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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가 주목한 퍼포먼스 7

ARTNOW

응축된 에너지로 예술의 역동성을 책임지며 전 세계 미술계와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2016년 대표 퍼포먼스 Top 7 을 선정했다. 독특하고 기발한 행위예술의 세계로 다 같이 빠져들어보자.

Marina Abramovi?, The Abramovi? Method, Sleeping Exercise, As One, Neon+Mai, Benaki Museum, Pireos St. Annexe
ⓒ Panos Kokkinias

거장의 행보에 동참하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퍼포먼스를 논할 때 유고슬라비아 출신 작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를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관람객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는 행위로 눈물을 쏟게 한 ‘The Artist is Present’가 그녀의 대표 작품이다. 그 아브라모비치가 참여한 프로젝트 ‘As One’(2016년)이 아테네 베나키 뮤지엄(Benaki Museum)에서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24일까지 열렸다. 여러 아티스트가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그중 아브라모비치가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한 열린 형식의 대중 참여 퍼포먼스 ‘The Abramovi? Method’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현대사회에서 탈출구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이 퍼포먼스는 참여자가 세상과 자신을 분리해 현재의 순간을 그대로 느끼고 타인을 대면할 수 있도록 휴대폰과 시계 등 어떤 소지품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게 했다. 참여자들은 헤드셋을 장착해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거나, 침대에 누워 잠을 자거나, 눈을 가린 채 전시 공간을 휘젓고 다니거나, 의자에 앉아 타인과 말없이 마주 보거나, 단색으로 칠한 캔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온갖 행위에 자유롭게 가담했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그 공간에 머물렀다. 참여자 자신이 직접 선택한 행동에 몰두하는 동안 아무런 방해 없이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하며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참여하는 사람에 따라 그 어떤 관계 맺기도 가능하고, 수만 가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 퍼포먼스의 가장 큰 특징. 이전까지 아브라모비치가 주체가 되거나 작가와 참여자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제3자로서 타인의 관계성을 자극했다는 것이 기존 작업과의 차이점이다.

Anne Teresa de Keersmaeker Performed in May 2015
ⓒ Anne van Aerschot

퍼포먼스로 편입한 무용

아너 테레사 더 케이르스마커르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는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6일까지 미술과 안무를 혼합한 ‘Work/Travail/Arbeid’를 선보였다. 아브라모비치가 현대 행위예술의 대가라면, 벨기에 안무가 아너 테레사 더 케이르스마커르 (Anne Teresa de Keersmaeker)는 현대무용의 중심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케이르스마커르는 그의 대표 공연 ‘Vortex Temporum’을 바탕으로 컨셉과 안무를 총괄 기획한 퍼포먼스를 통해 전시장에 발레를 끌어왔고, 전시 기간에 비현실적인 라이브 댄스를 공연하며 음악과 댄스, 미술의 관계를 파고들었다. 순수한 춤과 소리가 만나 동작은 곧 사운드가 되고, 음향은 곧 동작이 되는 다차원적 공간에서 관람객은 음악과 안무 각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니멀한 동작의 반복과 연극적 효과 안에서 댄서의 움직임은 전시 공간에 흩뿌려졌고, 생명력이 깃든 성공적 예술의 탄생을 알렸다. 퍼포먼스는 지난해에 브뤼셀 비엘 현대미술센터(Wiels, Contemporary Art Centre)에서, 7월에는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터빈 홀에서 대중과 만났고, 내년 3월에는 뉴욕 현대미술관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 미술관을 연이어 섭렵한 놀라움 외에도, 춤과 안무가 동시대 예술 전시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이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음악과 무용, 전시의 결합을 가장 완벽하고 탁월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이니 놓치지 말 것.

