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Artistry
하이엔드 브랜드의 화려함 뒤엔 투박한 손과 손때 묻은 도구로 한 땀 한 땀 제품을 빚는 장인의 노고가 숨어 있다. 세월이 흐르고 그들의 손이 거칠어질수록 제품은 황홀하게 빛난다. 패션만큼은 아니지만 뷰티 하우스에도 ‘한 땀 한 땀’이라는 장인의 공식을 대입할 수 있는 보물 같은 아이템이 존재한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치밀함과 타협 없는 정성으로 영혼을 담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장인들의 코스메틱을 들여다보자.



Handcraft Formula 10
대량생산 패스트 뷰티 브랜드, ‘메이드 인 차이나’ 레이블이 쏟아지는 이 시점, 장인정신이라는 말은 더욱 숭고하게 다가온다. 적막한 공기 속에서 흰 가운을 입고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이 만드는 것은 화장품의 본질, 포뮬러다. 고철 기계가 일정하게 움직이며 만들어낸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포뮬러가 선사하는 감동이란!
1 천상의 터치를 위해 고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브러시에는 ‘계급’이 존재한다. 메이크업 포에버는 브러시 하나만 5년 동안 연구한 끝에 35종의 최상급 브러시를 선보이고 있는 ‘브러시 명가’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인의 손끝에 의지해 무려 25단계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야 하는 만큼 많이 생산할 수도 없어요. 30명의 장인은 자연모보다 사용하기 쉽고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파이버(fiber) 인공모를 최대한 피부에 부드럽게 가공합니다. 염색하고 씻고 말리고 유연하게 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를 한데 모아 밴딩한 후 피부에 닿았을 때 따갑지 않도록, 어디 하나 돌출된 모가 없도록 손으로 한 올 한 올 커팅하죠. 그리고 그립감을 위해 우드를 둥글둥글하게 깎고 다듬고 사포질한 후 칠하는 것 또한 오롯이 우리 장인의 몫입니다.”
2 값으로 따질 수 없어요 너도나도 집에서 수제 캔들을 만들고 SNS에 자랑하는 요즘이지만, 딥티크는 그보다 몇 차원 높은 캔들 메이킹 과정을 자랑한다.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는 이야기다. 딥티크 캔들은 10가지 종류의 왁스와 오일, 발향을 위한 프레이그런스를 장인이 최적의 비율로 배합해 완성한다. “한 치의 오차라도 발생하면 초를 태울 때 왁스만 타고 향이 분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원료의 비율, 블렌딩 과정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작업입니다. 천연 왁스를 주입한 후엔 심지가 움직이는 것을 막고 정확히 가운데에 위치하도록 사람의 손으로 붙들어 고정하는 것 역시 100% 사람의 손길로 이뤄지죠. 숙련된 장인이 아니면 어려운 작업이에요. 또 딥티크는 자연 상태에서 24시간 동안 서서히 말리는 쿨링 작업을 고집하고 있어요. 급속 냉각을 하면 향기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천천히 굳혀요. 그러면서 비로소 캔들의 모습을 갖춰가는 거죠. 인고와 시간의 싸움이에요.”
3 고집스러운 캔들 메이커 집단 1687년 베르사유 궁전에 왁스를 공급 하며 마리아 테레사 왕비의 전속 향초 제작사가 된 씨흐 트루동. 지금도 씨흐 트루동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캔들을 만든다. “벌집에서 천연 왁스를 모은 다음, 정제수로 여러 번 걸러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세로 로 긴 직사각 모양으로 잘라 공기 중에 건조시키는 것이 기초 단계예요. 이때 햇볕은 왁스를 투명하게 하고 타 들어갈 때 반짝거리는 불빛을 내며 가장자리는 불투명한, 가장 아름다운 왁스의 형태를 만드는 역할을 하죠. 심지 역시 최고 품질의 코튼을 공수해 장인이 직접 한 올 한 올 꼬아 만듭니다. 향초의 글라스는 이탈리아 빈치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직접 핸드-블로잉 작업을 통해 제작합니다. 우리 캔들을 매장에서 유심히 본다면 아마 그 크기와 모양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이것이 바로 핸드메이드 제품만이 줄 수 있는 매력 아닐까요?”

