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F/W Beauty Forecast
지난 시즌을 이끈 히피 무드는 하반기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중세 암흑기의 고스 룩은 빅토리안 스타일과 결합해 캣워크를 다크 로맨스로 물들였다. 하반기 트렌드의 큰 축을 이루는 히피와 고딕의 양대 산맥에서 시작해 눈에 띄는 뷰티 포인트까지, 2015년 F/W 뷰티 트렌드를 전망한다.
Line Play

House of Holland(위),
Yigal Azrouel(아래)

DKNY

Estée Lauder 리틀 블랙 라이너 펜 양쪽으로 섬세한 라인을 위한 뾰족한 팁과 과감한 라인 연출을 위한 패들 모양 팁이 달린 아이라이너
다채로운 컬러나 드라마틱한 피부 표현이 다른 시즌보다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일까? 이번 시즌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그나마 허락된 도구 중 하나인 블랙 아이라이너를 실컷 가지고 놀기로 작정한 듯하다. 몇 시즌 전부터 아이라인의 다채로운 표현법이 트렌드에 올랐지만 이번 시즌에는 컬러보다는 블랙, 면보다는 선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 DKNY 쇼에서는 학창 시절 잠든 사이 친구가 장난을 친것처럼 눈 주변에 둥글게 선을 그었고, 하우스 오브 홀랜드 쇼에서는 가는 선을 여러 개 그린 후 손가락으로 한 번 슥 문지른 느낌으로 눈가에 포인트를 줬다. 아이라인 플레이에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언더라인을 공략해도 좋을 듯하다. 레베카 밍코프와 로베르토 까발리에서 선보인 뷰티 룩을 참고해 언더에만 라인을 그려서 번진 듯 표현하는 것이 방법. 단,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이라면 자칫 눈이 더 답답해 보일 수 있으니 눈꼬리 부분을 향하는 언더 끝 부분에만 포인트를 줄 것을 권한다.
Frizzly Hair

Alberto Zambelli

Vanessa Seward

왼쪽부터_Moroccanoil 컬 디파이닝 크림 모발의 율동성을 강화하면서 컬의 느낌을 오래 유지한다. Aveda 비 컬리 컬 인핸싱 헤어 스프레이 모발의 부스스함을 줄이면서 탄력있는 웨이브를 연출한다.
1960년대의 모즈, 1970년대의 보헤미안만큼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 2015년 F/W 시즌. 1990년대를 지나온 세대라면 아마 일명 ‘다이렉트 파마’라고 불린 웨이브를 기억할 것이다. 촘촘한 웨이브로 모발의 풍성함을 극대화하면서 펑키한 느낌까지 연출하는 이 추억의 헤어가 이번 시즌 바네사 세워드, 이세이 미야케, 알베르토 잠벨리 등의 컬렉션을 통해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렸다. 헤어를 지그재그로 집는 다이렉트 기기를 이용하거나 촘촘히 땋은 후 풀어 연출하는 이 펑키한 헤어는 그 자체로 보헤미안 무드에 재미를 더하기도 하고, 다소 중후한 이번 시즌 무드에 여성스러움과 발랄함을 불어넣기도 한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내주 실장은 이 다이렉트 파마는 의외로 응용법이 다양하다고 조언한다. “정수리 부분은 단정하게 빗고, 중간 모발부터 다이렉트 기기로 촘촘한 웨이브를 연출한 후 포니테일을 하면 의외로 깔끔한 시티룩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헤어 전체에 웨이브를 넣으면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스타일에 제격이지만, 브러시를 하면 할수록 볼륨과 텍스처가 강해지니 이 점도 염두에 두세요.”
Retro vs. Vivid

