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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ifferent Way of Thinking

FASHION

덴마크 오르후스에 위치한 아이웨어 브랜드 린드버그 본사, 그곳에서 경험한 브랜드 철학은 꽤 오랜 시간 여운을 남겼다.

린드버그 CEO 헨리크 린드버그와 세일즈 및 마케팅 디렉터 페테르 바레르

1994년 독일의 안경 박람회. 덴마크에서 온 젊은이들이 직접 만든 안경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들이 박람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으로 아무도 그들을 알지 못했다. 부스의 위치도 바이어나 관람객의 발길이 드문, 메인 홀에서 저만치 떨어진 곳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한 독일 바이어가 그 앞을 지나가다 발길을 돌려 다시 부스 앞에 섰다. 얇고 가는 와이어로 만든 안경. 힌지와 코받침에 나사가 없는 형태와 1.9g 무게로 무척 가볍고 에어티타늄 소재로 만들어 알레르기도 없다. 안경사들이 안경의 퀄리티를 확인하기 위해 거치는 테스트(안경의 다리를 펴서 가로로 수평이 되게 놓고 손가락으로 다리를 톡톡 칠 때 다리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움직이는지 본다. 약한 힘에도 다리가 툭 구부러지는 것은 좋지 않다)도 해보았다. 성능도 탁월하다. 그는 바로 한 컬렉션 세트를 구입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이 부스는 붐볐다. 길게 줄까지 섰다. 전날 안경을 사간 바이어가 동료들에게 이 새로운 안경에 대해 이야기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작된 입소문은 에어티타늄을 아이웨어에 처음으로 도입하며(린드버그는 1980년대 초부터 티타늄 아이웨어를 소개했다) 디자인 어워드에서 71차례 수상, 전 세계 138개국에서 판매되는 아이웨어 린드버그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린드버그에서 개발한 다양한 에어티타늄 프레임 색상을 볼 수 있는 스케일

린드버그 본사 건물에 있는 CEO 헨리크 린드버그의 오두막 형태 사무실. 건물 안의 건물이라는 컨셉이 기발하다.

오르후스에 위치한 린드버그 본사

린드버그 본사의 아이웨어 쇼룸

전압에 따라 다양한 컬러로 바뀌는 성질을 지닌 티타늄

린드버그의 모든 안경은 전 세계 안경점에 직접 판매 방식으로 공급, 관리된다.

현재 린드버그의 한국 시장 성장률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함께 1, 2위를 다투고 있다. 다시 말해 그만큼 국내에서 커다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대규모 이벤트나 요란한 홍보를 진행한 적도 없다. 최근 안경점을방문해 린드버그의 안경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브랜드의 장점은 안경 착용자들에겐 가히 매력적이다. 가볍고, 안정적이며, 디자인도 좋다. 브랜드에 대한 정보가 없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허락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제품에 관심이 가니 자연히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덴마크 브랜드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레고가 머릿속에 맴돈다. 좀 더 고심하니 디자이너 핀 율도 이곳 출신이다. 그리고 이 모든 단어가 공통적으로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있으니, 바로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이미지다. ‘디자인은 기능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문구도 더해진다. 그렇다면 그곳의 실제는 어떨까? 기대감을 안고 린드버그 본사가 있는 덴마크 오르후스(Aarhus)로 향했다.
코펜하겐에서 1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린드버그의 본사가 자리한 오르후스에 도착했다. 덴마크 제2의 도시로 코펜하겐과는 사뭇 다른 전원적 풍경이 첫인상부터 친근하다. 린드버그 본사 건물 역시 브라운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벽돌 건물로 지어 소박하면서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 꼬박 하루 반나절 걸려 도착할 만큼 먼 곳이니 이렇게 도시 풍경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내부에 들어섰고, 드디어 린드버그 아이웨어가 탄생하는 모든 과정을 살펴보는 여정이 시작됐다. 본사 건물에는 제작 공장, 디자인과 촬영 스튜디오 등이 자리한다. 안경 제작의 1단계인 디자인부터 제작, 주문에 따른 전 세계 각지로 배송 그리고 사진을 촬영해 홍보물을 만드는 마무리 단계까지 일련의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든 안경에 각각의 고유 번호를 부여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정확한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품질에 대한 자부심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 건물을 이곳저곳 둘러보니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아무도 먼저 얘기하진 않았지만 ‘인하우스 시스템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이곳의 담당자들은 안경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공정뿐 아니라 제품을 어떻게 디스플레이하고 소개할 것인가 같은 제품 제작 이외의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 CEO 헨리크 린드버그(Henrik Lindberg)를 비롯해 세일즈 및 마케팅 디렉터 페테르 바레르(Peter Warrer), 아시아 지역 디렉터 니콜라이 스누어(Nikolaj Schnoor) 같은 임원진은 모두 본인이 만드는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그 디테일까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더하는 요소다.