4 수도승의 두번째 직업, 크림 메이커 우리가 사랑하는 크렘 앙씨엔느는 기원전 2세기에 태어났다. 믿기는가? 기원전 2세기! 그리고 이 제품은 과학자인 클라우디스 갈레누스가 개발했다. 왕의 명령에 따라 로마 검투사를 위한 크림을 만든 것이 최초의 앙씨엔느다. “프레쉬는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비법과 제작 과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요. 정해진 온도에서 반드시 수작업으로 다뤄야 하는 지극히 섬세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직도 체코 수도원의 숙련된 수도사가 전설적 제조법 그대로 핸드 블렌딩을 통해 제품을 만듭니다. 수도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기도로 보내지만 의무적으로 손을 이용한 순수 노동을 해야 하는 규율이 있기 때문에 크림 메이킹 과정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생산량이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어쩐지 크림을 바르는 리추얼이 심신을 숭고하게 할 것 같은 제품이다.


5 느리지만 순수한 수제품바코는 유기농 오트밀을 포함한 순식물성 성분을 원료로 수작업 생산하는 브랜드. “여기서는 거의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집니다. ‘오리지널 오트밀 시어버터 핸드 & 바디 크림’만 해도 최상 등급의 알로에베라, 시어버터, 오트밀, 호호바 등 의 원료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선별하고 블렌딩하고 있어요. 용기도 공예 장인들이 친환경 자재를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들고 있죠. 바코 제품은 단 한 번 바르는 것 만으로 드라마틱한 효능을 나타내진 않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홈메이드 요구르트처럼 순수하고 안정감을 준다고 마니아들은 말합니다. 또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피부가 건강해질 거라는 믿음을 준다고 합니다. 번거롭고 까다로운 수제품을 만드는 우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속도는 좀 느릴지언정 ‘지속 가능한 뷰티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6 프랑스가 사랑하는 비누 비누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잘 물러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편견은 버리기바란다. 프로방스의 천연 수제 비누, 랑팔라투르를 접하면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질 테니. 랑팔라투르는 100% 식물성 오일, 100% 천연 향료를 고집해 에코서트와 코스메바이오 인증을 거친 믿을 만한 브랜드로, KBS1 TV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백년의 가게>에서 세계적 명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했을 정도로 공신력을 갖췄다. “우리는 재료 하나도 수개월을 투자해 수작업으로 선별합니다. 6대째 전해 내려온 제작 과정 역시 특별합니다. 비누 베이스의 분쇄와 압 착을 여섯 번 반복해 부드럽지만, 마지막까지 무르지 않는 비누를 만듭니다(일반 비누는 이 과정을 2회 거친다). 잘게 자른 비누를 압축해 단단하게 만든 다음, 구와 큐브 모양으로 잘라냅니다. 그리고 손으로 직접 불순물과 강도 등 품질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7 신부의 손길이 스민 화장품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전 제품은 브랜드 역사의 산실인 연구실에서 약제 신부의 손에 의해 탄생한다. 1221년부터 계승된 제조법을 거치고, 예외는 없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스킨케 어 제품은 재료를 손수 블렌딩하는 수제품으로 그 수 가 한정적이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하나 완성도가 높고, 한번 발라 써본 이들은 꼭 다시 찾고 있죠. 비누를 만드는 공정은 치즈의 숙성 과정과 비슷합니다. 