일기일회(一期一會)

티노 세갈

런던 예술의 메카 테이트 모던은 21세기 미술관 중 라이브 아트의 위상과 역할을 고민하며 퍼포먼스의 부흥에 가장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미술관 중 하나다. 테이트 모던은 지난 6월 17일부터 대대적인 새 단장을 기념해 여러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데, 그중 티노 세갈(Tino Sehgal)의 ‘This is Propaganda’도 포함됐다. 알다시피 티노 세갈의 퍼포먼스를 보려면 꼭 현장을 찾아야 한다. 티노 세갈이 대중매체에 퍼포먼스 현장 사진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 이는 그의 퍼포먼스에 참여하거나 관람하는 이들이 오롯이 작품에 몰두하게 하려는 의도다. 퍼포먼스가 열리는 장소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겐 무척 아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그의 퍼포먼스가 주는 폭발적인 현장감은 매력적이다. 미술관에 발을 들인 관람객이 예상치 못한 의외의 상황에 맞닥뜨리게끔 유도한 티노 세갈의 ‘This is Propaganda’는 그의 2002년 작품을 재현한 것인데, 전시장에 방문객이 들어서는 순간 여성 갤러리 가드가 짤막한 문구를 노래하는 형태로, 약속된 시간이나 정보 없이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작가가 훈련시킨 퍼포머는 마치 실제 가드인 것처럼 전시장에 서 있다가 관람객이 입장하면 등을 돌린 채 높고 힘 있는 목소리로 “This is propaganda, you know, you know, this is propaganda”라고 노래한 다음 천천히 다시 방문객을 향해 돌아서서 “You know, you know”라는 후렴구를 부른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작가와 작품명을 읊조리는데, 이는 캡션을 벽에 붙이는 대신 말로 알려주는 위트를 발휘한 것이다. 미술관에서의 경험, 예술품의 디스플레이 방법, 현대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보게 하는 그의 퍼포먼스는 강렬한 현장감 이상으로 미술사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Yasmin Jahan Nupur, Another Crazy Thing I can do, Dance!, Performance Pavilion, 2016

Courtesy of the Artist, Photo Courtesy of the Dhaka Art Summit and Samdani Art Foundation, Photo by Noor Photoface

남아시아 퍼포먼스의 선두주자

야스민 자한 누푸르

최근 남아시아 퍼포먼스 예술이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핫한 예술가를 한자리에 모은 ‘다카 아트 서밋(Dhaka Art Summit)’의 퍼포먼스 파빌리온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다카를 기반으로 삶의 생태학적 측면을 주목하고 커뮤니티 중심 생활을 탐구하는 퍼포먼스 예술가 야스민 자한 누푸르(Yasmin Jahan Nupur)는 지난 2월 5일부터 8일까지 ‘Another Crazy Thing I can do: Dance!’를 선보였다. 누푸르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성과 남아시아 이주민이 마주하는 계급의식과 사회적 차이를 주목하는 작가다.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 방글라데시 국가관 작가였으며 런던 델피나 파운데이션(Delfina Foundation) 퍼포먼스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국제적 작품 활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퍼포먼스를 몸의 예술이자 몸에서 기인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하며, ‘신체’는 퍼포먼스라는 영역이 다룰 수 있는 가장 광범위하고 활발한 소재이면서 관람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라고 믿는다. 허공에 의자를 매달고 그 위에 직접 앉아 있는 등 자신의 몸을 이용한 작업으로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일으킨 여성 예술가 누푸르를 기억해두자.

Alexis Teplin, Arch(The Politics of Fragmentation), Oil and Pigment on Linen Paintings and Performance, 2016 Performance Documentation and Installation View (2016) at Cockatoo Island for the 20th Biennale of Sydney

Courtesy of the Artist; Mary Mary, Glasgow; Gavlak, Los Angeles and Palm Beach; and CAR DRDE Bologna Photo by Document Photography

