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Collection
어른을 위한 하이엔드 장난감, 예술 작품으로 진화하다.
1 박준기, 김병인, 유인준 작가가 작업한 DDP 아트토이 컬쳐 박람회 조형물 2 까르뱅, 생 로랑 베어브릭 3 대만의 프로젝트그룹 블랙 13 파크 (Black 13 Park)의 ‘Towe’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계적 피규어 아티스트 마이클 라우 전시에 이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세계 아트 토이 박람회 <아트 토이 컬쳐 2014>까지. 장난감을 테마로 기획한 두 전시는 모두 어린이보다 어른이 더 즐기고 주목했다.
아트 토이란 공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생산한 장난감이 아니라 플랫폼 토이(기존의 장난감)에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그림을 입히거나 외형을 일부 변형시킨 것을 말한다. 플랫폼 토이라도 독특한 디자인으로 생산한 한정판인 경우 여기에 속한다. 아트 토이의 역사는 1960년대 팝아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앤디 워홀, 로이 릭턴스타인, 클래스 올덴버그 등이 대중에게 익숙한 일상 속 사물을 나름의 방식으로 결합하거나 변형해 새로운 예술품으로 재창조하던 그 시기. 미국에서 팝아트를 접하고 홍콩으로 돌아온 아티스트들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플라스틱 장난감 곰 퀴(Qee)에 주목했다. 1990년대의 홍콩은 세계 장난감 제조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어디서든 손쉽게 장난감을 구할 수 있었고, 대량생산 역시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릴린 먼로나 마오쩌둥 같은 아이콘을 사진이나 실크스크린으로 대량생산한 앤디 워홀의 작업 방식처럼, 홍콩의 젊은 작가들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난감 퀴에 본인만의 개성을 입혀 제작, 판매했다. 이러한 시도를 전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한 것은 홍콩 작가 마이클 라우의 세계 최초 아트 토이 전시회가 열린 뒤부터다.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된 1990년대 후반, 마이클 라우는 그의 만화 <가디언즈> 속 캐릭터를 피규어로 제작, 홍콩 노동자가 겪는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표현해 예술품 즉 아트 토이로 인정받았다. 이후 나이키·소니·디젤·맥도날드 등 수많은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고,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의 유명 작가들도 플랫폼 토이를 예술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아트 토이 플랫폼으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의 제품은 홍콩의 플라스틱 곰 퀴와 일본 완구 회사 메디콤의 베어브릭(Be@rBrick), 미국 키드로봇의 더니(Dunny)와 머니(Munny) 등이다. 퀴는 다른 아트 토이 브랜드에 비해 플랫폼 디자인과 사이즈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어떤 아티스트, 브랜드와 작업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개성을 덧입힌 독특한 모양의 인형이 탄생하곤 한다. 아디다스와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에서 인형의 머리 부분을 아디다스 로고 모양으로 표현한 것처럼 말이다. 반면 테디베어의 모습과 비슷한 9개 관절로 이뤄진 일본의 베어브릭은 퀴와 달리 곰의 형태는 유지하되 입히는 디자인에 따라 다른 인형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 때문에 하이패션 브랜드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2006년 한정 출시한 칼 라거펠트의 디자인 ‘샤넬 베어브릭’을 시작으로 많은 패션 브랜드가 베어브릭에 주목했고, 얼마 전에는 도쿄의 이세탄 백화점 맨스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까르뱅, 드리스 반 노튼, 랑방, 겐조, 마르니 등의 옷을 입은 베어브릭이 제작됐다. 미국 키드로봇의 더니와 머니는 위의 두 브랜드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띤다. 단색의 일률적인 형태를 보이는 제품을 구입해 물감이나 크레용으로 소비자가 자신만의 아트 토이를 만들 수 있다. 그 때문에 일반인부터 유명 아티스트까지 자신만의 장난감을 만들 수 있는데,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현재 이베이에 올라와 있는 미국의 아트 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의 더니 가격이 5억4000여만 원이니 말이다. 이렇듯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아트 토이의 세계는 진화하고 있다. 어쩌면 이제 재테크를 위해 아트 토이를 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
사진 제공 스페이스 크로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