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에게만 발송된 초대장
슈퍼리치들의 전유물이던 헤지펀드가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49인에게만 허락된 초대장,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하기
글로벌 자금 흐름부터 가상화폐 투자까지 다양한 고급 정보(?)들이 오간다는 강남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교 모임은 금융투자업계에 빠지지 않는 가십거리다. 실제 강남의 몇몇 아파트 단지와 PB센터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는 단순한 모임을 넘어 ‘펀드’로 발전하기도 한다. 소수 정예로 모인 부자들은 거액의 자금으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비상장 주식에 베팅하거나 도심 한복판의 알짜배기 빌딩을 매수해 공동 건물주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부터 강남 사모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사모펀드’ 이야기다.
최소 자금 1억~3억 원, 자금 있어도 초대받지 못할 수도
투자 목적에 따라 다양한 사모펀드가 있지만 그중 슈퍼리치에게 각광받는 상품은 헤지펀드(hedge fund,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다. 위험에 대비해 ‘울타리를 친(hedge) 펀드’라는 의미의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투자자에게 ‘절대 수익’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슈퍼리치의 거금이 오가는 만큼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도 그야말로 스타들이다. 조지 소로스, 존 폴슨 등은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헤지펀드 대부들의 이름이다. 수십조에서 수백조 원의 자금이 몰리는 국내외 헤지펀드업계에는 그야말로 ‘선수’들이 모여든다. 이렇게 투자업계 기린아들이 모여 거금을 운용하는 최고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누구에게나 ‘초대장’이 발부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 49명에게만 권할 수 있는 펀드인 만큼 제한된 사람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고 상대적으로 큰 투자금을 받는다. 소수의 거부와 기관투자가들의 시장으로 인식된 만큼 아직까지 절대 다수가 헤지펀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 투자자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직접 가입하기 위해 나섰다면 먼저 최소 투자금 허들을 넘어야 한다. 현재 최소 가입 금액은 1억 원(레버리지 비율 200% 이내인 펀드) 내지 3억 원(레버리지 비율 200% 이상인 펀드)이다. 말 그대로 최소 금액이며 실투자금은 개인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을 베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국만의 제약은 아니다. 미국은 개인 투자자의 자격 조건을 더 까다롭게 적용한다. 이 자격 조건을 만족시키는 투자자를 ‘적격 투자자(accredited investor)’라 하는데, 연 수입이 20만 달러(약 2억2000만 원) 이상이거나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자산이 100만 달러(약 11억 원) 이상인 경우로 한정한다. 연 수입까지 조건에 넣은 이유는 헤지펀드 투자로 손실을 봐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만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공모펀드에 비해 비싼 수수료도 개인 투자자의 경우 심리적 벽이 있다. 헤지펀드 수수료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통상 2%의 운용 수수료와 20%의 성과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선수들만 아는 운용 방식
헤지펀드라는 용어는 ‘양다리 걸치다’라는 속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위험 요소를 여러 곳에 분산시킨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단순히 오를 주식을 사는 형태가 아니라 떨어질 곳에도 함께 베팅하는 롱숏펀드가 대표적이다. 헤지펀드는 주식 외에 환율이나 공매도, 부동산 등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투자처에 베팅한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투자 방법과 수익률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돈을 맡겨놓았지만 환매 제한에 투자 방식도 알 수 없는 다소 독단적일 수 있는 룰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형 헤지펀드의 인기는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2015년 말 3조4000억 원이던 설정액은 올해 들어 13조 원대로 성장해 4배 가까이 불어났고 펀드 수도 7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400개 넘는 펀드가 새로 등록됐다. 1%대에 불과한 예금 금리, 정부가 추가 규제를 예고한 부동산 시장의 위축, 공모펀드의 부진 등 복합적 원인으로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투자 전략으로는 올라갈 것 같은 주식을 사고(long) 내려갈 것 같은 종목을 파는(short, 공매도) 롱숏 전략을 펼치는 상품이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기채권형 레포펀드나 메자닌(CB・BW)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혼합한 상품이 새롭게 각광받는 추세다. 이외에 기업공개(IPO)에서 나오는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헤지펀드를 활용하기도 하고 빌딩 등 부동산 대체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최소 500만 원으로 헤지펀드 분산투자
최근에는 접근 자체가 어렵던 헤지펀드 시장이 조금씩 벽을 허무는 모양새다. 2016년에는 금융 당국이 헤지펀드의 최소 투자 금액 규제가 일반 투자자의 투자를 막고 있다며 최소 5개의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도 도입했다. 공모펀드 시장이 열리면서 일반인도 500만 원만 있으면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펀드에 일반 투자자가 자금을 대는 방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헤지펀드에 펀드 순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하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동일 펀드에 20% 이하로 투자하며, 6~8개 정도의 펀드를 담는다. ‘깜깜이’ 투자 방식의 헤지펀드를 어떻게 골라 담을까? 운용사는 헤지펀드를 정량・정성 평가, 매니저 미팅과 실사 등을 거쳐 편입 펀드를 정한다. 투자 전략별 배분과 리스크 관리 원칙에 따라 최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다만 수수료가 일반 공모펀드보다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재간접 공모펀드 운용사의 몫인 운용 보수에 기존 헤지펀드 운용사 보수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선택권도 넓진 않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과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가 전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가 출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 헤지펀드 명가로 이름을 날리는 운용사들이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며 잇따라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공모 운용사로 전환한 라임, J&J, DS자산운용과 현재 전환을 검토 중인 타임폴리오와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이 대표적이다.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전문 투자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놓는 만큼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헤지펀드에 일반 투자자의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편입하는 펀드의 특성상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매입과 환매 등이 제한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경우 매입과 환매 모두 정해진 시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헤지펀드는 대부분 레버리지(차입)를 사용하는 등 전략이 공격적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글 박지훈(매일경제 <럭스맨> 기자) 일러스트 최익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