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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부치는 다짐

LIFESTYLE

야구로 치면, 2017년 한 해를 역전 만루 홈런으로 마무리한 두 경영인을 만났다. ‘될까?’, ‘되겠어?’ 하는 세간의 의구심을 돌파하고, 부산 소주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선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와 해운대에서 기장 관광 시대를 연 아난티 코브 이만규 대표가 그들이다. 그리고 이제 이들의 2018년이 시작된다.

삼보일배 그리고 건배
거리에서 “부산 소주 살려달라” 호소하던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는 2017년을 반전의 해로 마무리했다.
반전을 위한 승부수는 2018년에도 계속된다.

2년 전, 부산 서면 부속 골목과 동래 지하철역, 광복로 일대에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하얀 도포 차림의 장정 10명을 선두로 대선주조 임직원 40여 명이 삼보일배하며 거리 행진을 수차례 벌인 것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회사가 부산 시민을 향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대선주조를 살려달라”며 길바닥에서 읍소했다. 지나치게 노골적인 간청이지만, 또 그게 부산 사람들끼리 통하는 정서가 아닐는지. 당시 캠페인 선두에는 조우현 대표이사도 있었다. 대선주조가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 10%대로 바닥을 치던 그 어려운 시기에 그는 회사의 대표로 선임되었다. 삼보일배 캠페인은 부산·경남 지역을 무대로 벌인 소주 전쟁의 서막과도 같았다.
이후 조우현 대표는 부산 사나이 특유의 뚝심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 판매가를 더 낮췄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과 캐릭터 공모전으로 브랜드를 어필했으며, ‘대선주조 직원의 일상’이라는 젊고 감각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고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무엇보다 1970년대에 대선주조의 전성기를 이끈 ‘대선소주’를 부활시켰다. 그렇게 중장년층의 추억을 소환하고, 20~30대 젊은 층에게는 복고풍 아이템으로 흥미를 유발했다. 대선소주의 파란 물결은 그야말로 파란을 일으켰다. 출시 이후 20%대였던 부산 소주 시장점유율이 9개월 만에 2배 이상 반등했고, 현재까지 부산 소주 시장 점유율 51%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판매량 4500만 병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우현 대표는 이를 두고 “독한 소주 시장에서 부드러운 맛으로 이겨냈다”고 말한다. “대선소주는 저도수 트렌드에 맞춰 알코올 도수 16.9도로 출시했습니다. 증류식 소주 원액, 천연 감미료인 토마틴과 벌꿀을 넣어 부드러운 맛을 구현했죠. 여기에 저희 연구진이 직접 개발해 특허등록한 원적외선 숙성 공법을 적용해 목 넘김도 한결 부드럽습니다.”
대선주조 공식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한 SNS 설문 이벤트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은 ‘소주요정’ 김건모를 대선 소주의 뉴페이스로 기용한 것도 신의 한 수. 특유의 넉살과 친근함이 곧 대선소주의 이미지로 등판하고, 이는 부산 사람들 정서에도 딱 맞아떨어졌다. 대선주조를 이끄는 조우현 대표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13개 계열사, 연매출 8000억 원대의 부산 대표 향토 기업인 비엔(BN)그룹의 2세, 시쳇말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경영에 뛰어들어 안정적 세대교체를 이룬 인물이다. 그룹 내 ‘어르신들’ 사이에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경영인이 되어 회사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한 그가 경영인으로서 가진 무기는 무엇일까? 싱겁게도 “그런 거 없다. 모른다. 다만 어지간해선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대선주조 현장에서 격의 없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습에서 그 답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대선주조는 위와 아래의 경계를 허물고, 너와 나가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며, 함께 이뤄보자는 파이팅이 넘친다. 조우현이라는 젊은 피의 수혈이 침체된 회사에 응급처치가 되었으리라.
부산 시민에게조차 지지를 받지 못한 뼈아픈 과거를 경험한 조우현 대표는 대선주조의 성장이 부산 시민에 대한 보답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선주조는 모기업인 비엔그룹과 함께 지역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꾸준히 해왔습니다. 2005년 40억 원을 출연해 부산 최초의 민간 주도 ‘시원공익재단’을 출범시킨 이후 지금까지 총 72억4000여 만 원을 공익사업에 썼습니다. 올해로 17년째 ‘장애인의 날’ 행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항축제’, ‘부산불꽃축제’ 등 지역의 대표 축제에도 적극 동참해 후원하고 있죠. 저소득층, 취약 계층, 소년 소녀 가장, 장애인, 기초 생활 수급자 등 여전히 도움에 목마른 이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걸 늘 마음에 새기고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17년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했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경영인으로서 자신의 성적표에 겨우 “10점 만점에 5점 정도 써낼 수 있겠다”는 조우현 대표는 2017년의 성과를 직원들과 간단히 소주 한잔 기울이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자축의 건배사는 ‘건강하자’. 건강해야 소주 회사에도 다닐 수 있는 거라고.
어느 문학가는 소주를 두고 ‘이슬과 불과 땀의 술’이라 했다. 대선주조 조우현 대표가 만든 대선소주도 그렇다. 젊은 경영인 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흘린 땀도 있고, 불같은 열정도 있으며, 이슬처럼 맑은 정신도 있다.

