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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라는 숫자가 주는 유쾌함

LIFESTYLE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에 대한 기억은 이런 것이다. 하몽과 리오하 와인, 구겐하임 미술관과 프랭크 게리, 그리고 BMW와 4시리즈. 이들의 조합엔 공통분모가 있다. 기대 이상의 하모니를 이루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생각할수록 완벽한 페어링이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었던 빌바오에서의 시간은 BMW가 초대한 뉴 4시리즈 그란 쿠페와 뉴 X4 글로벌 런칭 행사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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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428i 그란 쿠페

BMW 4시리즈에 대한 단상
잘난 세 아들 사이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딸들. 이 집안의 스마트하고 출중한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건 물론, 우아하고 도도한 매력까지 갖췄다. 몇 달 전 BMW 428i 컨버터블을 잠깐 시승할 기회가 생겼을 때 문득 그런 비유가 떠올랐다. 4시리즈는 세단은 홀수로, 변형 모델인 쿠페형 모델은 짝수로 전체 플롯을 다시 짠 BMW의 새로운 네이밍 전략에 의해 탄생했다. 중형 세그먼트에 속하는 4시리즈는 3시리즈의 가지치기 모델이다. 3시리즈는 BMW의 스포츠 성능과 젊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집약적으로 반영한 세그먼트다. 잘 만든 3시리즈라는 바탕 위에 새롭게 재정비한 4시리즈는 심미적 디자인과 다이내믹한 성능을 요구하는 쿠페형 모델의 특징을 탁월하게 반영해냈다.
지난해 말 4시리즈 쿠페를 국내에 처음 런칭했을 때가 기억난다. 런칭 장소로 택한 경기도 파주의 미메시스 뮤지엄은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것으로 하나의 덩어리 안에 곡면으로 이뤄진 여러 개의 전시 공간을 담은 독특한 건축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 앞에서 베일을 벗은 4시리즈 쿠페는 뮤지엄의 추상적 실루엣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 작품을 연상시켰다. BMW의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가 빚어낸 아름다운 디자인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장면이었다. 4시리즈는 BMW 디자인의 미학을 가장 잘 드러내면서도 6시리즈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쿠페 라인이라는 점, 기존 3시리즈 쿠페의 후속이면서도 4라는 숫자를 내걸고 처음 나왔다는 점, 그리고 6시리즈에 이어 짝수 시리즈 전략의 체계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1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 호텔 앞에서 멋진 자태를 드러낸 뉴 4시리즈 그란 쿠페
2 뉴 4시리즈 그란 쿠페의 뒷좌석. 3명까지 앉을 수 있는 널찍한 4+1인승이며 등받이는 접이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3 앞좌석은 블랙 패널 룩으로 이뤄진 라운드 인스트루먼트와 대시 보드 위로 솟아 있는 플랫 스크린의 i 드라이브 모니터 등으로 우아함을 강조했다.

우아하고 실용적인 진화, 4시리즈 그란 쿠페
4시리즈 쿠페에 이어 컨버터블 모델이 올해 초에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 빌바오에서 만난 세 번째 모델은 4시리즈 라인업을 완성할 뉴 4시리즈 그란 쿠페다. 쿠페·컨버터블 모델과 달리 2도어가 아닌 4도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기대감을 준다. BMW의 중·소형차 기술 개발 담당자는 6시리즈 그란 쿠페가 6시리즈 전체 라인업에서 60% 이상의 판매율을 보일 만큼 성공적이라고 밝히며 좀 더 젊고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 4시리즈 그란 쿠페의 성공도 확신했다. 확실히 뉴 4시리즈 그란 쿠페는 2도어 쿠페보다 늘씬하게 길어진 루프 라인 덕분에 더 우아한 느낌을 준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면서 차량 후면의 리어 쿼터 패널과 트렁크 덮개 속으로 부드럽게 흘러 들어간다. 전장과 전폭, 휠베이스는 기존 쿠페와 수치가 같지만 전고가 조금 더 높다. BMW 쿠페의 특징적 디자인인 프레임 없는 도어도 매끈한 외형을 완성한다. 실내는 말할 것도 없이 2도어 쿠페보다 훨씬 여유롭고 안락하다. 특히 헤드룸이 넉넉해서 더 쾌적한 느낌을 준다. 앞좌석은 BMW 차답게 운전자 중심 설계가 돋보인다. 공간을 레이어로 구조화한 레이어링 구조를 적용, 운전과 관련된 주요 조작 버튼을 모두 운전자 주변에 인체공학적으로 배치해 모든 기능에 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뒷좌석은 좌우 2개의 좌석을 별개로 설치한 듯 보이지만 가운데에 또 한 명의 승객이 앉을 수 있는 구조라 실용적이다. 세단 못지않은 기능성을 갖추었다는 것은 트렁크를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쿠페는 트렁크 공간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지만 그란 쿠페는 3시리즈 세단과 동일한 사이즈로 유모차 또는 골프 백 2개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분할 접이식 등받이를 이용하면 2.5배나 확장할 수 있다.

