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Trend Calling 14
새로운 계절의 도래와 함께 뉴 트렌드 키워드가 부상했다. 2014년 S/S 시즌, 스타일 센스를 빛내줄 14가지 유행 코드.
Kiss Mark
분명 보고만 있는데 한쪽 귓가에 쪽! 쪽! 키스 소리가 들리는 듯한 것은 왜일까? 스트라이프, 도트, 체크처럼 클래식한 패턴에 지루함을 느낀 이들에게 생 로랑과 자일스 컬렉션에 등장한 입술 모양 프린트는 신선한 충격일 터. 팝아트의 영향을 받아 그래픽적으로 도식화한 레드 혹은 분홍빛 립스틱으로 화장한 입술은 유머에서 섹시함과 도발을 지나 예술적 목마름까지 해소한다. 게다가 젊은이의 뜨거운 열정까지 느껴지니 이보다 ‘핫’한 것이 또 어디 있을까.
Waterproof
인터넷에 떠도는 진짜 명품 백과 가짜 명품 백을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우산 없는 비 오는 날 정작 본인은 비를 맞을지언정 가방은 비를 피해 가슴에 꼭 안고 뛰면 진짜, 가방으로 머리 위에 떨어지는 빗물을 가리며 걸으면 가짜라는 것. 우스갯소리지만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바로 소중한 것을 오염으로부터 꿋꿋이 지켜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이다. 그래서 PVC와 아크릴 소재의 활약이 반갑다. 펜디, 샤넬, 발렌티노, 지방시, 시몬 로샤 컬렉션의 슈즈와 백 소재로 전격 기용된 가볍고 물에 강한 이것은 웬만한 물기와 먼지쯤 툭툭 털어내면 그만. 날씨가 변덕스러운 S/S 시즌 당신의 고민을 가볍게 날려준다.
Tribal Mood
한여름에 등장하는 트라이벌 무드는 패션의 기능 중 심리적 만족감을 대변한다. 아스팔트의 열기로 뜨거운 도심 속 오피스 걸들에게 울창한 수풀이 우거진 열대 낙원과 밀림, 짭조름한 모래바람 날리는 해변의 향기는 신선한 산소 공급원이 되니까. 그래서인지 S/S 시즌이 되면 으레 사바나 초원과 아마존 원주민의 옷장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템이 등장한다. 이번 시즌 역시 알렉산더 맥퀸, 도나 카란을 필두로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지방색 짙게 묻어나는 캣워크를 선보이는 중.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살벌한 무더위의 공포가 엄습하는 여름철 스타일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싶은 순간, 트라이벌 무드를 떠올려 도심 속 정글 탐험을 즐겨보는 건 어떨지.
All White
‘봄·여름철 키 컬러는? 화이트!’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고 흰색은 빛을 반사한다는 초등학교 수준의 과학 상식만 알고 있다면 답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트렌드가 이번 시즌 또다시 돌아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하의를 온통 화이트로 꾸미는 원 컬러 스타일링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 디자이너의 개성을 살린 다채로운 표현법이 흥미롭다. 빛과 그림자를 컨셉으로 한 발렌시아가는 밝고 눈부신 햇살 느낌을 정갈한 셔츠 드레스를 통해 표현했고, “과거 밤 10시의 여자친구를 사랑했다면 지금은 아침 9시의 그녀가 좋다”는 발맹의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하우스 특유의 체인, 크리스털, 레이스 등 화려한 디테일을 화이트 의상에 접목해 청초하면서도 파워 넘치는 이상형을 탄생시켰다. 같은 주제에 각기 다른 상상력을 더해 색다른 스타일로 완성한 화이트 컬러, 그 다채로운 변주를 관찰하는 것은 이번 시즌 화이트 패션이 가져온 또 다른 볼거리다.
