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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Mind

MEN

나​이 앞에 ‘스물’이 붙는 3명의 여배우를 만났다. 진짜 섹시한 게 뭔지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분위기 있는 여자,
황승언

베이지 크롭트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촬영장에서 여러 배우를 만나다 보면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된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낯을 가리거나, 본인에 대해 입을 열 듯 말 듯 밀당을 하거나, 처음부터 본인에 대해 열린 모습을 보여주거나. 배우 황승언의 경우는 세 번째였다. 심지어 콜 타임보다 일찍 촬영장에 도착했고, 그녀의 투톤 헤어가 핑크에서 애시드 브라운으로 바뀐 것을 보고 지금 컬러가 예쁘다고 하자 “예쁘죠? 그래서 안 잘랐어요”라며 원래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람처럼 살갑게 말을 잇는다. 여러 배우를 촬영하다 보면 다시 또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모니터에서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사람과 실제보다 작게 보이는 사람. 그중 그녀는 전자였다. 여기서 크게 보인다는 의미는 덩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한 줌밖에 안 될 것 같은 작고 가녀린 체형임에도 사진에서는 강하면서 묘한 기운이 넘쳐흘렀다. 원래 시안에서는 아이 메이크업이 꽤 진한 편이었지만 그녀는 테스트 컷을 보더니 메이크업을 지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결국 아이 메이크업을 싹 지우고 다시 모니터에 등장한 그녀는 처음 컷보다 묘하게 중독적이면서, 힘이 있었다. “수백 번 오디션을 봐야 한 번의 기회가 오기 때문에 예전에는 캐릭터가 자신 없어도 무조건 하고 봤어요. 일단 화면에 한 번 등장하는 게 중요했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저 자신에게나 스태프에게나 피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로 결심했고, 대신 그 판단은 제대로 하자고 다짐했어요.” 웹 드라마 <달콤, 청춘>부터 영화 <족구왕>, 최근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까지 다양한 작품을 거치면서 그녀는 책임감의 무게를 깨달은 듯했다. 사실 그녀는 스물한 살에 데뷔했지만 작년에 개봉한 영화 <족구왕>을 통해 비로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그것이 까탈이 아닌 책임감으로 느껴지는 것에서 그사이 지나온 무명의 시간이 그녀에게 양분이 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름 탓을 해본 적도 있을 정도죠.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 캐릭터를 정말 좋아해서 이름을 주인아로 바꿔볼까 생각도 했어요.” 생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자 개명도 생각했다는 그녀는 ‘황승언’이라는 이름 그대로 지금에 이르렀다. 지난 시간을 그녀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 시간 한 일 중 후회하지 않는 것은 사랑을 한 거예요. 활동을 쉬고 있다는 압박 때문에 사랑에 집중하지 못하면서도, 또 그 사랑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이별 과정에서 남들이 그렇듯 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사랑한 이에게 쏟은 애증이 흩어지고 마침내 초연해진 모습은 어딘가 섹시하다. 지난 기억을 담담하게 쏟아내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카메라 앞에서 눈빛으로 묘기를 부릴 때보다 더 짙은 아름다움이 흘렀다. “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멋있고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 어리더라도 자신의 일을 잘해내는 친구를 보면 큰 동기부여가 돼요.” 본인에게 현재 주어진 일은 연기이기에 무엇보다 그것을 잘해내고 싶다는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더 멋진 여자가 되어가고 있는 듯했다.

레드 꽈배기 니트는 Lie

헤어 수민(위드뷰티살롱) 메이크업 혜림(위드뷰티살롱) 스타일링 김영미, 박세희

성숙을 향해 가는 순수,
공승연

옐로 드레스는 Fendi, 옐로 골드와 다이아몬드 소재 링은 Mucha by Kim Jeong Ju.