뉴 4시리즈 그란 쿠페는 소재의 조합과 기능, 디자인, 캐릭터에 따라 스포츠·모던·럭셔리 라인, BMW 인디비주얼 프로그램, M 스포츠 패키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우리가 시승한 모델은 스페인 하늘빛에 잘 어울리는 에스토릴 블루 메탈릭 컬러를 입은 뉴 428i 그란 쿠페의 M 스포츠 패키지 버전. 전면부의 대형 공기 흡입구, 18인치 혹은 19인치 경합금 휠, 스포티한 M 전용 실내 장비와 스포츠 시트 등 한층 역동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4시리즈 그란 쿠페의 엔진은 토크가 더 좋아져 가속하는 재미가 배가된 느낌이다. 435i 그란 쿠페에 장착한 6기통 가솔린엔진과 418d, 420d 그란 쿠페에 들어가는 2.0리터 배기량의 디젤엔진까지 모두 BMW의 최신 트윈 파워 터보 기술을 접목한 덕분이다. 428i 그란 쿠페에 얹은 2.0리터 4기통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은 가벼우면서도 활기찬 느낌을 준다. 낮은 회전수에도 그르렁거리며 강력한 힘을 발휘하다 5000rpm을 넘을 때까지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시원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효율성도 좋다. 헤드라이트 라인 아래쪽인 프런트 에이프런에 거대한 공기 흡입구가 있는데, 그 양쪽 가장자리의 에어 커튼을 통해 앞바퀴 바깥 면 주변에 기류를 형성하고 에어 브리더를 통해 공기가 빠져나간다. 이 에어로다이내믹 기술 덕분에 고속 주행 시에도 연료 소모량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단수가 더 많아져 기어 변경 시 엔진 회전수 상승을 줄일 수 있는 8단 자동변속기를 옵션으로 장착했고 에코 프로(Eco Pro)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연료 소모량을 더 줄일 수 있다. 8단 변속기는 변속할 때 민첩하면서도 부드러워 다이내믹하게 달리고 싶을 때도, 혹은 편안하게 순항하고 싶을 때도 다양한 운전 스타일에 맞춰 재미있는 드라이빙 감각을 선사한다. 또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스톱/고 기능,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을 경고해주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등을 포함한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 시스템을 통해 한층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전을 돕는다.

 

숫자 4와 BMW X 패밀리의 만남
이번 빌바오 행사에서 BMW가 내민 또 하나의 4 카드는 X4다. 4시리즈 쿠페와 마찬가지로 SAC, 즉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라는 영역을 개척한 X6의 4 버전인 셈이다. X4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처음 X6가 나왔을 때 왜 이런 형태의 차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고 밝혔다. X6 디자인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 건 사실이지만, X4는 그보다 좀 더 스포티하면서 세련된 느낌으로 다듬은 듯하다. 뉴 X4는 X3를 기반으로 개발한 모델이지만 X3보다 길고 낮아 노면에 좀 더 밀착된 듯한 생김새로 훨씬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또 X3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다이내믹 캐릭터를 지녔다. 전면부부터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앞쪽 가장자리의 대형 공기 흡입구, 프런트 에이프런의 캐릭터 라인, 트윈 헤드라이트 등이 어우러져 역동적 존재감을 발산한다. 무엇보다 4라는 숫자가 붙은 만큼 정통 스포츠 쿠페의 디자인을 따른 루프 라인이 이 차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앞좌석 윗부분을 최고점으로 해 테일 게이트 끝까지 부드럽게 떨어진다. 뒷좌석은 2개의 개별 시트로 구성했지만 3명도 편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트렁크의 테일 게이트를 여닫을 때 뒷범퍼 하단에 발을 대는 것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컴포트 액세스 기능을 기본으로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뉴 X4는 각각 3종류의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모든 엔진에 4시리즈 그란 쿠페와 마찬가지로 트윈파워 터보 기술과 BMW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기술을 적용해 강력한 힘과 탁월한 효율성을 보여준다. 빌바오에서 시승한 BMW 뉴 X4 35i M 스포츠 패키지는 3.0리터짜리 직렬 6기통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을 얹었다. 낮은 회전 구간에서 최대토크를 내고 6000rpm 내외에서 300마력이 넘는 최대출력을 발휘해 저속에서도 쫀득한 재미가 느껴지고, 속도를 높이면 짜릿한 가속감을 맛볼 수 있다. 기본으로 장착한 라운치 컨트롤을 작동하면 0-100km/h를 5.5초 만에 주파하는 성능을 발휘하는데, 그럼에도 연비가 12.0km/ℓ에 달할 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은 편이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는 차체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기본으로 적용한 퍼포먼스 컨트롤과 접목해 주행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양쪽 뒷바퀴에 가변적으로 분배한다. 이 시스템은 가변적인 스포츠 스티어링, 더 단단하고 타이트해진 서스펜션과 결합해 직선 주행은 물론 코너를 돌 때도 안정적이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1 스포티한 캐릭터를 살린 뉴 X4의 앞모습
2 2시트 형태를 띤 뉴 X4의 뒷좌석은 분할 접이식 등받이를 접으면 트렁크 공간을 더 여유롭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3 정통 스포츠 쿠페의 디자인 언어가 잘 드러난 측면