Bottega Veneta

3.1 Phillip Lim

Dior 루즈 디올 #753 입술 표면을 볼드하게 채워 관능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Burberry 버버리 키세스 #77 블러시 부드러운 발림성과 높은 발색력이 돋보이는 립스틱
하반기에도 계속되는 보헤미안 스타일은 특히 립 컬러에서 두드러진다. 부모님의 연애 시절 빛바랜 사진 속에서 봤을 법한 레트로 분위기의 레드가 보테가 베네타, CH 캐롤리나 헤레라, 지암바티스타 발리 등의 런웨이에 대거 등장한 것. 복고풍 레드 립은 F/W 시즌마다 단골로 등장하던 와인 컬러와는 또 다른 색감을 드러낸다. 올드하고 칙칙한 느낌 때문에 꽤 오랜 시간 트렌드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하던 브라운이 감도는 벽돌 레드가 그것. 다시 말해 최근까지 F/W 시즌 대표적 레드가 와인빛을 닮았다면, 이번 시즌의 레드는 코냑이나 위스키빛에 가깝다. 적갈색 레드 립은 몽환적이면서 섹시한 느낌의 히피 룩을 연출할 뿐 아니라 도나 카란이나 3.1 필립 림 컬렉션 등에서는 모던한 룩과 조화를 이뤄 19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립 컬러 하나로 이토록 시크해지는데, 왜 한동안 트렌드에 고개를 내밀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 “진정한 크림슨 컬러는 구체적이고 아이코닉한 섹시함을 단번에 상기시키죠. 바랜 듯한 컬러는 이제까지 거의 응용하지 않아 뻔하지 않아요.” 맥의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도 적갈색 레드의 화려한 귀환에 환영의 뜻을 내비친다. 톤 다운된 컬러가 자칫 얼굴빛까지 다운시키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의외로 적갈색 레드는 밝은 피부와 어두운 피부까지 모두 돋보이게 한다는 것이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의 설명. 텍스처는 제한이 없으며, 보테가 베네타 쇼에서처럼 손가락으로 찍어 바른 듯 표현하거나 블루걸 컬렉션에서처럼 풀 커버로 클래식의 정점을 찍을 수도 있다. 어떤 느낌으로 바르든 확실한 것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말처럼 이번 시즌 적갈색 레드 립 하나면 시크하게 보이기 위해 큰 힘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것. 1990년대에 브라운관을 점령한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바른 짙은 적갈색 레드의 강세 속에 그와 대조를 이루는 비비드 립 컬러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티아노 부라니와 토즈, 안토니오 베라르디 등의 컬렉션을 보면 입술 가득 펴 바른 베리 레드와 핑크 톤 립 컬러 때문에 S/S 시즌인지, F/W 시즌인지 혼란이 생길 정도. 오트 쿠튀르 컬렉션까지 시선을 확장하면 비비드 립 컬러는 적갈색 레드의 그것보다 우위에 있는 듯하다. 샤넬 오트 쿠튀르 런웨이에 선 여인의 얼굴은 오렌지빛이 감도는 선명한 레드 립이 볼드하게 연출한 눈썹과 힘 있는 대조를 이루었고,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는 주로 봄 시즌에 등장하던 핫 핑크 립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놀랄 만한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것으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싶었어요. 왜 가을에는 푸크시아 컬러를 바르지 않나요? 핑크는 새로운 레드입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인터내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다 칸텔로의 설명이다. 그녀가 선택한 핫 핑크는 블랙 컬러와 대조를 이루며 컬렉션에 등장한 말라카이트 그린, 애미시스트 퍼플 등의 컬러를 더 돋보이게 하는 무기가 됐다. 복고풍 레드 립의 표현법에 제한이 없는 반면, 선명한 레드와 핑크컬러는 언뜻 입술만 동동 떠 보일 정도로 꽉 차게 바른 것이 포인트. 마치 비닐 막을 씌운 듯 투명한 마무리감을 더해 클래식한 러시안 레드보다 도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분위기 있는 적갈색 레드 립과 도발적인 비비드 립, 당신은 이번 시즌 어떤 컬러에 한 표를 던지겠는가?
Giorgio Armani 엑스터시 라커 #402 8시간동안 지속되는 컬러감과 수분 광택의 립 래커
Sisley 휘또 트위스트 #6 피토스콸렌 성분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연출한다.