풍부한 우유 성분을 담은 액상 비누를 충분히 젓고 굳혀서 형태를 잡은 다 음, 특수 저장고에서 한 달 이상 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장미 모양 향초는 손으로 일일이 꽃잎 모양을 다듬어 완성하고요.” 그리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티스트’로 근무하는 수녀가 개인 작업실에서 만든 포장을 입으면 완성품이 탄생한다. 레이블 부착, 금박을 칠하고 포푸 리를 주머니에 넣는 일 등 수많은 과정이 모두 이들의 손 끝에서 이뤄진다는데,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8 병 안에 남태평양을 담다 소설 <달과 6펜스> 속 “한번 그 향기를 맡은 사람은 세상을 방황하다가도 그 향기가 그리워 다시 타히티로 돌아온다”라는 구절 은 남태평양 폴리네시아 해안가에만 자생하는 꽃, 티아레의 짙고 달콤한 향을 극찬하고 있다. 이 꽃을 화장품에서 볼 수 있다는 걸 아는지? 여배우들의 욕실에 여러 번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 나스의 ‘모노이 바디글로우’에는 이 꽃 한 송이가 통째로 들어 있다. “남태평양 보라보라 섬 인근 모투타네(Motu Tane)는 프랑수아 나스의 섬이며, 이곳에서 자생하는 티아레꽃은 모노이 바디글로우를 구성하는 주원료입니다. 모투타네에서 직접 수확한 티아레 생화에서 오일을 추출하기 전, 암술을 일일이 제거합니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꽃이 만개하기 전에 오직 손으로만 수확해야 해서 희소성이 크죠. 꽃의 영양 성분을 추출하고 여기에 남태평양 코코넛 추출 성분, 천연 향료를 블렌딩해 이 오일을 완성합니다.”
9 비누를 뭘 이렇게까지 비누가 13만8000원이라고? 언뜻 납득하기 힘든 가격표지만 장인의 노고에 대해 들 어보면 그 가치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끌레드뽀 보떼 시나끄티프 사본 하나를 만드는 데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려요. 그냥 비누가 아니죠. 이건 ‘스킨케어의 첫 단추’라고 해도 무방해요. 고농축 수분 에센스 한 병에 해당하는 히알루론산과 11년 동안 연구 개발에 매달린 블루 로즈 프레이그런스, 캐시미어 같은 거품의 원동력인 우리만의 비밀 원료를 한데 섞어 원액을 만들고 이를 몰드에 넣어 모양을 잡아주죠. 그러고는 기다리는 거예요. 두 달이라는 인고의 시간 동안 일정한 온도와 습도로 맞춘 아틀리에에서 이를 정성껏 말렸다 굳히길 반복하는 거죠. 정확한 시간이 지나면 하나하나 꺼내 또다시 정성껏 다듬는 일이 남아 있어요.” 매트한 일반 비누와 달리 수정 구슬처럼 반짝반짝한 표면의 윤기와 풍부하고 농밀한 거품을 보라. 누가 비누를 무시할 수 있는가.”
10 천년의 레시피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생산하는 제품 중에서도 수도원 제품은 전 제작 과정을 오랜 역사와 더불어 전수된 수작업으로 완성하고 극소량만 만들기 때문에 품질이 최상급에 속한다. “수도원 제품은 편의와 이익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전통 비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수도사의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신성한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카말돌리 수도원에 약국을 차린 1048년 당시의 전통 방식을 토대로 토스카나의 자연에서 직접 채취한 꽃과 꿀을 넣은 크림에 보존제를 극소량만 첨가합니다. 크림 사용 기한이 개봉 후 6개월인데, 사용 기한이 짧더라도 살균 보존료 사용을 최소화해 피부에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수도사의 정신입니다.” 카말돌리 크림의 품질과 효능은 하얀 패키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소박하지 않다. 오히려 기대 이상이다.

Nature Maestro
좋은 화장품은 출신 성분, 즉 원료부터 다르다. 대대손손 가업을 이어오며 평생 식물과 함께한 원료 장인이 직접 가꾸고 재배하는, 떡잎부터 다른 화장품 원료. 그것이 화장품의 성분이 되기까지, 그 과정은 어떤 자연 다큐멘터리보다 서정적이면서도 험난하기 그지없다. 대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원료 장인의 이야기 속으로!
