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Artist Collective] 파트타임스위트, 고민한다, 고로 결속한다

ARTNOW

컬렉티브 ‘파트타임스위트’는 무심코 던진 질문 하나에도 머리를 맞댄다. 함께 고민하고 타협점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입을 연다. 멤버들이 공통으로 처한 상황 때문에 결속한 이후, 10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1 박재영과 이미연이 멤버로 있는 컬렉티브 파트타임스위트.
2 한 개 열린 구멍(스틸 컷), HD 비디오, 사운드, 30분 10초, 2015

파트타임스위트
공통으로 처해 있던 사회 상황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기반으로 2009년 결성된 컬렉티브다. 멤버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현상, 제약, 조건 등을 소재로 차용해 작업으로 전환해왔다.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등 장르를 아우르며 오늘날 일상을 압도하는 여러 환경 속에서 미술이 지닌 작은 힘을 탐구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 백남준아트센터,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등에 참여했으며, 현 멤버는 박재영과 이미연이다.

파트타임스위트는 어떻게 결성된 컬렉티브죠? 처음 만난 계기는 즉흥적이고 단순했어요. 대학을 졸업한 직후 미술계와 사회에 발을 디뎠지만 현장의 협소함과 수동성을 느낀 사람들의 만남이었죠. 피로감을 이야기하며 서로 공감대를 쌓았고, ‘어디 가서 우리끼리 전시를 열어볼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와 파트타임스위트를 결성했어요. 당시 저희가 처해 있던 힘든 상황에 대해 작지만 과감한 시위였습니다. 하나의 독립된 전시를 구성하는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작가 개인의 특성을 강조하는 일반 전시는 저희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었죠. 그래서 ‘연대’ 형태를 취했어요. 함께한다는 건 무모한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주니까요.

이름이 독특해요. 비정규직과 단기 노동을 상징하는 파트타임과 호텔의 최고급 룸인 스위트의 매치가 생경합니다. 앞서 말한 그 모든 고민과 과정을 증명하고자 만든 공동의 이름입니다. 파트타임스위트라는 컬렉티브가 개인들의 단순 집합이 아닌, 서로가 빚어내는 ‘앙상블과 불협화음’을 의미하기도 하죠.

3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스틸 컷), 360° VR 비디오, 사운드, 16분 45초, 2016
4 초 다음 초(스틸 컷), HD 비디오, 사운드, 25분 14초, 2017
5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스틸 컷), 360° VR 비디오, 사운드, 16분 45초, 2016

첫 활동을 시작한 2009년은 지금만큼 컬렉티브가 대중적이지 않은 시기였죠. 게다가 당시 미술계에는 이미 동인, 소모임, 단체 등 다양한 그룹 아티스트 형태가 있었는데, 컬렉티브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규칙이 있거나 그것을 어기면 해체하는 딱딱한 개념이 아닌, ‘느슨한 단체’로서 컬렉티브를 받아들였어요. 저희 스스로 컬렉티브를 인식할 때 중요한 개념이 있다면, ‘둘 이상의 사람’은 법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는 최소 단위라는 점이죠. 이런 맥락에서 파트타임스위트는 사회적 함의가 있는 하나의 ‘퍼블릭’이라고 생각해요. 또 동인이든 소모임이든 일련의 단어들을 구분하는 명확한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성격은 확장되거나 변질되는 등 고정적이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각 개념의 등장 시기를 파악하는 일은 의미가 있겠죠? 2009년을 전후로 파트타임스위트를 포함한 몇몇 컬렉티브가 생겨난 건 흥미로운 지점이라 생각해요.

파트타임스위트만의 특별한 작업 방식이 있나요? 그 안에서 멤버 간 역할 구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혼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역할 분담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아요. 여전히 미술은 개인이 모든 걸 결정하는 관습이 강하고, 작품에 대한 작가의 책임과 권한이 중요하죠. 저희는 단지 그 권한과 책임을 두 사람이 동등하게 가질 뿐 다를 게 없어요. 기본적으로 모든 작업 과정에는 멤버들의 끊임없는 논의와 개입이 필수이기에 역할을 ‘구분’ 짓는 건 무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논의 도중에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하면요? 대화에서 마찰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덕분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필요하죠. 이 과정을 컬렉티브 내에서 ‘균형’ 잡기로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공통의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파트타임스위트의 작품에 반영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네요. 여러 사람이 작품을 흐르게 하고 정지시킬 때 발생하는 ‘효율성’이나 ‘결손’이 작품의 피와 살이 된다는 개념이죠.

파트타임스위트는 자신들이 맞닥뜨린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언더인테리어’는 아현동 건물 지하, ‘오프-오프-스테이지’는 광화문 공터, ‘공중제비’의 옥상까지, 초기 작업은 장소성을 주목하며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이었다면, 요즘은 그 영역이 넓어진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작업의 소재로 삼을 사회현상을 결정짓나요? 다른 사람들처럼 작가도 경험에 기반해 작업하죠. 단지 그 안에서 ‘긴급’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가장 먼저 다룰 뿐이에요. 먼저, 초기 작업에 등장한 물리적 공간이나 장소, 환경은 정치·경제적 힘과 배치된 ‘만들어진 현실’로 등장합니다. 공간들은 그곳에 사는 거주민의 신체, 정서, 경험, 감각에 영향을 주면서 동시에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환경이죠. 저희는 작업을 통해 이러한 공간에 비판적으로 개입해 사람들과 어떻게 현재를 새로 조직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 이 시대가 만들어낸 가치, 유산, 공간, 신기술의 개요나 비전 등을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죠. 동시에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미래와 과거의 징후도 중요하게 여겼고요. 파트타임스위트가 직면한 삶 속에서 가장 강하게 배치되는 것을 다루기에 작업 영역이 점점 넓어진 것 같아요.