Giorgio Armani Prive′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공)

Cristiano Burani
Victorian Goth

Fausto Puglisi

Ve′ronique Branquinho

Emanuel Ungaro Antonio Marras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에는 흑백의 색조가 가득했다. F/W 시즌의 터줏대감으로 자리한 고혹적인 퍼플, 골드 등의 컬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을 정도. 이유는 앤 드뮐미스터, 베로니크 브랑키노, 엠마누엘 웅가로, 알렉산더 왕을 필두로 이번 시즌을 점령한 다크한 고스 룩 때문이다. 그 덕분에 피부는 창백했고, 입술은 누디하거나 완벽에 가까운 블랙으로 물들었으며, 지난 시즌에서 이어진 젖은 헤어는 한결 터프하고 반항적인 느낌으로 흘러내렸다. 컬러를 찾는다면 브라운이 강세다. 가을 하면 으레 브라운이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시즌 브라운은 고스 룩은 물론 거의 모든 컬렉션에서 필수 액세서리처럼 눈에 띄었다. 골드 펄이 흐르는 화려한 브라운이나 코펄을 섞은 신비로운 브라운도 아니었다. 물이 빠져 오히려 여린 느낌을 주는 브라운은 하나같이 매트했고, 그러데이션을 통해 깊이 있게 연출하기보단 한 가지 색을 넓게 펴 발라 눈매에 부드러움을 더했다. 다크한 고스 룩에 어우러진 옅은 브라운 섀도는 핑크만큼 부드럽고 로맨틱했으며, 러플 장식의 빅토리언 스타일 의상과 함께 음산한 고스 룩의 무게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L’Oreal Professionnel Paris 테크니아트 픽스 맥스 굵고 강한 모발도 원하는 텍스처의 느낌으로 강하게 고정할 수 있는 스타일링 제품

Clé de Peau Beauté 옹브르 꿀뢰르 까드리 #302 옵티컬 컬러 펄 성분이 눈가에 깔끔하면서도 매혹적인 컬러감을 연출한다.

Nars 어데이셔스 립스틱 리브 한 번의 터치로도 강렬한 컬러를 표현하는 대담한 검붉은 컬러 립스틱

Guerlain 에끄레 4 꿀뢰르 #19 웨어러블한 브라운 톤의 4가지 컬러로 구성한 아이섀도
브라운 섀도와 짝을 이룬 요소는 블랙에 가까운 버건디와 검푸른 립이었다. 자일스, 줄리앙 데이비드, 트루사르디 등의 컬렉션에 등장한 모델들은 오디를 잔뜩 물고 있다 뱉기라도 한 듯 짙은 플럼 립 컬러로 고스 룩에 정점을 찍었지만 결코 무서워 보이지는 않았다. “블랙 립은 더 이상 반항적으로 보이지 않죠. 굉장히 시크하고 아름다워요”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린 데스노이어의 말처럼 검푸른 립은 강하고 사악하기보단 우아하고 세련된 느낌을 자아냈다. 물 빠진 브라운 섀도, 검푸른 립과 함께 빅토리언 고스 룩을 완성한 요소는 아래로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웨트(wet) 헤어다. 작년 하반기부터 쭉 이어지고 있는 젖은 헤어 트렌드는 지난 시즌 막 운동을 마치고 나온 듯 생기 있는 느낌에서 가닥가닥 텍스처가 살아 있는 스타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며 고스 룩에 완성도를 더했다. 리얼웨이에서 웨트 헤어를 그대로 연출하긴 다소 무리가 있지만 무심한 듯 그런지한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가볍게 응용해보는 것도 좋다. “포마드나 에센스 한 가지 제품보다는 크림 타입 왁스나 헤어로션 등 스타일링 제품을 섞어 바르는 것이 촉촉하고 단단한 헤어 텍스처를 연출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제품의 양 조절로, 페이스 라인의 텍스처를 살리는 정도로 터치해야 지저분한 느낌을 피할 수 있습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 박내주 실장
Fresh Skin

Boss Women

SK-II 1분 살롱 파운데이션 & 퍼펙팅 브러쉬 고밀도의 브러시가 모공까지 커버하고, 피테라™ 성분이 스킨케어 효과와 더불어 무결점 피부를 연출한다.