기획력이 없으면 입지도 없다
지난해 7월에 오픈한 아난티 코브는 부산 관광지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리조트 사업에서 에머슨퍼시픽의 이만규 대표는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짤 줄 아는 남자다.

5년 전, 기장읍 시랑리 바다의 민낯을 바라본 이만규 대표는 무릎을 쳤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후 깃발을 꽂은 심정이 딱 이랬을까? 여기다 싶었다. 그런데 정작 이 땅에 발 붙이고 사는 부산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고급 리조트를 해운대도 아닌 기장에 짓는다고? 그게 가능하겠어?” 대부분의 사람들 생각은 이랬다. 비행기 마일리지가 180만 마일이 넘을 만큼 세상 좋다는 곳은 다 가본 그였다. 그가 본 기장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빼어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었다.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 아난티 가평, 남해 힐튼에 이어 에머슨퍼시픽의 이름으로 이곳에 고급 리조트를 지을 이유가 확실해졌다.
“어디를 가든 ‘장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이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건 뭘까?’, ‘무엇을 위해 사람들은 이곳에 오는 걸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그 생각을 수정하며 정말 많은 시간을 기획 단계에 할애합니다. 때로 보통 경영자의 시선에선 ‘비효율적이다’ 싶을 만큼. 그러나 사실 효율성도 상대적인 것 아닐까요? 이렇게 많은 시간과 고민과 정성을 들인 리조트가 경영자 입장에선 다소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지라도 그 총체적 결과물을 경험하는 고객의 입장에선 그렇게 정성을 들인 곳에서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해운대가 아닌 기장에 아난티를 짓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우려와 편견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빼어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그토록 완강하다니. 그래서 전 반대 입장에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죠. ‘리조트 때문에 이곳으로 사람들이 오게 하고 싶다’고.”
아난티 코브는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의 의심을 감탄사로 바꿔놓았다. 이만규 대표의 확신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다. 아난티 코브를 오픈한 후, 그는 “하나의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에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5년의 준비 기간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케 한다.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다’, ‘부산 기장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담긴 아난티 코브는 입지에 대한 세간의 편견을 불식시키고자 사계절 내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여름에는 다양한 인피니티 풀을, 가을에는 서점 ‘이터널 저니’를 비롯한 아난티 타운의 다양한 레스토랑과 숍을, 겨울에는 새로운 스타일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워터 하우스를, 그리고 봄에는 아난티 코브를 둘러싼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가 부산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난티 코브가 오픈한 후, 부산 사람들에게 기장은 하루 이상 머물 수 있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리조트 내에서는 물론, 기장 시장이나 대변항 맛집과 산책로 등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내죠. 그 덕분에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었다고 해서 무척 뿌듯합니다.”
리조트 전체가 삶의 치유와 휴식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아난티 안에 채운 다양한 콘텐츠가 새로운 기호와 취향을 제시하고 경험해보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난티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이만규 대표는 크리에이티브한 영감에 대한 강박을 늘 달고 산다고 한다. 그에게 리조트는 기획·설계해 완성한 후 오픈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알을 깨고 나온 새로운 세상이자 시작’이 된다. “리조트 사업을 20년 넘게 해왔지만,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꼭 저 자신에게 묻는 것이 있습니다. ‘과연 여행의 본질이란 게 뭘까? 사람들이 원하는 여행은 무엇일까?’ 새로움, 설렘, 에너지와 열정, 이런 복합적인 감성을 얻어갈 수 있는 곳. 그것이 바로 여행지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다양한 감성을 아난티에 녹여내려 합니다. 프라이빗하지만 고립되긴 싫고, 자연적이지만 벌레 많고 씻기 불편한 것을 감수하긴 싫고, 아무것도 안 하며 쉬고 싶지만 너무 심심한 것은 싫고… 설령, 그것이 서로 모순된 감정일지라도 접점을 찾아 리조트에 담으려고 합니다.”
아난티 코브에는 이만규 대표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따로 없다. 그가 부산에 잘 내려오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직원들을 상대하고, 고객의 동선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게 아난티 코브에서의 쉼은 설계된다. 2018년에도 계속.

 

에디터 손지혜(프리랜서)
사진 공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