장미 전쟁
가까운 꽃 시장에만 가봐도 안다. 장미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지만 다 같은 장미가 아니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뷰티 하우스는 장미를 사랑한다. 수많은 브랜드가 장미를 자신의 No.1 원료로 내세우고 있지만 프랑스 남부, 불가리아, 터키, 모로코 등 원산지도, 재배 방법도 모두 다르다. 브랜드의 장미 전쟁 이야기.
그 이름도 고귀한 랑콤 장미랑콤의 장미는 마젠타 로즈와 모브 로즈를 결합한 제3의 품종이다. 꽃잎은 다른 장미보다 도톰하고 풍만하며 꽃봉오리는 더 크고 길어 언뜻 봐도 한결 아름답다. 랑콤 장미 창조주 조르주 델바드의 손자인 아마드 델바드는 아직도 조부의 뜻을 이어 이 랑콤 장미를 재배하고 있는, 일생 동안 장미만 일군 ‘장미 아빠’다. 랑콤 장미는 1년에 딱 한 번 그의 고향인 프랑스 부르보네 지방에서 꽃을 피운다. 하지만 장미 생산량은 랑콤이라는 브랜드 규모를 감안할 때 생산하는 제품의 수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천 송이 정도다. 그는 직접 밭을 가꾸고 이 고귀한 랑콤 장미를 일일이 손으로 따서 증류한다.
99.9% 로즈 워터의 탄생샹테카이의 장미는 그 유명한 프랑스 남부 그라스 지방에서만 자란다. 샹테카이의 장미 재배자는 1년 중 딱 한철, 5월에 가장 바쁘다. 바로 샹테카이가 사랑하는 No.1원료, 로즈 드 메이(Rose de Mai)를 5월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시간대도 있다. 해가 뜨기 직전에 한 송이 한 송이 장인의 손길로 빠르게 따는데, 이는 새벽이슬에 젖은 꽃이 완전히 만개 하지 않은 장미가 가장 활성 성분도 풍부하고 향기도 짙기 때문 이다. 이렇게 수확한 장미는 곧바로 이른 아침에 올라오는 맑은 샘물에 증류해 순도 99.9%의 로즈 워터로 재탄생한다.
이른 아침 마지막 꽃봉오리 하나디올도 장미와 뗄 수 없는 뷰티 하우스다. 디올은 빈티지 장미의 선구자 앙드레 에브와 함께 장미 채취 여정에 나선다. 무슈 디올이 어린 시절을 보낸 그랑빌 가든에서 자라 로즈 드 그랑빌이라고 이름 붙인 디올 장미 말이다. 로즈 드 그랑빌은 1년에 두 번 봄과 여름의 끝 무렵에 꽃을 피운다. 앙드 레 에브는 로즈 드 그랑빌이 이른 아침 꽃을 피우기 전 마지막 단 계의 꽃봉오리를 수확해 원료로 사용한다. 이 시기에 평소의 2배에 해당하는 활성 성분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10년에 딱 한 번 허락되는 블랙 다이아몬드 트러플
에스티 로더의 리-뉴트리브 얼티미트 다이아몬드 라인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자연의 보물, 블랙 다이아몬드 트러플이다. 땅속 아주 깊은 곳에 존재해 사람의 시각이나 후각으로는 찾을 수 없기에 더욱 진귀하다고 알려졌다. 에스티 로더의 마스터 트러플 재배자는 10년이라는 시간을 할애해 트러플을 가꾼 뒤 추운 겨울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서 귀한 트러플을 일일이 손으로 채취한다. 최근엔 개와 함께 채취 여정을 떠나기도 한다. 훈련된 개의 후각을 이용해 오크나무와 헤이즐넛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블랙 다이아몬드 트러플을 찾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트러플을 발견했다고 해서 모두 리-뉴트리브 얼티미트 다이아몬드 라인의 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스터 트러플 재배자는 블랙 & 화이트 컬러의 선명한 마블링을 지닌 최상급 트러플만 제품의 원료로 채취한다. 프리미엄 트러플을 다루는 재배자는 전 세계적으로 무척 희귀하며, 대대로 비법을 전수해 계승하고 있다