M.A.C 프렙+프라임 내추럴 래디언스 실키한 젤 에멀션 포뮬러가 자연스럽게 윤기 나는 피부를 표현한다.
매 시즌 새로운 ‘광’을 외치며 또 다른 피부 표현법을 정의하기 바쁜 스킨 트렌드는 이제 거창한 수식어를 빼고 ‘깨끗한 피부’라는 기본적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놈코어 트렌드와도 연결되는데, 가장 평범한 패션이 가장 트렌디하다는 인식처럼 별다른 기교를 부리지 않은 깨끗한 피부가 가장 세련된 뷰티 룩이 된 것이다. 평소 메이크업 좀 한다는 이라면 이미 예상했겠지만, 물론 반전은 있다. 자연스럽게 투명한 피부를 만들려면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기 때문. 메이크업을 안 한 듯 잡티는 커버해야 하고, 가볍지만 자연스러운 음영을 넣어 입체감을 살리는 것이 프레시 스킨의 조건이다. 맥의 변명숙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완벽한 느낌보다 디테일을 살려 ‘잘생긴’ 얼굴을 연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레시 스킨은 스킨 케어 제품처럼 가볍게 발리는 베이스와 수분감 풍부한 파운데이션의 조합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탄력 있는 젤 세럼 포뮬러의 맥 스트롭 크림과 산뜻한 질감의 맥 스튜디오 워터웨이트 SPF 파운데이션의 조합을 추천합니다. 가볍지만 완벽한 프레시 스킨은 자연스러운 음영감을 추가해야 하는데, 과도한 컨투어링보다는 베이지톤의 스컬프팅 파우더를 광대뼈에서 사선으로 쓸어주는 정도로 윤곽을 잡는 것이 방법이죠.” 에어브러시를 사용한 듯한 기계적 피부 표현이 아니라도 완벽하게 깨끗한 피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컨실러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 컨실러 또한 과한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리퀴드 타입으로 잡티 부분을 한 번 더 감싸준다는 느낌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앞서 촉촉하고 건강한 피부로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Flushed Cheek

Moschino

Anna Sui

Chloe

Laura Mercier 본 민 스틱 페이스 컬러 핑크 글로우 피부에 녹아드는 내추럴 컬러가 건강한 피부를 연출해준다.

Chanel 쥬 꽁뜨라스트 골드 시머링 광채를 믹스한 로즈 우드 핑크 컬러의 블러셔

Shiseido 마끼아쥬 드라마틱 무드베일 PK200 자연스럽게 물든 볼과 빛나는 눈가를 연결한 ‘무드 존’이 인상을 3.5배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실험 결과에서 착안해 탄생한 제품
특정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한 방보다는 모든 시기의 트렌드가 공존하는 것이 이번 시즌의 특징. 그래서인지 최신 라이프스타일에서 파생한 트렌드가 오히려 더 신선한 느낌을 주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애슬레저(athleisure)’다.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운동(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탄생한 애슬레저 룩은 이번 시즌 안나 수이·까르뱅·디스퀘어드2 등 여러 컬렉션에 등장했고, 일상의 스포티한 룩을 살리기 위해 연출한 발그레한 치크는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뷰티 트렌드로 포착됐다. 사랑스럽게 홍조가 오른 느낌이라기보다는 스키 슬로프 상급 코스를 질주하고 내려온 듯 표현한 것이 포인트. 쿨 톤의 치크 컬러는 때로 콧잔등을 지나가기도 하고, 입꼬리 아래까지 내려오며 언뜻 찬 바람을 맞은 북유럽 소녀를 떠올리게 한다. 이 같은 치크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가볍고 깨끗한 피부 표현이 관건이다. “찬 바람을 맞은듯 상기된 홍조를 연출하려면 먼저 투명 베이스를 발라 본연의 피부 톤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적으로 피부를 정리한 후 T존과 눈밑, 이마, 턱 부위에 약간의 펄감이 있는 베이스나 프라이머를 이용해 건강한 느낌을 더하세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 실장은 북유럽 소녀같은 치크 표현에는 펄이 섞인 코럴 톤이나 형광기 없는 다크한 핑크가 적합하다고 덧붙인다.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위해서는 파우더 타입보다 크림 블러셔를 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감싸듯 터치하고, 콧방울과 얼굴 윤곽 부분을 파우더로 정리하면 애슬레저 룩에 어울리는 건강한 치크를 연출할 수 있다.
에디터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박지홍(제품), 아이맥스트리(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