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도대체 뭔데?
세상이 변한다. 인류가 진화한다. 거대한 물결이 눈앞에서 출렁인다. 변곡점에서 거론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알아봤다.

‘4차 산업혁명’은 IT 분야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뜨거운 키워드다. 단기간에 주목받다 보니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잘못 이해하거나 편향적 해석과 왜곡 역시 퍼져나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4차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간극
꽤 오래전의 기억인데, 미국에서 온 친구와 대화를 주고받다 패밀리 레스토랑 T.G.I.Friday’s 이야기가 나왔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듯이 T.G.I.라고 하니 웃으면서 미국에서는 Friday’s라고 부른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겠지만 한국에서 풀 네임인 T.G.I. Friday’s에서 뒤쪽의 Friday’s를 생략하고 T.G.I.라고 부르듯이 ‘4차 산업혁명’을 뒤쪽의 ‘혁명’을 떼어버리고 ‘4차 산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이것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사람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개념의 혼재인데, 그중에서 가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개념은 산업 분류에 따른 착오다. ‘1차 산업: 농업, 광업, 수산업, 2차 산업: 제조업, 3차 산업: 서비스업’이므로 4차 산업은 서비스업 이후 새로 생긴 산업 분류로 오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착오는 언론 보도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일반인의 인식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X차 산업’에 대한 오해 말고 ‘산업혁명’에 대한 오해도 동시에 존재한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에 쓴 <제3의 물결(The 3rd Wave)>에서 제1의 물결을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을 ‘산업혁명’, 제3의 물결을 ‘정보혁명’으로 정의했다. 그러다 보니 산업 분류와 물결 이론이 섞여서 1차 산업혁명을 농업혁명, 2차 산업혁명을 산업혁명, 3차 산업혁명을 인터넷(정보)혁명, 4차 산업혁명을 인공지능에 의한 혁명이라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 교수가 주창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3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역시 생긴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의 제러미 리프킨 교수(1945년~)가 2012년 펴낸 저서 <3차 산업혁명>에서 3차 산업혁명을 ‘인터넷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발달과 재생에너지의 발달에 의해 수평적 권력 구조로 재편되는 혁명’이라고 주장한 것이 처음이다.
애초에 산업혁명 자체가 1차, 2차 3차, 4차의 차수로 구분되는 개념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정식으로 부를 수 있는 사건은 영국에서 1750년부터 1830년에 걸쳐 일어난 산업 혁신으로, 기계의 발명을 통해 석탄과 철을 주원료로 하는 면직물, 제철공업 분야의 혁신을 이룬 것을 말한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나 슈바프 교수가 말하는 1차·2차·3차 산업혁명이라는 분류는 모두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타포로 ‘X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올바른 이해다. 4차 산업혁명과 거의 유사한 개념으로는미국의 AMI(Advanced Manufacturing Initiative), 독일과 중국의 ‘인더스트리 4.0’이 있다. 한국에서는 ‘제조 3.0’이라고도 부른다.
4차 산업혁명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민
슈바프 교수가 정의하고 주장한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은 인공지능, 로봇 기술, 사물 인터넷(IoT), 생명과학 등을 통해 생산 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 과정의 최적화를 이루는 산업 혁신을 말한다. 필자가 이를 ‘산업혁명’이라 하지 않고 ‘산업혁신’이라고 쓴 이유는 아직까지는 ‘초기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슈바프 교수의 주장은 상당히 현실 가능성이 높으며 강력한 파괴력이 예상된다는 점을 부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혁명이라고 불러야 하는 시점은 그 사건이 종료된 이후여야 하지 시작되거나 진행되고 있는 시점은 아니라는 의미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은 분명히 가내수공업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았지만, 대체된 공장의 일자리뿐 아니라 공장의 기계를 만드는 직업, 기계를 판매하는 직업, 기계를 운반·설치하는 직업, 기계를 수리하는 직업, 대량생산된 제품을 유통하는 직업, 유통할 제품을 광고하는 직업, 마케팅하는 직업이 새로 생겨났다. 기술 혁신은 구시대의 직업을 없애고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왔다. 이렇듯 이제까지 기술 혁신을 통해 없어진 직업의 수보다 많은 직업이 새로 생겨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혁신은 단순히 ‘생산’의 자동화뿐 아니라 ‘물류’, ‘유통’, ‘관리’ 등 전방위에 걸쳐 일어날 것으로 보이며, 블루칼라 영역 외에 화이트칼라의 영역 역시 상당 부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 틀림없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우리가 지금은 인지하지 못하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겠지만 이전의 혁신과 달리 인공지능에 의한 인력 대체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한 데다 새로 생기는 직업 역시 인공지능에 맡겨질 것, 그리고 인공지능이 맡고 남은 일자리 중 인간에게 돌아갈 직업의 수는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 분야에서 인간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진다면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많은 정치인이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거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경우 인간은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은 어떤 영역일까? 물론 인공지능의 수준과 딥 러닝을 위한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여 있느냐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겠지만 몇 가지 기준으로 보면 인공지능의 수준이 최고치로 올라가도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 힘든 직업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런 직업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어떤 직업을 가지라고 해야 할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글 김석기(동양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