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plendid Story
불가리 프래그런스를 대표하는 세 가지 클래식한 향수가 새롭게 태어났다. 쟈스민 느와, 이리스 도르, 로즈 로즈라는 이름을 아우르는 컬렉션은 어감부터 눈부신 ‘스플랜디다’다.

왼쪽부터_로즈 로즈, 쟈스민 느와, 이리스 도르
New Bulgari
불가리의 향수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이다. 니치 향수가 줄을 잇고, 유니크한 레어 향수가 업계에 등장해도 결국 다시 손이 가는 향수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불가리에서 최근 새로운 뉴스를 전해왔다. 옴니아나 골데아 컬렉션에 최신 향수가 등장했거나 하이엔드 퍼퓸인 레젬메 컬렉션의 새로운 작품, 혹은 오 파퓨메 컬렉션에 또 하나의 컬러가 추가되었나 예상한 찰나, 이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미 오랜 시간 즐겨온 불가리의 가장 아이코닉한 향수였다. 불가리 뿌르 팜므, 불가리 로즈 에센셜 그리고 쟈스민 느와가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쳐 ‘스플랜디다’라는 하나의 컬렉션으로 재탄생했다는 것.
흔히 클래식 라인이라 통칭하긴 했지만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불가리 뿌르 팜므, 로즈 에센셜, 쟈스민 느와는 사실상 특정 컬렉션에 속해 있던 것은 아니다. 독보적인 향조와 자태로 그만의 강한 오라를 드러냈을 뿐.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불가리는 이 세 가지 향수에 조금 더 욕심을 내기로 했다. 향수업계의 가장 클래식한 플라워를 재료로 한 불가리 뿌르 팜므와 로즈 에센셜, 쟈스민 느와를 아우르는 또 하나의 이름을 부여하기로 말이다. 각 향수가 주제로 삼은 꽃의 향을 보다 풍성하고 깊이 있게 배가시키는 동시에 럭셔리하면서도 모던한 감성을 더하고픈 목표도 있었다. 클래식한 원재료를 가장 잘 풀어내는 향기 예술가로 쟈스민 느와를 탄생시키기도 한 조향사 소피 라베(Sophie LABBE)에게 그 숙제를 맡겼고, 2017년 5월 드디어 이전보다 더 깊고 여성스러운 향기를 담은 스플랜디다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Inside Splendida
불가리는 새로운 스플랜디다 컬렉션을 통해 향수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세 가지 꽃을 더 깊이 있게 탐미한다. 그 자체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절정으로 끌어내기 위한 불가리 퍼퓸과 소피 라베의 열정은 여성들로 하여금 클래식한 향수로의 귀환을 예감케 한다. 이리스 도르는 아이리스 향을 통해 화려하면서도 고귀한 우아함을 내뿜고, 로즈 로즈 그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매우 풍성한 다마스크 장미 향을 담았다. 쟈스민 느와는 인디안 삼박 쟈스민의 우아하면서 고혹적인 이중적 매력을 발산하며 고급스러운 취향을 사로잡는다. 불가리 퍼퓸을 이야기하면서 향수에서 연상할 수 있는 주얼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세 가지 스플랜디다 컬렉션에서 떠올릴 수 있는 주얼리는 불가리의 ‘디바스드림’ 컬렉션. 이름이 의미하듯 스플랜디다는 화려하고 눈부신 영화계의 디바를 뮤즈로 삼을 뿐 아니라 극적인 향기의 하모니를 통해 그 자체로 하나의 디바로 태어났다.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과 여성성으로 무장한 불가리 스플랜디다는 가장 클래식한 향수이자 여성의 고상함과 대담함을 표현하는 향수의 미래가 될 것이다.

1 스플랜디다를 조향한 소피 라베 2 행사장에 세팅한 스플랜디다 컬렉션
A Talk with Sophie LABBE
지난 3월 27일, 명동 스테이트타워 프라이빗 스위트에서는 소수만을 위한 스플랜디다 런칭 행사가 열렸다. 그 자리에는 스플랜디다 컬렉션을 창조한 조향사 소피 라베도 함께했다. 블랙 컬러의 디바스드림 네크리스로 장식한 채 스플랜디다 컬렉션이 놓인 미팅 룸에 앉아 있는 그녀를 만나 불가리의 새로운 컬렉션에 대해 들어보았다.
불가리 퍼퓸의 가장 아이코닉한 세 향수를 리뉴얼해달라는 이번 미션을 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
퍼퓨머로서 굉장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기존 향수의 아이코닉한 시그너처를 살리면서도 향수업계에서 가장 클래식한 꽃의 향을 배가시켜야 하는 프로젝트는 조향사로서 엄청난 도전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향수를 모던하면서도 럭셔리하게 업그레이드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존 향수에서 지키고자 한 것과 변화시키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그 두 가지 미션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작업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기도 했다. 세 향수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자 했고, 그 아이덴티티를 더 강조함으로써 변화를 주려 했다. 세 향수 모두 그만의 특성이 있기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렇게 고귀한 앱솔루트에서 비롯한 이리스 도르는 어떤 향수인가?
