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omplete Guide to F/W Runway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F/W 시즌을 위한 트렌드 키워드 미리 보기.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지만 벨벳을 향한 디자이너들의 애정은 이번 시즌에도 뜨겁다. 부드러운 촉감과 은은한 반짝임 덕분에 주얼 패브릭이라 불리는 벨벳은 고급스러운 무드를 표현하기에 최적의 소재. 더불어 보온성도 탁월하니 F/W 시즌에 무척 잘 어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시즌 벨벳이 지난겨울의 그것과 동일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과거 블랙과 버건디 등 다크한 컬러톤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엔 닐 바렛, 제이슨 우, 아퀼라노 리몬디의 캣워크처럼 레드, 블루, 옐로 등 비비드한 컬러 팔레트로 변화해 한층 과감해졌으니까.

으레 겨울이면 강력한 힘을 자랑하던 블랙의 파워를 이어받은 컬러가 있다. 바로 브라운! 그중에서도 초콜릿이 떠오르는 진한 브라운 톤이 그 주인공이다. 더 로우, 질 샌더, 아크네 스튜디오, 에밀리오 푸치, 막스마라의 쇼에는 채도를 달리한 다채로운 브라운 컬러가 등장했는데 마치 카카오 함량을 달리한 다크부터 밀크까지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보는 것처럼 달콤하다.

‘꽃 자수 장식 + 프린지 디테일 = 포크 무드.’ 구찌, 알렉산더 맥퀸, 돌체 앤 가바나, 메종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에 이 공식을 적용한 민속풍 의상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알투자라와 데렉 램은 러시아 전통 인형이 떠오르는 앙증맞은 퍼 칼라를 단 드레스와 코트를 선보였는데, 포크 무드 특유의 이미지에 귀여운 느낌을 가미해 더욱 눈길이 간다.

디올의 그라치아 키우리부터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 랑방의 부크라 자라르까지. 메이저 패션 하우스의 크리에이티브가 약속이라도 한 듯 발레리나의 여성미가 물씬 배어나는 미디스커트 룩을 제안했다. 유연함이 돋보이는 실크 소재를 사용해 걸을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흔들리는 실루엣이 인상적. 올가을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주목해야 할 아이템이다.

올 가을·겨울 시즌 유행 컬러를 꼽으라면 단연 레드다. 뉴욕, 밀라노, 파리 등 전 세계 주요 런웨이에 거침없이 등장해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서다. 스타일링법을 보면 화이트와 블랙 컬러 아이템과 매치해 포인트를 준 룩부터 지방시와 토즈처럼 풀 레드 컬러로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끈 룩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어떻든 레드는 세상에 존재하는 색 중 여성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컬러. 이번 시즌엔 그저 이를 입고 신고 들며 즐기면 된다.

패션 변방에 있던 일명 추리닝, 스포츠웨어 룩이 스트리트 무드를 타고 하이패션 영역에 들어선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 몇 시즌 캣워크를 경험하며 내공을 키운 이들이 드디어 소재와 디테일에 공을 들이며 프리미엄 코지(cozy) 룩을 제안, 런웨이에서 입지 굳히기에 돌입했다. 과거 TV 드라마 속 주인공이 즐겨 입던, 한 땀 한 땀 장인이 수공예로 완성한 트레이닝웨어처럼 컬러 시퀸을 하나씩 핸드스티치로 장식한 아쉬시의 룩이나 부드러운 스웨이드 소재의 트레이닝 슈트를 보여준 끌로에 컬렉션은 우리가 상상하는 추리닝 이상의 경지. 더 이상 추리닝을 무릎 툭 튀어나온 그것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수은주가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퍼의 이번 시즌 키워드는 베이식이다. 지난해에 프릴과 오색 찬란한 컬러로 장식미의 극치를 보여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 내추럴한 톤과 기교없이 심플한 실루엣이 조화를 이룬 롱 코트는 빈티지 무드와 더불어 고전 영화 속 글래머를 연상시킨다. J.W. 앤더슨, 셀린느, 로에베, 드리스 반 노튼, 마이클 코어스가 대표적 예로 때로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담백한 아이디어가 더 풍부한 이미지를 제시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에디터 서재희(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