최고의 하모니
뉴 4시리즈 그란 쿠페와 뉴 X4를 타고 빌바오 시내와 교외를 신나게 누볐다. 스페인 북쪽의 바스크 지방에 위치한 빌바오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날씨가 흐리고 쌀쌀했는데, 신기하게도 테스트 드라이브를 시작한 둘째 날부터 반짝 해가 나면서 따뜻해졌다. 그러다 이내 후두두 비가 쏟아지며 변덕을 부리기도 했지만 4시리즈 그란 쿠페와 X4는 어떤 순간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빌바오 시내에 출현한 이 두 모델은 굉장히 특별해 보였다. 4시리즈 쿠페를 처음 국내에 선보일 때 파주의 미메시스 뮤지엄 앞에서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처럼, 새로운 4시리즈에 추가한 두 모델의 쿠페 외형 또한 구겐하임 빌바오 뮤지엄과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전시한 미술품보다 자유롭고 파격적인 조형미의 해체주의 건축가로 유명한 프랭크 게리의 작품으로 더 유명한 이 뮤지엄은 티타늄과 유리, 밝은 베이지 톤 석회암으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형태다. 그 덕분에 쇠퇴해가던 공업 도시 빌바오가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 도시, 현대적 건축 도시로 탈바꿈해 ‘빌바오 효과’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다. 뉴 4시리즈 그란 쿠페와 X4도 그렇다. BMW는 이 두 모델을 통해 4라는 숫자가 주는 특별한 의미를 최대한 부각시키고 이미지를 공고히 한 듯 보인다.
시승 둘째 날에는 X4를 타고 빌바오에서 약 120km 떨어진 리오하 지방의 와인 도시 엘시에고에 자리한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로 향했다. 역시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와이너리 겸 호텔이다. 해체된 곡면의 독특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이 호텔 앞에 늘어선 수십 대의 파란색 4시리즈 그란 쿠페와 빨간색 X4를 보면서 또 한 번 서로 다른 조형물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안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맛본 짭조름한 스페인 하몽과 우아한 풍미를 지닌 레드 와인, 정말 탁월한 조화였다. 이 모든 것은 우연하게도 비슷한 감상을 품게 했다. 프랭크 게리가 고전적 도시 빌바오를 선택한 것처럼, 리오하 지역의 테루아가 스페인의 대표적 음식 하몽과 근사한 마리아주를 이루는 것처럼, BMW가 4라는 숫자를 통해 모던하고 우아하면서도 합리적인 멋을 지닌 쿠페 라인을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낸 건 더할 나위 없이 신나고 유쾌한 일임이 틀림없다.
지난 5월 말 2014 부산국제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데뷔한 뉴 4시리즈 그란 쿠페와 7월에 출시하는 뉴 X4, 그 특유의 쿠페형 디자인과 유쾌한 드라이브 감각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아마도 이 차는 아직 싱글이거나 어린아이를 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 넥스트 카를 구입할 때 가장 좋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3시리즈 같은 중소형 스포츠 세단을 타자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뭔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5시리즈를 비롯한 중대형 세단으로 넘어가기엔 아직 이른 느낌이 드는 이들에게 말이다. 혹은 스포츠카를 데일리 카로 구입하거나 몸집 큰 SUV를 타자니 왠지 부담스러운 이에게 4시리즈 그란 쿠페와 X4는 현실적인, 그러나 최고로 멋지고 유쾌한 해답이 될 것이다.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