겨울왕국에서 피어난 기적
알프스 정상에 올라본 적이 있는가? 만년설로 뒤덮인 높디 높은 겨울왕국, 사람의 흔적이 없는 이곳에서도 화장품의 원료는 자라고 있다. 등반가이자 라프레리 이노베이션 디렉터인 스탱글 박사는 지구 상에서 가장 추운, 얼음과 눈으로 뒤 덮인 극한의 환경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찾기 위해 등반을 나섰다. 그리고 알프스에서 해발 3000m 이상의 깊고 깊은 산 기슭에 서식하는 식물 솔다넬라 알피나를 발견했다. 발음도 생소한 이 식물은 가을에 싹을 틔우고 겨우내 얼음 아래서 동면에 들어가는데, 이때 잎에 영양분을 저장했다 봄이 되면 이 영양분을 뿜어내 주변의 눈을 녹이고 꽃을 피우는 강인한 식물이다. 하지만 라프레리는 자연을 생각하는 윤리적 기업. 화장품 원료로 이용하기 위해 알프스의 야생식물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하여 고산식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스위스 농장과 파트너십을 맺고 똑같은 토양과 기후 조건을 유지하며 이 꽃을 재배하고 있다. 이곳에서 정성껏 재배한 솔다넬라 알피나는 손으로 일일이 수확하는 과정을 거친 후 말리고 에센스를 추출하며 이를 다시 한 번 정제해 최상의 안티에이징 성분으로 재탄생한다.
나파밸리 포도 장인의 자존심
4대를 이어온 몬다비 가문의 부티크 와이너리에선 ‘최고의 자연이 최고의 예술품’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만든 스킨케어 제품 다비도 전개한다. 몬다비 가문의 와인과 스킨케어 제품이 최고로 인정받는 데는 최상급 포도 원료가 한몫한다. 몬다비 가문은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한다. 캘리포니아의 뙤약볕 아래서 포도 명인은 수시로 가지치기를 하고 토양, 배수, 기온, 햇빛, 병충해 등의 수많은 요소를 컨트롤하며 포도를 자식처럼 어루만진다. 그리고 개화 이후 100일 정도 지나 수확철이 되면 일일이 손으로 따서 포도에 고귀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한 병의 그랑 크뤼 크림 속에 녹아든 포도 명 인의 애틋한 정성과 헌신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천년을 살아남는 소나무의 생명력
적송을 아는가? 모진 비바람과 혹독한 무더위, 눈보라가 반복되는 가운데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푸름을 지키는 붉은 소나무 말이다. 설화수는 뿌리, 솔방울, 잎, 꽃가루, 하다못해 이끼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다는 적송을 진설 라인의 핵심 성분으로 사용하는데, 그것을 채취해 성분을 추출하는 과정 역시 옛 선조의 지혜가 담긴 약재 조제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적송 마스터는 솔잎 가운데서 여리고 푸른 것만 골라내 딴 다음 생잎을 일일이 절구를 이용해 찧어서 고운 가루로 만든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3~4 일 담갔다 꺼내 말리고 다시 증기에 찐다. 이것이 바로 설화수 고유의 포제법. 그다음 말간 햇볕에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적송의 정수를 농축한 유효 성분이 완성된다.


Last Delicate Touch
로고를 찍어내는 스탬핑과 실 작업, 내용물이 새지 않게 하는 치밀한 봉합 과정 등 장인이 오랜 시간 공들여 수작업으로 완성한 뷰티 아이템은 작품이라 부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마에스트로의 예술혼이 깃든 패키지 이야기.