6 차 비디오(스틸 컷), 2채널 HD 비디오, 사운드, 11분 2초, 2012
7 Toloveruin(스틸 컷), HD 비디오, 사운드, 11분 30초, 2017

작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민중미술 아카이브를 현대미술 관점으로 바라보는 ‘초 다음 초’를 선보였습니다. 최근 작품인 만큼 상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적 도구이자 삶의 조건이 된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가 새로운 세대에게 현실을 향한 저항과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1980년대 한국 미술 운동이자 저항 문화인 민중미술과 결합한 작업입니다. 재현의 정치가 중요했던 1980년대와 오늘날 ‘권력-사람-이미지’의 관계를 담았죠. 영상은 과거 민중미술과 민주화 운동의 주 무대였던 대학 광장 거리와 오늘날 인터넷 문화의 인프라인 광케이블 매립 터널, 초등학생 유튜버의 개인 방송 클립을 비등한 분량으로 다룹니다. 영상에 등장하는 각 세대는 주어진 기술·사회·정치적 환경에서 자신과 가장 가깝고 익숙한 문화 도구를 이용해 놀이하고, 학습하고, 여러 감정을 키워갑니다. 사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세대 사이에는 거의 30~40년을 육박하는 극단적 시차가 있죠. 그럼에도 둘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과 차이를 생각했죠. 인터넷이 새로운 정치·문화적 변화를 가져올 도구가 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공유하고자 했어요.

‘초 다음 초’도 그렇고 미디어 환경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무기력함을 다룬 ‘나를 기다려, 추락하는 비행선에서’ 등 파트타임스위트의 작업은 사회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해왔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리서치는 필수 조건으로 보여요. 저희뿐 아니라 작가라면 모두 리서치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건 얼마나 많이, 얼마나 꼼꼼하게 보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멈출 것인가’를 아는 일이에요. 리서치 과정을 유사 학문처럼 작업에 포함하는 행위는 저희에게 매력적이지 않아요. 또한 사회적 사건·사고 현장에 작가가 매번 투입되는 방식도 관심사가 아니죠. 한 예로, 아카이브를 다뤘던 ‘한 개 열린 구멍’이나 ‘초 다음 초’를 보면 주변화된 자료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의미를 명확히 규명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열려 있는 텍스트로 바라보려 노력할 뿐이죠. 늘 관심 있게 보는 지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식에는 그에 얽힌 운동의 흔적과 내재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8 2009년 진행한 퍼포먼스 ‘공중제비’를 기록한 동명의 영상 작품.

어느덧 결성 10주년을 맞이했어요. 2009년에는 새로운 전시 시스템 탐구가 결성 요인이었다면,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은 ‘무엇’이 파트타임스위트를 결속하게 만드나요? 처음 모였을 때부터 개인의 삶과 파트타임스위트라는 작가적 존재 사이에서 발생하는 관계를 늘 인식하고 탐구해왔습니다. 이는 곧 아트 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통로이자 파트타임스위트를 유지해주는 장치가 되었죠.

요즘 젊은 작가들은 ‘자생’을 위해 컬렉티브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파트타임스위트도 비슷한 맥락에서 모인 만큼 경험자의 생생한 팁을 듣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줄 수 있나요?불확실한 미래는 젊은 작가뿐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개인이 느끼는 고민이죠. 저희가 결코 낙관주의자는 아니지만 불완전한 감정이 하나의 잠재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공동체가 다툼과 불안정함을 겪으며 더 단단해지듯이 컬렉티브도 이러한 굴절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데, 아쉽게도 한국 사회도 아트 신도 자생을 장려하면서 그것이 온전히 뿌리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 것 같지만요. 조언이 필요 없어진 시대, 모험이 불가능한 시대, 무엇보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힘든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든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은 늘 귀하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쉬지 않고 작업한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항상 프로젝트를 만들고 전시에 참여하고 있어요. 지금도 다음 프로젝트를 계획 중인가요? 자체 파업을 했던 2년을 제외하면, 2009년 결성 이후 매해 신작을 제작했습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작을 만들고 전시를 할 예정이죠. ‘Drop by Then: 낱 풍경’, ‘XXX: 멀티스크린 싱크로나이즈드 뮤직비디오’를 기획했던 것처럼 파트타임스위트의 새로운 자체 프로젝트도 연구하고 있어요. 언젠가 적절한 공간에서 파트타임스위트의 그간 작업을 정리해 보여줄 기회가 있기를 바라면서요.

 

에디터 이효정(hyojeong@noblesse.com) 사진 제공 파트타임스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