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온다
2020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어릴 때 내게 2020년은 한 편의 공상과학 영화와도 같았다. 상상 속에서 2000년 하고도 20년이 더 흐른 그 시기는 무엇이든 가능했다. 과학의 날에 그리던 그림에는 해저 세계가 넘실댔고, 사이보그가 우글댔다. 아득하게만 느껴지던 2020년. 악당 로봇에 맞서 싸울 줄 알았던 586세대는 예상치 못한 밀레니얼 세대와 고군분투 중이다. 통상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1996년에 탄생한 이들을 일컫는데, 미국 작가 윌리엄 스트라우스와 닐 하우가 1991년 출간한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20대부터 본격적인 소비 주축이 되는 40대까지, 은퇴 세대로 진입한 베이비 부머 세대를 대체하며 사회의 주역이 된 이들은 2020년 새로운 소비 문화와 생활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30년간 금융계와 언론을 넘나들며 한국 경제를 다각도로 분석해온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와 박종훈 KBS 보도본부 경제부장은 <밀레니얼 이코노미>에서 앞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이끌어갈 한국 경제를 전망한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이 세대가 이토록 힘들어하는 이유와 세대교체가 지연되는 국내 노동시장을 분석하고, 올해 정부의 정책, 공유 경제, 스타트업 등 떠오른 쟁점을 통계 수치와 그래프로 풀어나간다. 덧붙여, 두 이코노미스트는 재테크 방법과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조언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저성장 시대에 갇혀 역사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라 불리는 밀레니얼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이 조금은 풀릴 것이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 전략 컨설턴트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20>에서는 2020년 키워드로 ‘느슨한 연대’를 꼽고 올해 피부로 느끼는 사회적 변화와 새로운 어젠더를 퍼뜨릴 주류를 살펴본다. 기존 관계와 연대가 지닌 문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느슨한 연대는 집단주의적 관점에서는 다소 이기적이지만, 개인주의적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 결혼 제도와 결별을 택하는 사람이 늘고, 더 이상 가족 같은 회사는 통하지 않으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요즘 세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온전히 개개인의 경험과 매력으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늘면서 지위나 나이 같은 전통적 위계질서도 예전처럼 견고하지 않은 것이 사실. 작가의 말처럼, 강제성과 끈끈함보다는 자율성과 느슨함이 보장될 때 모두의 행복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파이어족이 온다>는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대신 스스로 행복을 찾는 전 세계 30~40대의 라이프스타일 이야기다. 경제적 자유(Financial Independence),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약자 FIRE는 극단적 절약과 저축, 낮은 비용의 투자로 경제 상황을 통제하면서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되찾으려는 이들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할 필요 없는 수동적 소득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 20대와 30대 때는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않고 여행도 포기하는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경제적 자유에 도달하는 것을 꿈꾼다. 한층 여유로워진 그들은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여생을 보낼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의 장래 희망이 유튜버가 되고 환경과 지속 가능성이 매력적인 마케팅 코드가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또 모를 일이다. 우리를 둘러싼 사회 변화와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새로운 기회가 눈앞에서 기다릴지.
에디터 김민지(mj@noblesse.com)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