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기다렸습니다
내년 3월부터 11월까지 나오시마와 데지마 등 세토 내해의 섬에서 큰 축제가 펼쳐진다. ‘2016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다. 예술제 개막에 앞서 도쿄에서 열린 프레스 브리핑에 다녀왔다.
우크라이나 작가 알렉산더 포노마레프(Alexander Ponomarev)도 혼지마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의 작품은 2014년 작품인 ‘Voice in the Wilderness’
Photo by Raimar von Wienskowski
“섬에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이 소박한 문구는 다름 아닌 나오시마를 포함해 세토 내해(內海)에 있는 12개 섬과 14개 장소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할 ‘2016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Setouchi Triennale 2016)’의 표어다. 데지마, 메기지마, 이누지마, 쇼도시마, 나오시마 등 세토 내해의 섬들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가와 현에서 기획한 축제로 2010년 시작, 내년이면 3회째를 맞는다.
지난 10월 21일, 도쿄 주오 구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코레도(Coredo)’의 니혼바시 미쓰이 홀(Nihonbashi Mitsui Hall)에서 2016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에 참여하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고 부대 행사를 설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실행위원회 회장이자 가가와 현 지사인 하마다 게이조와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총괄 프로듀서 후쿠타케 소이치로, 주일 호주 대사 브루스 밀러, 주일 에스토니아공화국 대사야크 렌즈멘트,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총괄 디렉터 기타가와 프램을 비롯해 국내외 언론 매체와 미술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나오시마, 이누지마, 데지마 등 세토 내해의 섬들을 돌아다니다보면 사진과 같이 재미난 풍경을 선사하는 집이 많다.

요다 요이치로(Yoichiro Yoda)는 본인이 염원하던 영화관 ‘Megi Island Theatre’를 메기지마에서 제작할 예정이다. 보이는 작품은 영화관 스케치다.
“섬을 찾는 외지인의 ‘관광’이 곧 섬사람의 ‘행복’이 되어야 한다”는 이 예술제의 주제는 ‘바다의 복권’이다. 로또를 뜻하는 복권이 아니라 상실한 권세를 다시 찾는다는 의미의 ‘복권(復權)’. 전 세계가 글로벌화, 효율화, 균질화되는 흐름 속에서 섬의 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역이 활력을 잃으면서 섬마다 고유의 특성도 사라지고 있는 상태.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던 세토우치 섬에 활력을 되찾아주고 세토우치 바다가 지구 상 모든 지역의 ‘희망의 바다’가 되게 하자는 것이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의 목표라면 목표다. 총괄 디렉터 기타가와 프램은 행사의 개요를 발표하며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는 철저히 지역에 충실한 축제입니다. 표어처럼 세토 내해 섬에 거주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등 지역 주민에게 즐겁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죠. 그러나 그 안에서 세계와 연결되고 시대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범지구적 예술을 보여주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요소입니다”라고 지역과 세계 예술 사이의 접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는 아트 프로젝트 이벤트와 함께 다른 장르와의 연대와 교류에도 초점을 맞췄다. 바로 세토우치의 음식을 맛보는 음식 프로젝트다. 음식은 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동시에 관광객과 지역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다. 그 때문에 각 섬의 토종 음식을 소개하고 관광객이 수준 높은 미식을 경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주최 측의 강력한 의지. 이날 열린 행사에서도 세토우치의 풍부한 식자재와 토속 음식, 예를 들면 올리브 절임이나 마른 멸치, 세토 내해에서 나는 생선으로 만든 생선조림을 그 지역의 사케와 함께 서빙해 참가자들의 입을 즐겁게 했다.
12개의 섬과 항구에서 열리는 아트 프로젝트에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한국, 태국, 호주 등에서 많은 작가가 참여한다. 데지마에서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가 2014년에 파리의 튈르리 공원과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보여준 풍경을 이용한 장대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테크놀로지에 의해 변해가는 인간의 거주 방법을 주제로 작업하는 일본 작가 스푸트니코는 데지마의 개조한 민가를 무대로 작품을 설치한다. 메기지마에서는 태국 작가 나빈 라완차이쿨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한 작업을 보여주며 미술의 바람직한 경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영화 마니아인 작가 요다 요이치로는 본인이 염원하던 영화관을 제작한다.
이외에도 한국의 임민욱 작가와 브라질의 오스카르 오이와, 대만의 왕원치,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고시노 준코, 중국 작가 린톈마오, 호주 퍼포밍 작가 그룹 등 많은 작가가 ‘있는 것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기치 아래 섬사람과 협업한 재미나고 신선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첫해를 제외하고 2013년부터는 봄·여름·가을 시즌으로 나누어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봄(3월 20일~4월 17일), 여름(7월 18일~9월 4일), 가을(10월 8일~11월 6일), 총 108일간 섬 곳곳에서 축제가 이어진다. 좀 더 많은 섬을 방문하고 싶다면, 예술제 기간에 작품과 그 주변 시설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 감상 패스포트’를 추천한다. 일본 전국의 주요 편의점과 여행사에서 판매하는데, 지추 미술관과 데지마 미술관, 나오시마 센토(일본 목욕탕) 등은 별도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고.
전 세계,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벤치마킹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예술이 어떤 식으로 국경을 초월한 연결 고리를 낳는지, 바다라는 자연 요소가 어떻게 예술에 영감을 주는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예술제가 시작된 이후 많은 관광객이 이 섬을 찾았고 지난해에는 1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제1회 일본 관광청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떠나가는 섬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선택한 예술 섬 만들기. 2016년을 놓치면 다시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내년 이곳을 더욱 찾게 한다.
바다의 복권’을 표어로 내세운 2016 세토우치 국제 예술제 포스터

브라질 작가 오스카르 오이와(Oscar Oiwa)는 90도 회전하는 일본의 가옥 ‘Room within a Room’을 선보인다.

이누지마에서 바라본 세토 내해의 평화로운 바다 풍경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