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ACON IN THE CITY
도시의 앞날을 밝히는 버티컬 팜 베이징의 건축가, 야고 반 베르겐 & 에버트 콜파와의 대담.

지난봄 베이징의 밤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는 건물이 들어섰다. 바로 버티컬 팜 베이징(Vertical Farm Beijing). 강철 구조물을 투명한 유리로 감싼 건물이 화려하게 빛나는 이유는 그 속에 작물을 키우는 많은 LED 조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3500m² 규모의 건물 1~2층에는 LED 조명 아래 과일과 잎채소가 재배되고, 3층 옥상 온실에서는 토마토와 오이가 햇빛을 받아 자란다. 기능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버티컬 팜 베이징은 야고 반 베르겐(Jago van Bergen)과 에버트 콜파(Evert Kolpa)가 설계했다. 두 사람은 건축학도 시절 학술 프로젝트와 공모전에 함께 참여하며 서로의 철학을 공유했고, 이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기반의 건축 사무소 반 베르겐 콜파 아키텍츠(Van Bergen Kolpa Architects) 설립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의 지향점은 심플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렵다. 자연스러운 균형 상태를 실현하는 것. “균형을 키워드로 공간의 조건과 프로그램을 연결하면 생태계와 같은 역동적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 예로 커뮤니티 하우징 호흐블릿(Community Housing Hoogvliet)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식량을 자급하는 소규모 공동체를 위해 공공 주택에 정원 도시의 특성을 이식했는데, 이는 로테르담 최초의 도시 농업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반 베르겐 콜파 아키텍츠의 또 다른 대표작은 루프톱 온실 아그로토피아(Agrotopia)다. 웨스트 플랑드르 지역의 물류 중심지인 REO 베일링 본사 옥상에 지은 아그로토피아는 과일과 잎채소 재배에 이상적 환경을 제공하는 연구 시설을 갖췄으며, 방문객을 위한 농업 교육도 이루어진다. “두 프로젝트는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습니다. 특히 도시의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해 공간의 효율적 활용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죠. 다만 방식이 달라요. 버티컬 팜 베이징은 평지에 공간을 쌓아 올리는 프로젝트였기에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버티컬 팜 베이징 내부. ©Weiqi Jin
폐공장을 활용한 버티컬 팜 등 몇몇 사례를 떠올려보면 건물이 반드시 투명할 필요는 없다. 버티컬 팜 베이징은 왜 유리로 뒤덮은 걸까? “햇빛과 LED 조명을 두루 사용하는 것이 에너지 효율 면에서 이득입니다. 또 버티컬 팜 베이징은 도심의 중국농업과학원(CAAS) 캠퍼스 입구에 위치하죠. 도시 농업의 쇼케이스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이목을 끌 필요가 있습니다.” 건물 정면의 ‘W’자 요철감은 이 건물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디자인 목적도 있지만, 유리의 빛 반사를 방지해 외부에서 내부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합니다. 건축설계에서 미학을 추구하려면 반드시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버티컬 팜 베이징에서는 물 한 방울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과채류는 박막식 수경 재배(NFT)해 배수로에서 토양 없이 키우고, 엽채류는 담액식 수경 재배(DFT)합니다. 작물에 공급한 물은 순환해 다시 사용하고요.” 에너지 낭비도 최소화한다. 증발을 통한 냉각, 지붕의 자연 환기를 기본으로 건물 내부 온도를 제어하는 것. “1층 토양에서 자라는 과일나무가 한가운데서 시원하면서도 습한 기온을 조성합니다. 그 옆에는 부드러운 과일을 재배하는 밀폐형 박스 공간이 있는데, 스마트 컴퓨터로 적합한 환경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설계는 도시 농업의 지속가능성, 나아가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 오늘날, 버티컬 팜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물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운송이 필요 없는 하이퍼 로컬 신선 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버티컬 팜은 도시 생태계 일부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현재 반 베르겐 콜파 아키텍츠는 건물과 도시에 버티컬 팜을 통합하는 5개년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 중입니다. 이 외에도 레스토랑이 있는 초소형 버티컬 팜, 물류 센터와 결합한 초대형 옥상 농장 등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재미는 두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식량, 에너지, 기후 등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는 만큼 일종의 사회적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구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놀라우면서 동시에 흐뭇해지는 건축이 좋은 건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프로젝트가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고요.”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반 베르겐 콜파 아키텍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