여자에게 농염함이 생기는 나이는 몇 살일까? 인터뷰를 위해 이번에 만난 여배우를 기준으로 한다면 일단 스물셋 이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스물셋을 지나는 배우 공승연에게선 앞서 만난 두 여배우의 농염함을 찾기 힘들었으니까. 험담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어른’인 척해도 사진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20대 초반의 싱그러움에 대한 시기이자 찬사다. 연관 검색어에 ‘실물’이 뜰 만큼 전형적으로 예쁜 얼굴인 그녀는 실물이 화면보다 어려 보였고, 지금 나이에만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이 묻어났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아나운서로 사회라는 전쟁터에 첫발을 디딘 누리처럼 이제 막 세상을 경험하며 상처도 받겠지만, 그 시작점에서 누구보다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동안 몇 번 화보 촬영을 했어요. 평소에 알지 못하던 제 모습을 보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죠. 아직 많은 역할을 해본 것이 아니라 화보 속 제 모습을 보며 다음에 어떤 역할을 맡게 되면 이런 모습으로 연출하는 것도 좋겠다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해요.” 화보 속 본인의 모습을 상상의 캐릭터에 적용해볼 정도로 연기에 빠져 있는 그녀지만 알려진 대로 그녀는 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었다. 학창 시절 내내 춤과 노래를 연습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을 텐데 연기를 하는 지금의 모습이 생경한 순간은 없는지 물었다. “처음 연기의 길이 열리면서 설렘만큼 망설임도 있었어요. 6년 넘게 연습을 했는데 한순간에 길을 바꾸려니 두려움도 컸죠. 그런데 20대의 패기가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죠. 첫 작품은 2012년 <아이러브 이태리>였고, 작은 역이었지만 연기에 매력을 느끼는 계기가 됐어요.”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이제 막 인생 세 번째 작품을 끝낸 그녀는 점점 연기의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와 실제 화면에서 보이는 연기 사이의 간극이 커 고민이 많았고, 누리를 연기하며 그 간극을 줄이려 노력했다. 그렇게 쌓은 노력의 결과를 곧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오는 10월 방송을 앞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태종의 아내이자 세종의 어머니인 원경왕후 역을 맡았기 때문. “사극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어요. 원경왕후는 남편에 의해 남자 형제가 모두 목숨을 잃지만, 남편을 왕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여성이죠. 결과적으로 본인은 왕비의 자리에 오르고요. 왕이 다른 여자를 더 사랑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야심을 품고 있는, 한마디로 멋진 캐릭터예요.” 남자의 사랑에 목말라하기보다는 꿋꿋이 갈 길을 가는 여자가 멋지다고 평가하는 그녀. 섹시함에 대한 정의도 이와 비슷할까? “맞아요. 당당하고 지적인 여자가 섹시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의 눈빛은 차분하지만 힘이 느껴지죠. 그 이상으로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어요. 진짜 섹시하다는 것은 그만큼 뭔가로 수식할 수 있다기보다 그냥 느껴지는 것 같아요.” 섹시함에 대해 겉모습보다 ‘느낌’을 언급하는 것을 보니 스물셋의 그녀에게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시기도 금방 찾아오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게다가 언뜻 보기엔 그저 티 없이 맑지만 속으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기준과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제 본명이 유승연이에요. 대중은 유승연보다 공승연에 대해 많은 말을 남기죠. 물론 실제의 저와 연기자 공승연은 같은 인물이지만, 유승연과 공승연을 조금 구분하자는 다짐이 생겼어요. 가식을 떨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승연에게 하는 말에 유승연이 너무 상처를 받아 하게 된 생각이에요. 배우 공승연으로 살면서 감당해야 할 일에 담대해지자는 결심이죠.” 아직은 화면 속에 젖살이 보이는 나이,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 건지 모르고 어느 날 힘겹게 식사를 거르기도 할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자신을 지키는 법을 터득했다면 유승연이 다치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남들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본인을 지키는 법을 먼저 알게 된 공승연은 이미 충분히 강하고 아름답다고.