Summer Fur
한여름에 퍼? 웬 땀띠 나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계절과 상관없다는 듯 눈 내리는 겨울날 입어도 땀 날 것 같은 밍크와 폭스처럼 풍성한 퍼를 무대 위에 올렸다. 톰 포드, 프라다, 소니아 리키엘처럼 약한 바람에도 사르르 소리 날 것 같은 아우터를 선보인 이가 있는가 하면 모피의 명가 펜디처럼 컬러풀한 여우털로 장식한 몬스터 모양 백(오간자, 실크처럼 여름철 주로 사용하는 부드러운 감촉의 소재와 딱 어울리는!) 같은 액세서리에 힘을 기울인 이도 있다. 아름다움에는 고통이 따른다는 말처럼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더위쯤은 거뜬히 견뎌내야 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Sweet Sugar
살랑이는 봄바람과 함께 여자의 마음을 더욱 들뜨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컬러다. 우유를 머금은 듯 크리미한 파스텔 컬러를 이용한 디올부터 애시드 컬러가 톡 쏘는 탄산음료의 청량감을 떠올리게 하는 존 갈리아노,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한 가지 컬러로 꾸며 크레파스를 연상시키는 막스 마라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자랑하며 등장한 산뜻한 컬러 팔레트는 길고 지난한 겨울 차가운 공기를 단박에 날려버릴 만큼 산뜻하다. 지난겨울의 유니폼 같던 모노톤의 칙칙함을 벗어나 리프레시하고 싶다면 밝고 명랑한 컬러 테라피 효과에 주목하자.
Luxury Sporty
“운동복은 편하다. 일상복도 편해야 한다. 고로 운동복은 일상복으로 입을 수 있다.”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닌 삼단논법의 결과로 마르니, 프라다, 아퀼라노. 리몬디처럼 밀라노 컬렉션을 진행한 디자이너 사이에서 실용적인 스포티즘이 대두했다. 약한 바람에도 살랑이는 실크 드레스나 유색 스톤으로 장식한 블링블링한 룩에 매치한 스포티브 샌들과 헌팅캡은 뻔하지 않은 예상 밖의 스타일링으로 되레 시크하다. 매니시한 블랙 팬츠에 스니커즈를 신고 포멀한 슈트에 캐주얼한 백팩을 메는 것처럼, 평상복에 스포츠 아이템 한두 개를 믹스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스포티브 포인트 룩. 트렌드와 더불어 편안함을 덤으로 취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Transparent
시스루,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 밖으로 꺼내면 얼굴 빨개지는 말이었다. 완전히 맨살을 드러내진 않지만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호기심을 증폭시킨다는 베일의 미학처럼, 피부가 살짝살짝 비치는 옷은 왠지 모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매력적이지만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난이도 높은 수학 문제 같다고 할까. 그래서 제아무리 디자이너들이 유행이라 부르짖어도 컬렉션을 위한 눈요기 패션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 시즌 트렌드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면 눈 질끈 감고 이 과감한 패션에 도전해야겠다. 봄날의 햇살보다 보드라운 로맨티시즘 무드를 타고 발렌티노, 루이 비통, 펜디, 블루마린, 로샤스 등 메가톤급 슈퍼 디자이너들이 앞다투어 소개한 오간자, 시폰, 레이스 등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소재의 유혹은 그 무엇보다 치명적이므로.
