요리도 다양하지만 굴값이 상당히 센 탓에 대부분 날것으로 본연의 맛을 즐기는 편이다. 생선이나 조개를 회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는 이들이나 굴만큼은 달리 대접하는 것.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제철을 맞으면 시장에 굴이 지천으로 깔린다. 맛 좋고 가격도 싸서 해외로 수출도 많이 한다.
세계적으로 굴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태평양(Pacific), 대서양(Atlantic), 구마모토(Kumamoto), 올림피아(Olympias), 벨롱(Belons)이 그것이다. 그중 프랑스의 강 이름을 딴 벨롱은 유러피언 플랫이라고도 불리는데 안초비 같은 풍미를 내며 5종의 굴 중 가장 희귀하고 비싸다. 서울 다이닝의 김진래 셰프는 “국내산 굴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간 경험해본 굴의 종류 중 인상 깊은 것은 벨롱과 구마모토 굴이죠”라고 말한다. “벨롱은 프랑스에서 맛보았는데 진한 바다 향과 짠맛의 밸런스가 인상적이었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던 시절 접한 구마모토 굴의 경우 크림을 먹는 것처럼 달고 진한 맛이 흡사 버터를 연상시킬 만큼 리치했어요. 소비뇽 블랑 와인을 함께 곁들였는데, 훌륭한 페어링을 보여줬죠”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먹는 굴은 대부분 태평양 굴에 속하는, 검은 테가 뚜렷한 참굴. 품종 자체가 면역력이 좋고 왕성하게 번식하며 크기에 따라 서해산과 남해산으로 나뉜다. 자연산인 줄 알았던 소굴은 대부분 서해에서 투석식으로, 양식인 줄 알았던 대굴은 통영 등 남해에서 수하식으로 키운다. 투석식 양식은 갯벌에 굴 종묘를 부착한 돌을 적당한 간격으로 넣어 번식시키는 방법이다. 간만의 차로 굴이 물 밖에 있을 때는 양분이 없어 자라지 않기에 씨알은 작지만 촉감은 탱탱하다. 알색이 노르스름하고 맛 또한 매우 고소하고 진하다. 소굴은 굴전이나 굴국 등으로 익혀서 먹으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한편 남해에서는 부표에 달린 줄에 굴 종묘를 붙여 키우는데, 자라는 내내 바닷속에 있어 수하식 굴이라 불린다. 대굴은 부드러운 식감에 수분이 많고 농밀한 바다 맛이 특징으로 생으로 먹거나 배, 무, 미나리 등과 함께 무쳐 먹기 좋다. 두 종류의 굴 모두 자연산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 용도에 따라 어떻게 키운 굴이 더 잘 맞을지 살핀 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김진래 셰프는 자연산 굴에 대해 “시중에 파는 굴 중 진정 자연산 굴이라 할 만한 것은 이른 봄에 먹는 강굴이에요. 아직 양식법이 개발되지 않아 철마다 채취하는데 금강 유역에서 자라고 키조개만큼 큰 크기가 특징이죠. 벚꽃 필 무렵에 먹는다 혹은 입을 벌린 모양이 벚꽃과 같이 희다고 해서 벚굴이라고도 불러요”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굴을 먹는 가장 흔한 방법은 생굴에 초고추장을 곁들이는 것. 중국에서는 굴을 항상 익혀 먹는다. 광둥 지역에는 말린 굴을 사용한 요리가 많고, 굴 소스는 중국 전역에서 널리 사용하는 대표적인 소스다. 일본에서는 생굴을 먹을 때는 라임과 폰즈 소스를, 굴찜에는 달큼한 미소 된장을 곁들인다. 이탈리아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넣어 찐 것이 흔한데, 손바닥만 한 굴은 스테이크처럼 구워 먹기도 하며 빵가루와 치즈, 파슬리 등 여러 허브를 섞어 굴 위에 얹은 뒤 오븐에 굽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비니거와 후추, 샬롯을 넣어 만든 새콤한 미뇨네트 소스에 고수, 파슬리, 토마토 등을 곁들인다. 스페인에서는 맥주나 와인 안주로 굴을 튀겨서 아이올리 소스에 찍어 먹는데 튀김옷에 맥주를 넣어 향을 더하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굴과 최적의 마리아주를 이루는 주류는 무엇일까. 프랑스에서는 샤블리 와인과 굴을 함께 먹는 것을 하나의 미식 행위로 숭앙한다. 이 둘의 마리아주는 어쩌면 필연이다. 샤블리 와인은 바다의 역사를 품은 화이트 와인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샤블리 지역의 토양에 바다 화석이 풍부한 키메리지안 점토와 석회암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산 굴과 달리 석화는 샤블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들 한다. 강현규 소믈리에는 “보통 생굴은 그 자체로도 바다의 향, 미네랄의 느낌이 강한데, 거기에 샤블리 고유의 미네랄을 더하면 자칫 느끼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생굴과 페어링하기 좋은 와인은 대체로 추운 지역에서 생산해 산도가 적당히 느껴지는 와인이에요. 크리미한 맛이 강한 굴이라면 샴페인을 매치하는 것이 좋아요. 탄산이 입안에 남은 미네랄의 뒷맛을 정돈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비어포스트>의 권진주 편집장은 굴 요리에 곁들이는 술로 드라이 스타우트를 추천한다. “굴의 바다 내음이 살짝 입안에 감돌 때, 크리미하면서도 약간의 산미와 쌉싸름한 맛이 나는 가벼운 질감의 드라이 스타우트를 한 모금 넘겨 보세요. 굴의 우유처럼 부드러운 풍미는 살아나고 해산물의 짠맛은 맥주의 산미와 만나 해산물의 향을 배가시키죠. 아일랜드에서는 가을이 되면 드라이 스타우트의 대명사인 기네스 맥주와 굴 요리를 즐기는 축제가 열리기도 해요.” 스시 무라카미의 무라카미 셰프는 스파이시한 느낌의 사케와 굴도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농후한 감미와 더불어 깊은 산미를 지닌 사케를 굴과 음미해보세요. 치즈 케이크와 우유의 조합처럼 신선하고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굴, 어디에서 먹을까?
뉴욕은 해마다 오이스터 위크를 개최하는 굴 마니아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행사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곳 중 하나인 오세아나(Oceana). 모던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가 맛을 더한다. 우아한 실버 트레이에 담긴, 각지에서 공수한 5종 이상의 굴을 맛볼 수 있다. 런던 코번트 가든 근처에 위치한 제이시키(J.Sheekey)는 최상급 굴은 물론 취향에 따라 새우, 조개, 랍스터 등을 더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해산물 플래터를 주문할 수 있는 것이 장점. 파리에서 신선한 노르망디 굴을 맛볼 수 있는 에드가르(Edgar) 호텔의 레스토랑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원단을 가공하는 아틀리에로 이용하던 건물을 개조한 호텔의 레스토랑으로 파리지앵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는 싱싱한 통영 생굴을 이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파크 하얏트 서울 더 팀버 하우스가 있다. 11월 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차가운 얼음 위에 담은 싱싱한 생굴과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오징어 먹물 생굴튀김 등 굴 요리 3종을 만날 수 있다.