1994년에 출시한 불가리 뿌르 팜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존 향수는 파우더리와 플로럴이 어우러진 페미닌한 향이었다. 난 그 향을 이루는 여러 부케 중 중심에 내세울 향으로 고귀한 아이리스를 선택했다. 또 파우더리한 그린 노트가 아이리스와 잘 어울리는 미모사와 관능적인 느낌의 헬리오트로프를 더해 아이리스를 거울처럼 비출 수 있게 했다. 톱 노트 재료로 과일 향을 내뿜는 라즈베리를 사용했고, 바로 이것이 기존과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라즈베리 같은 재료가 내는 상큼한 향이 클래식한 향조에 모던하고 젊은 느낌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로즈 에센셜은 로즈 로즈로 재탄생했다.
꽃의 여왕인 장미에 대한 오마주를 생각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봉오리, 갓 피어난 그린 노트, 빨간 장미 부케를 받았을 때의 관능적인 느낌까지 장미의 다양한 이미지를 향수 한 병에 담고 싶었다. 이를 위해 터키에서 온 원료를 사용했다. 장미 그 자체의 느낌을 살리는 풍성한 로즈 앱솔루트가 그것이다. 따뜻하면서 허니의 달콤함도 느껴지고, 프레시한 향도 느껴질 것이다. 기존 로즈 에센셜과 달리 로즈 로즈에는 파촐리 하트를 사용했다. 파촐리를 감싼 흙 내음 등 주변 향을 모두 제거하고 하트만 사용해 파촐리 본연의 향이 로즈 향을 감싸주는 걸 의도했다.
쟈스민 느와는 어떻게 업그레이드했나?
기존 쟈스민 느와를 조향한 만큼 가장 고민이 많았다. 쟈스민의 종류를 바꿔볼까, 블랙을 뜻하는 ‘느와(noir)’라는 느낌에 집중해볼까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뭔가를 추가하고 변경하려 할 때마다 오히려 기존 향수 본연의 색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고민을 계속하던 어느 날 딸을 학교에 내려준 후 딸이 뿌린 쟈스민 느와의 잔향을 맡게 되었다.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바꾸기보다 쟈스민 느와가 지닌 메시지를 증폭시키자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쟈스민 느와가 아니라 보다 강력한 쟈스민 느와를 만드는 것이다. 페미닌하면서도 센슈얼한 인디안 삼박 쟈스민을 사용했고 가드니아, 캐시메런 우드, 아몬드, 통카빈 등을 더했다. 쟈스민의 우아함과 ‘느와’라는 어감이 주는 깊이감 모두 업그레이드했다고 생각한다.
세 향수의 이름도 직접 지었나?
아니다. 하지만 세 향수의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든다. 모두 꽃 이름과 색의 조합으로 이름을 만들었는데, 이리스 도르의 경우 고귀한 꽃이 진귀한 골드와 연결되며 시너지를 내는 듯하다. 로즈 로즈는 발음할 때 음악 후렴구처럼 예쁘다. 쟈스민 느와는 이름에서부터 흰색 쟈스민과 블랙 컬러가 대비를 이루며 강력한 충돌이 발생해 사람들의 뇌리에 더욱 깊게 남을 듯하다.
어떤 향수를 만들든 향수에 녹아든 소피 라베만의 감성이 있다면?
향수의 여성성을 살리는 게 내 스타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프랑스에는 레이스로 꽃을 만드는 직업이 있는데, 아름다운 재료로 더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내 직업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스플랜디다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세 향수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하나씩 만들었다. 제일 처음 작업에 들어간 향수는 이리스 도르였다. 여러 향의 부케를 놓고 어떤 것을 꽃의 디바로 내세울지 매우 명확히 느껴졌기 때문에 의외로 빨리 완성한 향수다. 로즈 로즈는 약간 어려운 점이 있었다. 기존 향수에 좀 집착했는데, 나중엔 모든 걸 잊고 이 향수에 새롭게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쟈스민 느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딸이 뿌린 기존 쟈스민 느와의 잔향을 맡으며 변경 대신 증폭 쪽으로 초점을 잡은 후 비로소 완성한 향수다.
스플랜디다에 몰입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기분이 어떤가?
이 프로젝트로 프러포즈를 받은 날부터 완성까지 1년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그 시간 내내 힘든 순간은 없었다. 불가리와 일한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자 즐거움이었다. 에너지 소모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에너지를 더 많이 받은 작업이었다.
에디터 이혜진(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프래그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