소프트 핑크 슈트는 Kaye Su by Kim Yeon Ju

헤어 목혁수(엔끌로에) 메이크업 구다연(엔끌로에) 스타일링 김여정

척하지 않는 배우,
정소민

그레이 니트는 Comptoir des Cotonniers.

영화 <스물>의 잔상 때문일까. 발랄하게 스튜디오로 뛰어 들어오는 배우 정소민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해도 믿길 정도로 앳된 마스크를 지니고 있었다. 메이크업을 받으면서 오는 9월 전파를 타는 JTBC 드라마 <디데이>의 대본을 살피는 그녀에게 극 중 배역을 묻자 “레지던트 3년 차”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보다 나이가 있는 역할을 맡게 된 것 같다고 되물으려는 찰나, 그녀의 나이가 어느덧 스물일곱이라는 계산이 머릿속을 지나가면서 놀라움과 부러움이 교차했다. 정작 본인은 “20대 중반도 아닌 후반이죠”라며 드라마 <빅맨>의 강진아처럼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본인의 나이에 아쉬움이 느껴지겠지만 사실 얼마나 예쁜 나이인지 그녀는 알고 있을까? “아직 뭔가 이룰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도 모르지 않아요. 하지만 더 일찍 못해봐서 후회하는 것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배낭여행이 그래요. 진짜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거요. 좀 더 어릴 때 사서 고생을 한번 해봤으면 지금의 제게 좋은 거름이 됐을 것 같거든요. 얼마 전 제대한 남동생이 여행 중 찍은 사진을 보내주는데, 왜 전 그 나이에 그렇게 훌쩍 떠나지 못했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뉴욕이나 유럽으로 떠나려고요. 한 달 이상 머물면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싶어요.” 낯선 여행지에서 얻을 수 있는 인생의 거름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열아홉 살에 연기를 시작해 터득한 것은 몇 번의 여행이 줄 수 있는 그 이상일 것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나며 작업하지만 여전히 낯을 가려요. 같이 있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제가 드러나죠. 촬영장에 흐르는 음악 하나로도 기분이 바뀔 정도니까요. 그래서 어떤 이들이 보기엔 제가 털털할 거고, 어떤 이들에겐 새침하게 느껴지기도 할 거예요.” 낯을 가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은 그만큼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진짜 섹시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척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가 추구하는 모습이 정확히 그것은 아니라도 있는 그대로 당당한 사람을 보면 멋있고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당당한 모습은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 같고, 그게 곧 매력이 되는 것 같거든요.” 그녀는 있는 그대로 당당함을 보여주는 사람이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말했지만 에디터가 보기엔 그녀의 모습이 바로 그랬다. 뭔가를 감추고 꾸미려 하기보다는 대화 중 무심한 듯 뼈 있는 인생의 경험을 드러냈으니까. 특히 연애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랬다. “한 번을 하더라도 깊이 빠지는 사랑이 진짜인 것 같아요. 특히 20대의 사랑은 한 사람을 성장시키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죠. 사랑이란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내가 와장창 무너지기도 하고, 새롭게 배우며 변하기도 하고요.” 사랑에 대해 ‘서로 다른 세계의 만남’이라는 꽤 성숙한 정의를 내릴 줄 아는 그녀는 그만큼 그 충돌이 지나간 스물일곱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듯했다.
“영화 <스물>의 이병헌 감독님께 스무 살로 돌아가고 싶은지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너 같으면 지금까지 찍은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찍으라면 그러고 싶겠느냐고.(웃음) 우스갯소리처럼 말씀하셨지만 공감이 갔어요. 만약 시간을 되돌려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싶진 않아요.” 지나온 날에 미련을 두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당당한 배우 정소민. 척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가 말하는 섹시함과 더불어 더 찬란하게 펼쳐질 앞날의 시간이 그려졌다.

핑크 컬러 니트는 Sonia by Sonia Rykiel

헤어 차세인(제니하우스) 메이크업 장혜정(제니하우스) 스타일링 김보선

에디터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주용균(정소민,황승언), 박자욱(공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