명품을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샤넬 N°5 빠르펭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하나. 향수의 탄생에서 조향 작업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조향 당시의 향을 그대로 신선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몇 배 더 정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향수를 최상의 품질로 보존하기 위해 샤넬 초창기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적 봉합법 ‘보드뤼샤주(baudruchage)’는 오로지 N°5 보틀에만 사용합니다. 병의 입구에 얇은 막을 대고 두 줄의 검은 코튼 실로 묶은 다음, 밀랍 스탬프로 샤넬의 CC 로고를 찍죠. 이 고전적이고 정밀한 과정을 거치면 조향 당시의 향을 영원히 봉인할 수 있습니다. 이 봉합법을 깨우치는 데만 몇 달이 걸린답니다.” 사소한 과정 하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는 샤넬이기에, 변치 않는 우아함을 여성에게 선물하는 위 대한 향수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칭송할 만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 뷰티 에디터가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포장 박스, 쇼핑백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쿠아 디 파르마! 이탈리아로 프레스 트립을 갔을 때, 제품 상자를 그리고 오리고 부착하는 과정 모두 핸드메이드로 진행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는 종이 상자 하나도 남달라 보이는 것. 포장재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 쓰니 내용물은 말할 것도 없다. 가죽 제품도 마찬가지. “아쿠아 디 파르마의 모든 제품은 장인이 이탈리아의 실험실에서 수작업으로 만들며, 제작 공정은 다음 세대 로 비밀스럽게 전수합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가죽 향수 케이스 역시 최고급 물소와 송아지 가죽을 사용해 핸드메이드로 만들고 있고요. 이탈리아의 멋쟁이들처럼, 아쿠아 디 파르마의 품격이 엿보이는 완벽한 마감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향수도 핸드메이드 옷이 필요하다 뷰티 에디터가 제품은 물론이거니와 포장 박스, 쇼핑백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아쿠아 디 파르마! 이탈리아로 프레스 트립을 갔을 때, 제품 상자를 그리고 오리고 부착하는 과정 모두 핸드메이드로 진행한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는 종이 상자 하나도 남달라 보이는 것. 포장재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 쓰니 내용물은 말할 것도 없다. 가죽 제품도 마찬가지. “아쿠아 디 파르마의 모든 제품은 장인이 이탈리아의 실험실에서 수작업으로 만들며, 제작 공정은 다음 세대 로 비밀스럽게 전수합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가죽 향수 케이스 역시 최고급 물소와 송아지 가죽을 사용해 핸드메이드로 만들고 있고요. 이탈리아의 멋쟁이들처럼, 아쿠아 디 파르마의 품격이 엿보이는 완벽한 마감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테리어 소품이 된 클렌저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사랑받는 뷰티 아이템은 공통점이 있다. 일단 디자인이 심플하고, 뉴트럴 컬러가 특히 인기가 많다. 천연 성분으로 만든 믿을 만한 제품이어야 하며, 그것이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라면 관심도가 수직 상승한다. 이 모든 걸 다 갖춘, 현재 가장 트렌디한 클렌저가 리아네이처의 볼 클렌저다. “리아네이처는 동백꽃씨 오일을 굳히고 동그랗게 반죽한 수제 클렌저를 흙으로 정성스럽게 빚어 구운 도자기 작품 속에 담았어요. 단지 심미적 효과만 노린 것이 아니라 천연 성분을 가장 신선하게,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세라믹 디자이너 이보경이 빚는 이 도자기 패키지는 2014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골드를 수상한 하나의 예술품이다.


