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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ween Seasons Coat

FASHION

계절이 바뀌는 시기, 누구나 입는 트렌치코트를 누구보다 멋지게 소화하는 이들의 특별한 스타일 이야기.

우아한 카키 컬러의 Gucci 실크 트렌치코트와 플랫폼 펌프스에 Reehue 레이스 드레스를 매치한 유은정 원장

마음 가는 대로 입기 유은정
올해로 15년 차 정신과 전문의인 유은정 원장은 요즘 새로운 책 발간을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신과 의사가 20~30대 여성 비만 환자에게 진료실에서 들려줄 수 있는 자세한 조언을 담은, 내면의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다. 비만 관련 상담 치료가 대중적이지 않던 시절부터 비만 클리닉을 운영해온 그녀. 여성들에게 건강한 마음을 통해 아름다움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다 했다. “정신과 의사가 비만을 치료한다니 의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비만은 우울증과 스트레스에서 기인하는 마음의 병이에요.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죠.”
수많은 여성 환자를 대하며 그녀가 느낀 것은 심리 상태와 스타일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 옷은 사람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가 하면 마음가짐과 기분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기도 한다. “우울증이나 비만 환자 모두 몸을 가린 무채색의 칙칙한 옷을 입고 병원에 찾아오세요. 하지만 상담을 통해 증세가 호전되면 점차 화려하고 섹시한 스타일로 변해가는 모습을 발견하죠. 때로는 제가 치료의 일환으로 스타일을 바꿔볼 것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옷은 정서와 큰 영향을 주고받는 요소입니다.”
스타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또 누구보다 그것을 즐길 줄 아는 그녀는 평소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선호한다. 환절기에는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실키한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데, 인상이 한결 부드러워 보일 뿐 아니라 그녀가 즐겨 입는 레이스 원피스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 “제 직업상 사람들이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잖아요. 그런 편견을 깨고 싶어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각이 선 클래식 트렌치코트보다 오늘 입은 것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편안한 실루엣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죠.” 하지만 지나치게 꾸민 듯한 과한 스타일링은 지양한다.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단정하고 깔끔한 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해서다. 소재 자체가 주는 느낌을 포인트로 활용할 뿐, 볼드한 액세서리를 착용하지 않으며 프린트가 들어간 의상보다는 단색 아이템을 즐긴다.
본래 스타일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업적 틀과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 20대를 거쳐 40대에 이른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라 말한다. “입고 싶은 옷을 마음껏 입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의 스타일이 완성되었고, 굉장히 만족스러워요.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원하는 대로 즐기는 것이 가장 멋진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존감도 높일 수 있고요.” 그녀를 보며 문득 옷을 입는 것은 곧 마음을 입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아름다운 스타일은 그 사람의 내면이 아름다울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가장 즐겨 입는 캐주얼한 디자인의 리버서블 트렌치코트 Brunello Cucinelli

대나무 소재 핸들과 가죽 꼬임 장식의 조화가 멋스러운 Gucci의 뱀부 백은 특별한 날 포인트 아이템으로 들기 좋다.
평소 심플하고 여성스러운 실버 액세서리를 즐긴다. 브레이슬릿은 Hermès 제품

트렌치코트 Louis Vuitton, 스트라이프 티셔츠 Saint James, 카디건과 팬츠는 친한 디자이너가 선물한 것, 레터링 프린트 슬립온 슈즈는 Crucial

내겐 너무 멋진 코트 김영완
무심히 길을 걷다 언뜻 맡은 향기에 잊고 있던 오랜 기억이 불쑥 떠오를 때가 있다. 김영완 대표는 향이 이야기를 담는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껴 지인들을 위해 향초를 제작해오다 작년 7월 본격적으로 캔들 브랜드 꽁티드툴레아(Conte de Tulear)를 런칭했다. 그에게 특별히 선호하는 향을 묻자 새벽 나무가 숨 쉬는 듯한 운무 향기와 가죽 냄새를 언급했다. “그리고 저는 비가 이유 없이 좋아요. 비가 내린 뒤 촉촉하게 젖은 향기도요. 그만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사진 속 그가 입고 있는 루이 비통 트렌치코트를 구입한 이유 역시 이렇듯 알 수 없는 끌림 때문이었다. 루이 비통의 2013년 S/S 컬렉션 당시 등장한 이 트렌치코트가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고 마침 파리 매장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것.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파리의 낭만적인 분위기에, 비 오는 날 트렌치코트를 입는 상상 같은 것이 더해져 바로 구입해버렸다고. “기억과 분위기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죠. 전 그것에 기꺼이 이끌리곤 해요. 그 중심에 향이 있기도 하고요.” 5년간 근사한 향을 찾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온 그의 말이다. 활달하고 쾌활한 성격인 김영완 대표는 실제로도 포멀한 스타일보다 편하고 활동하기 좋은 룩을 선호한다. “어른스러운 스타일은 저와 전혀 맞지 않더라고요.” 그가 반달 모양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래서 클래식한 트렌치코트는 더더욱 입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 면에서 레이어링을 즐기고 스트라이프 티셔츠 같은 캐주얼한 아이템이 많은 그에게 아웃도어풍 네이비 컬러 트렌치코트는 꽤 잘 어울린다. “패셔너블하기보다는 반듯한 스타일로 보였으면 해요. 열심히 꾸미지는 않았어도 양말 하나까지 단정하게 신경 쓴 느낌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 그런 감성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김영완 대표는 그만의 탁월한 감각과 감성을 지녔다. 이는 숫자가 커다랗게 쓰여진 심플한 꽁티드툴레아의 캔들 보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멀리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인 데다, 숫자끼리 엮어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떠올릴 수도 있어요.” 이 숫자는 추상적인 이름을 붙이는 대신 그가 명확하게 구분한 16가지 향을 드러내는 독특한 방식이기도 하다.
분위기를 달리하고 싶거나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방을 좀 꾸며보고 싶거나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싶을 때면 사람들은 어김없이 캔들을 떠올리곤 한다. 김영완 대표는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트렌치코트를 입어볼 것을 권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트렌치코트는 비와 분위기, 쓸쓸함과 멋을 상징하니까. 그리고 하나 더, 그가 덧붙인 조언은? “트렌치코트 자락에 우드 향을 더한다면 더욱 멋질 거예요!”