Bijoux Deco
남부 프랑스에서 빛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랑방의 알버 엘바즈, 이글거리는 태양볕이 내리쬐는 멕시코 화가의 정치적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 어두운 밤 화려하게 빛나는 미러볼을 떠올린 톰 포드의 공통점. 바로 반짝이는 주얼 디테일을 대거 이용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장식물을 적용하는 이유는 옷의 표면에 생기를 더하기 위한 보조 수단인 경우가 많은데 크리스털, 미러, 비즈, 스팽글 등 온갖 디테일로 블링블링하게 치장한 이번 시즌엔 특이하게도 옷의 캐릭터를 위한 필수 요건으로 화려한 장식을 사용한 점이 이색적이다. 한편 이렇듯 많은 디테일을 사용하면 제품 가격은 당연히 상승하는데 이는 불황 속 패스트 패션이 인기를 모으는 요즘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가 그들만의 특별함을 과시하는 쇼오프(Show Off, 과시) 비즈니스 전략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Flower Garden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라는 노랫말처럼 S/S 시즌 캣워크에는 다양한 꽃이 만발한다. 올봄 캣워크 역시 만개한 꽃으로 화사했음은 물론! 마르니, 지암바티스타 발리, 에트로, 엠포리오 아르마니, 까르벵, 이자벨 마랑 등 디자이너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다. 그런데 많은 디자이너가 이를 활용해 메가트렌드라는 것은 알겠지만 매년 등장하는 주제라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서 명민한 디자이너들이 생각해낸 묘안, 3D 입체 효과가 나는 꽃 장식의 활용이다. 돌체 앤 가바나가 그 대표적인 예로 도미니코 돌체의 고향인 시칠리아의 꽃이 활짝 핀 아몬드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흐드러지게 핀 아몬드나무 꽃을 새틴 혹은 시폰 드레스에 하나씩 붙였는데 걸을 때마다 나풀나풀 흔들리는 움직임에서 꽃향기가 나는 것 같다.
Relax Sandal
발이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말처럼 보는 것만으로 편안함이 전해지는 스포티브한 샌들이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 지난여름 셀린느가 (버켄스탁처럼 투박한 샌들의 인솔을 폭신한 퍼로 장식한 슈즈를 통해) 불러들인 편안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이 트렌드는 이번 시즌 지방시, 데렉 램, 마크 제이콥스, 3.1 필립 림, 필로소피,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 미소니 등 디자이너들의 지지를 받으며 더욱 막강한 트렌드로 부상 중. 반가운 점은 많은 디자이너가 주목하는 아이템인 만큼 한결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액티브한 파워 워킹을 선호하는 이에게는 쿠션감 좋은 아웃솔의 마르니와 마크 제이콥스, 도시적 세련미를 흠모하는 여성이라면 넉넉한 실루엣에 탐스러운 가죽과 메탈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토즈와 발렌티노, 자유로운 개성을 발산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그조틱 레더와 프린지 디테일로 에스닉하게 마무리한 MSGM을 추천한다.
Long Vest
‘엉덩이가 작고 예쁜 나 같은 여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 엉덩이를 완벽하게 덮는 넉넉한 길이의 조끼다. 여름철 티 하나 입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해결책으로도 유용하다. 시즌 특징이라면 날이 바짝 선 듯 재단한 재킷의 소매만 톡 떼어낸 듯 정갈하고 날렵한 실루엣. 끌로에나 다미르 도마처럼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심플함을 지향하는 디자이너 컬렉션에서 단조로운 룩에 생기를 불어넣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 탓에 자칫 스타일에 무심해지기 쉬운 순간, 체형의 단점 보완은 물론 스타일 지수까지 업그레이드해주는 롱 베스트 효과. 직접 경험해보시라.
Artistic Touch
디자이너들이 예술을 흠모해 이를 차용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패션사를 놓고 볼 때 패션과 예술의 랑데부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클라이맥스의 정점으로 예상된다. 셀린느, 샤넬, 프라다 등 파워풀한 디자이너를 필두로 다양한 디자이너가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컬렉션을 속속 선보였기 때문. 특히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패션은 예술인가?’라는 다소 현학적인 물음을 던지고 스스로 그 답안을 완성했다. 1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온 유명 물감 로얄 탈렌스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 포토 인쇄술로 구현할 수 있는 550가지 색감으로 물들인 옷과 액세서리, 과연 패션일까 아트일까. 결론은 당신의 몫이다.
Nostalgic Affection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1950~196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 패션이 재등장했다. 과거에 유행한 패션이라는 점이 레트로와 같은 의미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지만 노스탤직 스타일은 좀 더 로맨틱하고 감성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는 차이가 있다. 이를테면 알베르타 페레티에 등장한 오버사이즈 튜닉 드레스처럼 극적인 감성을 한껏 고조한 스타일이다. 주로 사용하는 유럽의 전원이나 영국 리버티의 플라워 프린트, 퀼트와 체크 패턴 역시 추억 돋는 시절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