How to Cook Oyster
이 계절이 가고 나면 한동안 만들 수 없는 특별한 굴 요리 6가지.

1 Baked Italian Oyster 이탈리아식 굴 구이
파, 파슬리, 마늘을 곱게 다져 버터와 함께 볶은 후 빵가루를 넣어 고루 섞으면 허브 크럼블이 완성된다. 허브 크럼블을 방금 딴 석화에 듬뿍 올려 오븐에 구워내면 굴구이 요리를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다. 버터 향이 나는 허브 크럼블이 옹골차게 익은 굴의 리치함을 배가한다.

2 Oyster Burger 굴 버거
생굴튀김과 베이컨, 콜슬로,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넣어 만든 버거. 굴은 맥주 반죽을 입혀 튀겨 바삭한 식감을 살렸다. 콜슬로 드레싱은 그리스식 요구르트에 허브를 넣어 맛과 향을 더했다. 요구르트의 상큼한 맛이 튀김의 느끼함을 잡고 조화를 이룬다.

3 Oyster Chowder 굴 차우더
바다의 우유와 진짜 우유가 어우러진 고소한 수프.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영양 만점 수프다. 우스터소스로 짭짤하면서 진한 맛을 내고 카옌페퍼로 개운한 매콤함을 살렸다.

4 Spinach and Oyster Cream Tagliatelle 굴과 시금치 탈리아텔레
마스카르포네 치즈가 굴의 향과 조화를 이루고 시금치가 향내를 더한다. 굴을 크림소스와 함께 익혀 블렌더에 갈아 만든 소스를 사용하면 더욱 깊은 풍미를 낸다. 그러나 굴을 많이 넣으면 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5 Freshly Shucked Oyster with Three Dressings 석화와 3가지 드레싱
한국에서는 초고추장 또는 레몬즙 정도를 석화와 함께 먹지만 방금 딴 굴에 곁들일 수 있는 드레싱은 다양하다.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하지만 특별한 드레싱 3가지. 딜과 차이브를 다져 넣어 비린 맛을 잡은 버터 소스, 식초, 생강, 고수잎으로 맛을 낸 동양식 간장 소스도 추천한다. 초고추장은 굴의 맛을 누르지만 간장은 굴의 맛을 살린다. 몇 방울의 진, 토닉워터, 라임즙과 오이 슬라이스를 더한 진토닉 드레싱은 굴을 가장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6 Baked Oyster Stuffing 굴 베이크
굴 베이크는 추수감사절에 칠면조 요리와 함께 내는 메뉴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요리다. 굴을 다져서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양을 살려 통째로 조리하면 보는 맛을 더한다. 호두의 아삭한 식감과 베이컨의 고소함, 향긋한 타임과 레몬 향이 오븐 속 열기에 잘 어우러진다. 칠면조가 부담스럽다면 로스트치킨과 함께 즐겨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