버펄로 뿔 혹은 골드 소재로 출시하는 프레스티지 컬렉션

안경공학이라는 설명처럼 린드버그의 아이웨어는 과학적으로 설계한다.

다이아몬드를 은은하게 세팅한 프레스티지 컬렉션

“안경(eyewear)은 ‘wear’의 의미를 갖지만 패션 의상과 달리 테크놀로지를 탑재해야 합니다.” 린드버그 CEO 헨리크 린드버그는 안경을 안경 과학이라고 설명한다. 본디 시력 교정을 목적으로 하기에 기능성과 더불어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는 얼굴에 쓰는 만큼 섬세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린드버그는 1980년대 초 검안사인 폴 요른 린드버그(Poul Jorn Lindberg, 현재 CEO인 헨리크 린드버그의 아버지)가 안경을 착용하게 되면서 비로소 안경 착용자의 고충을 느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했다. 늘 타인에게 안경을 맞추어주던 그가 막상 안경을 착용하니 무겁고 뻣뻣한 시렁 (물건을 얹어놓기 위해 만든 나무 선반)을 얼굴에 얹은 듯 불편했던 것. 그리하여 건축가 한스 디싱(Hans Dissing)과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 결과 에어티타늄을 개발하고, 이를 당시 건축가로 활동하던 지금의 CEO 헨리크 린드버그의 주도하에 12가지 안경으로 제작한다. 이것이 앞서 언급한 독일 박람회에서 대히트를 친 이들의 첫 컬렉션이다. 여기서 문득 왜 건축가들이 안경을 만드는지 의아할 수도 있다. 이는 덴마크 디자인 산업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덴마크가 속한 스칸디나비아 반도 지역은 19세기 초 기능과 본질의 조화를 강조한 바우하우스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그 덕분에 균형과 비례에 대한 탁월한 감식안을 갖춘 건축가들이 건축물뿐 아니라 조명, 그릇, 다양한 생활 오브제를 디자인하며 전방위로 활동한다. 예를 들면 아르네 야콥센 같은. 그런 만큼 건축가가 안경 디자인에 참여한 것은 그리 어색한 일이 아니다.

린드버그의 모든 안경은 수공으로 제작한다.

건축가가 건축물을 짓듯 안경 역시 자로 재어가며 정확히 설계하는 거다. 그러면 다시 린드버그 이야기로 돌아가 형태 복원력이 좋은 에어티타늄을 소재로 안경을 선보이기까지 어려움은 없었을까? 물론 있었다. 1980년대 초 안경의 불편함을 느끼고 이를 극복한 안경을 선보인 것이 1994년이니, 꼬박 10여 년을 제품 개발에 매진한 셈이다. 물론 적정 수준의 기능을 유지하며 그 상황에 타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멈추거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해결책을 찾아요. 어떻게 해서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건 상관없어요.” 스스로 바이킹의 후예라며 본인의 고집스러움에 대해 언급하던 헨리크 린드버그의 말이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이런 브랜드 정신은 새로운 소재의 제품을 생산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어지고 있다. 아세테이트, 버펄로 뿔, 18K 골드, 플래티넘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컬렉션을 출시할 때도 그랬다. 예를 들어 아세테이트와 버펄로 뿔로 프레임을 제작할 경우 소재 고유의 딱딱한 성질 때문에 쉽게 부러지고 착용감도 나쁘다. 18K 골드는 안경 프레임의 소재로는 너무 무른 성질이 있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이들이 떠올린 ‘최고의 두 번째 아이디어는 없다’는 생각은 품질력에 대한 타협은 없다는 고집스러우리만큼 완고한 신념이었다.
린드버그 본사를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 이 브랜드는 가볍고 좋은 소재, 명사들이 즐겨 쓰는 안경이라는 의미였다. 한데 제작 공정과 제품을 관리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으니, 고집스러우리만큼 투철하게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는 브랜드 철학이다. 현대인은 일상에서 다양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고 적정선에서의 타협을 미덕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 선택이 만족스러울까?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다는 말처럼, 가끔은 최선의 선택에 대한 고집을 지키는 것도 꽤 근사한 선택이 될 테니.

에어티타늄과 아세테이트처럼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고 힌지와 코받침에 나사가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착용 시 공기처럼 가볍다.

담백하다는 말이 절로 연상될 만큼 최소한의 디자인에 기능성을 담아내는 것이 덴마크 디자인의 특징이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사진 제공 린드버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