다양한 매체의 총체적 발현

앨릭시스 테플린

런던에서 활동하는 미국 아티스트 앨릭시스 테플린(Alexis Teplin)은 회화라는 장르 안에서 발생하는 동작과 소리의 경험을 연구한다. 밝은 색상을 사용하는 추상화의 영역을 확장해 종종 설치물의 배경으로 삼기도 하고 조각과 퍼포먼스를 위한 코스튬으로도 활용하는 그녀는 회화와 설치를 접목한 퍼포머티브 인스털레이션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미술사적이고 문학적인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를 참고해 관능, 미학, 문화, 부패의 상호작용을 탐험하는 것도 그녀의 몫. 지난 3월 18일부터 6월 5일까지 열린 제20회 시드니 비엔날레 참가작 ‘Arch(The Politics of Fragmentation)’(2016년)는 언어, 제스처, 역사, 원형의 관계를 구축한 프로젝트로 시드니 코카투 섬에서 영감을 얻은 장소 특정 퍼포먼스다. 널찍한 공간에 군데군데 세운 설치물에 알록달록한 색상을 채운 패치워크와 캔버스가 느슨하게 걸려 있고, 3명의 남녀 퍼포머가 그것과 같은 소재, 색감, 무늬의 그림을 덧댄 의상을 입고 작품 사이를 오가며 무대로 활용하는 한 편의 연극 같은 퍼포먼스다. 테플린은 자신의 기존 연극 프로젝트 ‘HE and HO for O’(2015년)의 대사에서 착안한 공작새 이미지를 타락과 무가치를 상징하는 인간 전형의 모습으로 활용해 정치적·시적·일상적 이미지를 모두 담아낸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이번 퍼포먼스에 쓰인 회화와 의상은 사실주의적 묘사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탈리아 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 <프란체스코, 신의 어릿광대 ‘The Flowers of St. Francis’>(1950년)에서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고. 반복을 통한 강렬한 패턴과 단순하면서 견고한 구조가 특징인 이 작품을 이토록 짧은 기사로만 감상하는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Ryan McNamara, Battle Ground, Solomon R. Guggenheim Museum

격정적인 에너지의 분출

라이언 맥나마라

최근 안무가들이 전시를 공연의 한 갈래로 활용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극장을 벗어나 미술관에 도달한 춤이 관람객의 눈에 자주 띈다. 라이언 맥나마라(Ryan McNamara)가 5월 2일부터 4일까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선보인 ‘Battleground’가 대표적이다. 맥나마라는 미술관 안에 댄스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패션과 예술, 춤을 결합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댄서. 구겐하임 퍼포밍 아트 시리즈 ‘Works & Process’ 중에서도 맥나마라의 ‘Battleground’는 격정적인 연출로 전례 없는 인기를 끌었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디자인한 독특한 미술관 건축과 구조 덕분에 퍼포먼스를 더욱 실감 나게 전달한 9명의 무용수는 ‘몸’을 매개로 퍼포머와 참여자가 각자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맥나마라의 손끝에서 탄생한 움직임을 통해 관람객은 문화적 시대정신을 읽었으며 소용돌이치는 삶의 에너지와 희열까지 보너스로 얻었다. 그룹 퍼포먼스와 솔로 액션을 함께 무대에 올려 비디오와 사진으로 재탄생시키는 그의 작업은 종종 독자적 작품 형태로 전시하기도 하니 이 점을 기억할 것.

Ugo Rondinone, Giorni d’Oro+Notti d’Argento
ⓒ Stefan Altenburger

설치미술 작품을 자처한 퍼포머

우고 론디노네

스위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가 지난 6월 10일부터 9월 11일까지 로마 MACRO(Museo d’Arte Contemporanea di Roma)에서 ‘Giorni d’Oro+Notti+d’Argento’를 선보이고 있다. 퍼포먼스 예술은 다른 시각물을 완전히 배제하고 퍼포머의 존재만으로 전시장을 채우는 경우도 있지만,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론디노네의 퍼포먼스는 설치 작품의 일부로 어우러지거나 시각물과 혼재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지난해에 국제갤러리 개인전을 통해 한국에서도 주목을 끈 그는 주로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색채를 활용하는 설치미술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로마 전시에서는 그만의 컬러 감각이 퍼포먼스를 통해 절정으로 치달았다. 마치 전시장에 놓인 설치 작품을 자처하는 듯 제각각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45명의 살아 있는 광대가 그 주인공.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등 그들이 취한 각기 다른 자세는 일상의 활동, 고립된 인간의 고뇌와 고통 등을 대변한다. 이러한 다양한 포즈는 론디노네의 설치 작품에서 익히 봐온 감각적인 컬러만큼이나 볼거리가 많고 눈부시다. 비록 직접 관람하지 못한다 해도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사진만으로도 그 황홀한 분위기와 감동이 그대로 전달될 것이다.

에디터 |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 백아영(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