관능이 폭발하는 묘약 세련된 블랙 보틀, 카라 델레빈의 누드와 물의 결합이 관능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 광고 비주얼!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톰 포드 뷰티 블랙 오키드 이야기라는 걸 알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디자이너, 톰 포드는 관능이라는 코드를 치명적이고 고급스러운 패션으로 승화시킨 것처럼, 오래된 양주를 닮은 검은 병에 센슈얼한 향기를 담았다. 장식은 골드를 선택했다. 톰 포드는 블랙 못지않게 골드에 대한 집착도 상당하기 때문(브랜드 관계자에게 얼핏 들은 얘기로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사무용 클립조차 골드 컬러만 고집할 정도라고)! “보틀의 어떤 부분도 우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비밀스럽고 자극적인 향을 담을 컬러로 톰 포드는 블랙을 택했어요. 그리고 블랙에 가장 고급스럽게 매치될 골드 스트링을 꼬아 보틀 목에 감았습 니다. 그 중앙에 TF 로고를 음각한 사각 참을 손으로 매달아 톰 포드식 향수를 완성했죠. 이로써 ‘톰 포드 블랙’이 그 자체로 하나의 센슈얼한 코드가 된 것입니다.”
볼수록 보석 같은 향수불가리 부티크에 진열된 하이엔드 향수 ‘레젬메’를 접한 이들은 이게 장식품인지, 향수인지, 아니면 보석인지 헷갈릴 것이다. 알고 보니 레젬메의 목표는 불가리의 시그너처 보석을 재현하는 것이었고, 불가리는 그 목표를 이뤘다. “독일 튀링 겐산 유리를 입으로 불어 만든 보틀에 수차례 열을 가하면 투명하고 견고한 보틀이 완성 됩니다. 여기에 실키한 블랙 코팅제를 바르고 골드 링을 세팅하는데, 골드 링은 정교한 핸드 폴리싱을 거쳐 주얼 캡과 완벽하게 맞물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이 향 수는 제작 공정은 제쳐두고 ‘조립’하는 데에만 무려 50단계 이상의 수작업을 거쳐 사실 상 보석을 만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실제로 불가리 부티크에서는 6개의 보석이 저마다 다른 빛을 발하는 듯한 자태에 반해 6가지 향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고. 130년 역사의 주얼리 하우스 불가리가 하이엔드 향수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일으킨 것이다.
여자의 로망디올 엑스트레 드 빠르펭,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작은 보틀은 여자라면 누구나 소유욕이 솟구치게 하는 앙증맞은 오브제다. “디올 아틀리에 레이디(디올 내 부에서 장인을 지칭하는 말)는 보틀 입구를 봉하는 작업, 스탬핑, 실 작업, 리본을 묶는 작업 등 보틀을 완성하는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드뤼슈 (baudruche)’는 극소수의 장인만이 구현할 수 있는 기법으로 미세한 천연 막을 이용해 보틀의 넥 부분을 봉하는 기술이에요. 입구를 봉한 뒤, 골드나 실버 실로 묶어 향수가 공기와 완전히 차단되게 합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은 이렇듯 오랜 전통과 치밀한 수공 기술이 만났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가장 모던한 메이크업 브러시 브러시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수작업으로 완성하는 나스의 가부키 브러시.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터치를 가장 잘 표현하기로 유명한 최고급 흑염소모를 모아 하나로 묶은 다음, 손잡이에 아주 가는 등나무 줄기를 촘촘하 게 감아 완성합니다. 이는 일본 가부키 문화에 관심이 지대한 프랑수아 나스의 아이디어죠.” 과연 디자인의 위력을 간파한 장인이기에 가능한 시도다. 브러시가 단순히 메이 크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메이크업 타임을 리드하는 어엿한 액세서리라는 사실을 프랑수아 나스는 알고 있었던 것! 직접 사용해보니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완벽한 그 립감을 자랑해 메이크업에 관심 좀 있는 사람이라면 탐낼 수밖에 없을 듯.
에디터 박세미(프리랜서) 성보람(프리랜서)
사진 박지홍 스타일링 & 디자인 이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