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ollective] 이런저런 컬렉티브
더 이상 작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요즘 컬렉티브.

1 여러 큐레이터가 함께 기획한 2018 광주비엔날레.
2 작품이 중심이 된 기존 전시와 달리 갤러리스트를 전면에 내세운 <더 갤러리스트> 전시 전경.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는 예술가 그룹’. 런던 테이트 모던은 컬렉티브를 이처럼 정의한다. 컬렉티브가 예술계에 등장한 시기는 1920년대로, 미래주의와 다다이즘 운동에서 파생됐다. 사회와 기존 예술에 변화를 일으키길 원했던 이들은 집단행동을 택했고 컬렉티브의 초석을 다졌다. 예술가에 의해 컬렉티브가 시작됐기에 그 개념이 등장한 지 100년이 지난 요즘에도 ‘컬렉티브=집단 창작 활동을 하는 예술가’라는 공식이 통용되고 있다. 한데, 요즘 같아선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다양한 이들이 모인 컬렉티브를 작가의 전유물이라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컬렉티브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기획자다. 기획자 간 컬렉티브 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건 2010년에 열린 제8회 ‘마니페스타(Manifesta)’다. 유럽 내에서 지역을 옮겨 다니며 열리는 마니페스타는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의 3대 미술 행사다. 여느 다른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단일 감독을 고수했던 마니페스타는 2010년, 큐레이터 집단 ACAF(Alexandria Contemporary Arts Forum), CPS(Chamber of Public Secrets) 그리고 transit.org를 기획자 자리에 임명했다. 사실 당시 마니페스타의 기획은 완전한 컬렉티브 형태를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 세 집단이 하나의 전시를 꾸리기 위해 ‘협업’을 한 게 아니라 비엔날레 안에서 각각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에 그쳤기 때문이다. 빗대어 말하면, 편집숍 안에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형식이다. 그럼에도 마니페스타는 기획자 컬렉티브라는 형식에 꽤 진지한 태도로 접근했다. 마니페스타 재단은 ‘마니페스타 8’ 오픈 시즌에 맞춰 <마니페스타 저널(Manifesta Journal)>을 발간했는데, 당시 주제를 ‘컬렉티브 큐레토리얼(Collective Curatorial)’이라 정하고 전시 기획에 한정해 컬렉티브라는 개념을 상세히 풀어냈다. 몇 문장을 발췌하자면, “컬렉티브 큐레토리얼은 타인에게 모르는 것을 배우고,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전수(傳受)하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걸 포기할 수 있는 행동이다. 또한 예술 외 필드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켜 관람객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획자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기획자들은 왜 집단행동을 할까? ‘다양한 생각’이라는 진부한 답변 말고 다른 이유는 없을까? 컬렉티브 큐레이팅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기획자들은 “함께하기에 지루하지 않다”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고 답한다.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신념을 맹신하는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홀로 기획할 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과정이 복잡해지는 건 맞지만, 시간이 흐르는 만큼 여러 생각이 적절히 뒤엉켜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온다고. 게다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획자에 여러 명이 이름을 올리면 관람객이 더 관심을 가지고 전시를 지켜보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3 < 더 갤러리스트 > 는 총 열 곳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그중 갤러리2 부스 전경.
기획자의 컬렉티브 사례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2010년 단일 감독제에서 2012년 6인 공동 감독 체제로 노선을 틀었다. 자연스레 비엔날레 방향도 달라졌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는 한 명의 디렉터가 주도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강하게 피력했다면, 2012년에는 컬렉티브의 장점인 ‘다양한 생각’을 살려 전시 주제를 마인드맵처럼 확장했다. 이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져 제12회 광주비엔날레는 김선정 총괄 큐레이터와 11명의 큐레이터가 함께 기획했다. 같은 시기에 열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도 4명의 전문가를 모아놓고 기획 컬렉티브라는 공식적인 명칭을 부여했다. 젊은 갤러리스트 또한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컬렉티브를 택했다. 지난겨울, 첫 활동을 시작한 ‘협동작전(Check Out Our Project)’은 갤러리조선 여준수, 갤러리2 정재호 그리고 윌링앤딜링 김인선이 결성한 집단이다. 갤러리는 다소 상업적 성격이 짙기에 이들의 집단행동은 브랜드와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처럼 생경할 수 있지만, 협동작전은 “셋이 함께한다는 든든함으로 새로운 실험을 더 쉽게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고 집단 지성의 힘을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실험이란 컬렉터와 작품이 주가 된 기존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 실무자인 갤러리스트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지난해 12월에 WAP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더 갤러리스트>전에 여실히 반영됐다. 갤러리스트의 취향과 관심사로 꾸린 이 전시는 언제나 작가, 작품 뒤로 한발 물러나 있던 갤러리스트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데 목적을 두었다. 첫 시도에 가나아트갤러리, 갤러리플래닛, 아트사이드갤러리, P21, 학고재를 포함한 총 열 곳의 갤러리가 이 전시에 참여한 만큼 협동작전이란 컬렉티브가 유의미한 활동을 펼칠 거라 기대한다. 최근 작가 금민정, 김도균, 권혜원, 신제현, 윤석원, 이성은 그리고 비평가 정소라 등 작가와 기획자는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한 달에 두 번 갤러리플래닛에 모여 W. J. T. 미첼과 마크 B. N. 핸슨의 저서 <미디어 비평용어 21>을 읽고 의견과 지식을 나누며 한국 예술 안에서 미디어 예술의 깊이 있는 이해와 활용에 대해 논의하는데, 스터디를 통해 완성한 미디어 협업 작품을 오는 6월 갤러리플래닛 <스터디쇼(가제)>전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총 8명이 시작한 독서 모임은 타 장르 전문가에게도 언제나 열려 있기에, 이 그룹 활동이 한국 현대미술의 범주를 넓힐 수 있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갤러리플래닛 이현정 대표는 말한다. 아직도 컬렉티브가 작가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가? 컬렉티브의 세계는 조금씩 커지고 있다. 컬렉티브로 활동하는 이들 덕분에 또 다른 직업에도 컬렉티브가 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단 그것이 예술 영역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언젠가는 에디터 컬렉티브가 나올 수도 있으니 유념해야겠다.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