브라운 컬러 클러치 Hermès

그린, 앰버와 플로럴 향기를 조합한 165 캔들 Conte de Tulear, 가죽 손잡이가 눈에 띄는 작은 우산 Tod’s

블랙 트렌치코트 Paul & Alice, 키치한 프린트의 실크 원피스 Holly Fulton, 페이턴트 부츠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클래식을 정의하다 김유정
“클래식한 가방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이그조틱 가죽을 사용한 가방으로 유명한 로사케이의 김유정 실장이 에디터의 질문을 곰곰히 듣더니 이내 “찢어진 청바지부터 여성스럽고 우아한 코트까지, 그 어떤 의상에도 잘 어울리는 가방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트렌치코트는 이와 비슷한 아이템이다. 어떤 의상에 걸쳐도, 누가 입어도 그의 스타일에 자연스레 녹아드니까. 그야말로 이상적인 클래식 그 자체! 인터뷰 당일 그녀는 평소 자주 입는 프린트 드레스, 팔찌와 페이턴트 부츠, 그리고 즐겨 뿌리는 향수 등 ‘나다운 아이템’을 고른 뒤 그 위에 트렌치코트를 걸쳐 자연스럽고 멋스러운 환절기 룩을 완성했다. 김유정 실장의 확고한 취향과 이에 대한 고집은 꽤 단단하다. 무심히 걸친 듯 박시한, 마치 아빠의 것을 훔쳐 입은 듯한 트렌치코트를 계속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하나의 트렌치코트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반드시 마음에 쏙 드는 것을 찾아야 해요!” 이처럼 확고한 취향은 그녀가 로사케이를 런칭하는 계기가 됐다. 백화점을 몇 시간 돌아다녀도 마음에 드는 가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그조틱 가죽 가방을 전문으로 하게 된 이유는 어머니가 물려준 악어가죽 백 덕분이다. “아주 낡았는데 그 가방만큼은 계속 소중히 여기게 되고 언제 들어도 기품이 느껴지더군요. 제가 만든 가방을 그렇게 여겨주길 바란 것 같아요.” 어느덧 4년째 운영하고 있는 로사케이는 김유정 실장의 독창적 감성을 담은 디자인과 탁월한 실용성,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순식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특히 살짝 찌그러진 듯한 브랜드의 시그너처 스트리트 미니 백은 꾸준히 새로운 컬러와 소재로 출시하는 중. 그만큼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지는 과정은 길었다. “오묘하게 외국 것을 베낀 국내 브랜드처럼 보이는 건 싫었어요. 로사케이만의 무언가를 담고 싶어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틀을 만들기까지 언제나 그녀의 중심을 잡아준 것은 ‘클래식’이라는 단어였다.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기 전 오랫동안 첼로를 연주해왔다는 김유정 실장. 한 우물만 파던 음악학도 시절이 디자인 작업에 도움이 되는지 묻자 지금 주어진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같은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무대 위에서 곡을 연주하는 순간은 정말 그때뿐이더군요.” 그 덕분에 매 시즌 ‘뒤늦게 후회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완벽한 디자인을 찾아낸다. “살아 숨 쉬는 듯한 가방을 만들고 싶어요. 시대의 변화에 상관없이 늘 모던한. 마치 아주 클래식한 트렌치코트처럼!”

마이클 코어스가 Celine의 디렉터일 때 구입한 송치 장갑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찾는 것은 큰 행복이다.

어떤 의상에도 매치하기 좋은 디자인으로 몇 켤레 구입해둔 슬링백 슈즈 Lanvin

쇼퍼 백, 토트백 등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시티 크루즈 백 Rosa. K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 한상은 (hanse@noblesse.com)
사진 정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