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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egacy of Sound

LIFESTYLE

악기도 명기가 따로 있다. 세계적 바이올린 제작 가문에서 만든 악기는 무엇이 특별하기에 많은 투자자가 관심을 보이고, 또 고가에 거래되는 걸까?

1721년에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이디 블런트. © Tarisio

이탈리아 크레모나는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로, 세계적 바이올린 제작의 발상지다. 16세기 중반 아마티 가문에 의해 바이올린이 탄생한 이곳은 2012년 ‘크레모나 전통 바이올린 제작 기술’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명성을 공고히 했다. 특히 크레모나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가 만든 스트라디바리우스로 현악기의 표준을 확립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아마티 공방에서 바이올린 제작 기술을 익힌 뒤 독립한 스트라디바리는 젊은 시절부터 정교한 세공과 유려하고 섬세한 음질을 지닌 바이올린을 만드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평생 악기 1100여 대를 만들었는데 현존하는 바이올린은 500대 정도로 추정되며, 실제 연주되는 것은 50여 대에 불과하다.

크레모나 바이올린 박물관에 전시된 하이엔드 고악기. © Shutterstock

또 다른 명문 바이올린 제작 가문으로 꼽히는 과르네리 가문은 안드레아 과르네리(Andrea Guarneri)로부터 시작되어 손자 주세페 과르네리(Giuseppe Guarneri) 때 명성이 절정에 달했다. 과르네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비교해 디자인은 거칠지만 깊고 풍부한 소리가 특징이다. 주세페가 40대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현존하는 그의 악기는 150여 대밖에 남지 않았고, 대부분 박물관에 전시되어 희소성까지 더해졌다. 스트라디바리우스보다 더 희귀한 셈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도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의 바이올린이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레모나 국제 현악기 제작 학교를 졸업하고 20년간 전통 방식으로 현악기를 만들어온 이승진 제작자는 역사적 가치와 희귀성, 그리고 대중적 명성을 그 이유로 꼽는다. “제작 기술이 훌륭하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연주자에게 인정받아 연주되어온 이유도 있지만, 오래된 악기는 역사적 가치에 따른 희소성이 더해집니다.” 역대 최고가로 거래된 바이올린은 1741년에 제작한 과르네리 델 제수 비외탕으로, 2014년 경매에서 1600만 달러(약 215억 원)에 낙찰되었다. 이 외에도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레이디 블런트는 2011년 1590만 달러(약 214억 원)에 판매되었고,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다 빈치·엑스 세이델은 2022년 1534만 달러(약 206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크레모나 시내에서 만날 수 있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동상

악기 전문 경매 회사 타리시오 창립자이자 디렉터인 제이슨 프라이스는 하이엔드 악기가 투자자산으로만 조명되는 것을 우려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역사적 악기를 통해 바이올린을 소유한 사람이나 음악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많은 이에게 큰 기쁨을 준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하이엔드 바이올린이 수익성이 높고 안정적 투자 상품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재 투자자들은 소유하고 싶은 바이올린을 구입하고 10~15년 동안 훌륭한 연주자에게 빌려주어 그 연주자가 커리어를 쌓는 데 사용하도록 하는 등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는 것이 트렌드입니다.” 재단에서 악기를 구입해 아티스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악기 대여 제도는 바람직한 후원의 예다. 금호문화재단은 1993년부터, 삼성문화재단은 2004년부터 하이엔드 고악기를 무상으로 임대하는 악기 은행 제도를 운용해 젊은 연주자들을 일정 기간 후원하고 있다. 이승진 제작자는 이러한 후원 제도가 고악기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며, 후원 재단에는 고악기 전문가들이 있어 악기의 온습도 유지와 점검, 보수를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대여해주는 입장에서는 소유한 악기가 유명 연주자에 의해 연주되는 광고 효과가 있고, 연주자 입장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의 명기를 점검이나 보수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죠.” 만약 세계적 바이올린 제작 가문에서 만든 고악기를 감상할 기회가 있다면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자. 악기의 역사적 가치와 희귀성, 그리고 그런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의 노력. 분명 그 소리의 깊이와 아름다움이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왼쪽 주세페 과르네리가 제작한 바이올린은 안쪽 라벨에 자신의 라틴어 이름과 함께 십자가, 로마자로 예수의 첫 세 글자 I.H.S를 표기해 ‘과르네리 델 제수(예수의 과르네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1731년에 제작한 과르네리 델 제수 발틱. © Tarisio
오른쪽 1714년에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다 빈치·엑스 세이델. © Tarisio

 

에디터 이정윤(juli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