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du Noir
분야를 막론하고 블랙은 신뢰할 수 있는 컬러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석처럼, 조용히 발광하는 이 블랙 레이블은 고귀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블랙이 하인의 옷과 상복의 색에서 탈피해 기품의 상징으로 변모하는 데 샤넬이 누구보다 크게 기여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블랙은 모든 컬러를 정복하고 지배할 것입니다.” 가브리엘 샤넬은 블랙이야말로 기본을 돋보이게 하고 여성을 가장 빛나게 하는 컬러로 여겼고, 1926년 리틀 블랙 드레스를 세상에 소개했다. 그 이후 블랙은 가장 고귀하고 혁신적인 컬러로 통했고, 지금까지도 블랙 레이블은 최상의 소재로 소량생산해 희소가치가 높은 제품을 상징한다. 분야와 관계없이 초고가 컬렉션 패키지에 블랙을 적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뷰티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화장품 메이커는 포뮬러를 검은 용기에 담아 희귀한 성분을 가장 농밀하게 함유한 최고급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지중해의 화산섬 판텔레리아산 흑요석을 담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하이엔드 스킨케어, 프랑스 남서부에서 얻은 진귀한 송로버섯인 블랙 다이아몬드 트러플을 원료로 한 에스티 로더의 새로운 리-뉴트리브, 피기 직전의 로즈 드 그랑빌 꽃봉오리에서 추출한 농축액을 담아 밤사이 강력한 생명력을 부여하는 디올 프레스티지 르 넥타 드 뉘는 결코 본전 생각이 들지 않는 프리미엄 블랙 케어다. 이번 시즌 블랙 컬러의 활약은 스킨케어를 넘어 프레이그런스 분야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두드러진다. 한동안 가벼운 콜로뉴 타입 향수에 열을 올리던 퍼퓸 브랜드들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블랙 퍼퓸’으로 다시 관심의 방향을 틀었다. 세르주 루텐, 바이 킬리안, 톰 포드, 조 말론 런던 등 현재 국내 시장을 잠식한 퍼퓸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블랙 퍼퓸은 재료 본연의 성질을 살려 최상의 농도로 배합해 아주 적은 양으로도 오랜 시간 향을 품고 있는 지속력을 자랑한다. 고급스러운 향을 온종일 느낄 수 있는 기술은 초여름의 후끈한 공기에도 아랑곳없이 유행할 전망. 2015년 S/S 시즌 메이크업에서 자유롭고 리얼한 감성을 이끈 선봉장도 블랙 컬러였다. 손등에 블랙 잉크를 발라 눈을 쓱 훔친 것처럼 표현하거나, 새카만 속눈썹이 투박하고 무거워 보일 만큼 블랙으로 힘을 실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극단적으로 빛의 상실을 극대화했다.

(왼쪽부터)
By Kilian 돈 비 샤이
완성도 높은 패키지, 리필 사용으로 ‘에코 럭셔리’를 표방하는 향수 브랜드 바이킬리안의 아이콘 제품. 오렌지 블라섬으로 부드럽게 시작해 성숙한 머스크로 마무리한다.
Burberry 아이 컬러 웨트 앤 드라이 섀도 #308 제트 블랙
젤 포뮬러가 부드럽게 펴 발려 가장 짙고 선명한 블랙을 표현한다.
Serge Lutens 라 를리지외즈
“블랙은 나의 종교”라고 선언한 세르주 루텐이 올해 선보인 블랙 컬렉션의 향수. 순수한 이미지의 재스민을 관능적으로 표현했다.
Giorgio Armani 수프림 리바이빙 크림
흑요석 성분이 피부 세포의 재생을 활성화해 매끄럽고 영양 넘치는 피부로 가꾼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Creed 어벤투스 센티드 캔들
남성적 강인함과 결단력의 상징, 나폴레옹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블랙 보틀이 공간의 품격을 높여주는 고급스러운 오브제.
Dior 르 넥타 드 뉘
신선한 장미 향과 오일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일품인 나이트 세럼.
Guerlain 빠뤼르 골드 플루이드 파운데이션
골드 파우더와 펩타이드가 피부를 탄력 있게 표현하는 프리미엄 파운데이션.
에디터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임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