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the Classic
랄프 로렌은 미국 고유의 클래식한 감성과 헤리티지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감각과 스위스 정통 워치메이킹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시계 분야에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노블레스>는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새 컬렉션 런칭 현장을 찾아 이들 시계의 매력을 확인했다. 2009년에 시작한 짧은 역사임에도 도드라진 활약을 보이는 랄프 로렌 워치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이다.
보통 패션 하우스의 시계가 그 모습을 처음 드러낼 때에는 엄청난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정통 워치메이킹을 구현함에도 패션의 연장선상에 있는 액세서리로 치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또 그간 크나큰 사랑을 받아온지라 패션 분야 이상의 성공을 거둘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 전통 시계 브랜드만 고집하던 애호가의 생각이 변하고 있고, 여러 패션 하우스에서 마련한 워치 컬렉션의 눈에 띄는 성공도 고무적이다. 브랜드 로열티, 스위스의 정통 워치메이킹 그리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 등 다양한 장점을 고루 갖춘 덕분이다. 랄프 로렌의 워치 컬렉션도 마찬가지. 2009년 처음 런칭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과 무엇보다 ‘잘 만든’ 시계 덕에 전 세계 많은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베젤에 다이아몬드를 수놓아 우아함을 뽐내는 지름 32mm의 RL888 로즈 골드 브레이슬릿
다양한 컬러의 스트랩을 매치할 수 있는 RL888 컬렉션
클래식을 재정의한 시계의 탄생
랄프 로렌 워치 컬렉션은 지난 2009년 SIHH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의 향연을 뽐내는 자리에 신생 브랜드가 모습을 드러낸 드문 상황! 그건 이들의 워치 탄생 과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랄프 로렌은 패션 부서와 별개로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쿨트르, 피아제 등이 속한 리치몬트 그룹과 합작을 통해 시계를 만든다(회사명은 랄프 로렌 워치 & 주얼리 컴퍼니). 브랜드의 태생은 미국이지만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심장, 즉 무브먼트와 완성도 높은 시계의 외관은 스위스에서 제작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내로라하는 시계의 명가들이 힘을 합쳤으니 처음부터 마음을 동하게 하는 시계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 브랜드의 DNA라 할 수 있는 ‘말’에서 영감을 받은 스터럽(Stirrup), 드레스 워치인 슬림 클래식(Slim Classique), 전방위에서 활약할 스포팅(Sporting) 3개의 컬렉션으로 SIHH를 찾은 랄프 로렌은 이후 빈티지 클래식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은 RL 오토모티브(RL Automotive), 여행과 모험을 컨셉으로 한 사파리(Safari), 아르데코의 영향을 받은 스퀘어 케이스 시계 RL867 컬렉션 등 매년 새 얼굴을 공개하며 대규모 라인업을 꾸려나갔다. 여느 매뉴팩처 브랜드보다 공격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이었다. 더욱이 크로노그래프, GMT, 플라잉 투르비용 등 컴플리케이션은 물론, 다이아몬드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는 주얼리 워치 등 남녀 모두를 아우르는 컬렉션을 구성하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현재 유럽과 미국, 아시아 등 25개국 100여 개의 선별한 매장에서만 선보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선보이는 RL867 컬렉션
지름 39mm의 RL 오토모티브 워치. 블랙 케이스와 베젤에 사용한 우드 소재의 대비가 매력적이다. / RL 오토모티브에 영감을 준 부가티의 클래식 빈티지 카
2016년의 새 컬렉션
올해부터 랄프 로렌은 SIHH에 참가하는 대신 전 세계 투어를 통해 새 컬렉션을 발표하는 방법을 택했다. 좀 더 많은 고객과 프레스를 만나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한 셈으로 올해는 도쿄를 새 컬렉션의 발표 장소로 정했다. 지난해에 부임한 CEO 루크 페라몽(Luc Perramont)의 인사로 신제품 발표를 시작했다. “랄프 로렌이 창조한 우아한 디자인과 스위스의 시계공학을 결합한 멋진 시계입니다. 인생을 함께할 타임리스 타임피스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죠. 특히 본격적인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큽니다.” 이제 새 시계를 만날 시간!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브랜드 최초의 여성용 라운드 컬렉션 RL888. 뉴욕 매디슨 가 888번지에 위치한 여성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이름을 딴 시계로 로마숫자와 아라비아숫자의 강렬한 인덱스와 브레게 핸드가 도톰한 베젤을 택한 라운드 케이스와 어우러졌다. 소재는 로즈 골드와 스틸로 선보여 선택의 폭을 넓혔고,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베젤에 세팅한 주얼리 버전은 화려함까지 겸비했다. 쿼츠 무브먼트를 택해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알리며, 브레이슬릿과 여러 컬러의 악어가죽 또는 에나멜, 소가죽 스트랩을 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 남자인 에디터의 눈에 들어온 시계는 RL 오토모티브로 기존 45mm의 크기가 부담스러운 남성을 위해 39mm로 사이즈를 줄였다. 아시아인에게 제격이란 생각이다. 참고로 창립자 랄프 로렌은 빈티지 자동차 수집광으로도 유명한데, RL 오토모티브는 바로 그가 보유한 1938년식 부가티 타입 57SC 아틀란틱 쿠페(전 세계에 단 4대뿐!)에서 영감을 받은 모델이라고. 부가티의 대시보드에 사용한 암보이나 벌우드(amboynas burlwood) 소재 베젤이 시선을 잡아끄는 동시에 기품까지 챙겼다. 블랙 스틸 케이스와 매트 블랙 갈바닉 코팅을 더한 같은 컬러의 다이얼은 그야말로 남자의 것! 백케이스를 통해서는 예거 르쿨트르가 제작한 무브먼트가 쉼 없이 요동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미를 장식한 시계는 아르데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RL867 컬렉션의 남녀 페어 버전으로 정사각형 케이스와 여기에 어우러진 사각 링크 브레이슬릿이 건축적 매력을 물씬 풍긴다. 드레시한 느낌 덕에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근사한 턱시도가 절로 떠올랐다. 21.5mm, 27.5mm, 32mm 3가지 사이즈로 선보이며, 남성용 모델의 경우 피아제의 핸드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해 정통 워치메이킹을 고스란히 구현했다고.
모든 제품을 직접 손으로 느끼고 경험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랄프 로렌이 추구하는 워치메이킹의 방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패션 세계의 미학을 고수하는 동시에 스위스의 우수한 시계 제작 노하우를 이식하려는 그 시도는 분명 옳았다. 5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패션 역사에 수많은 획을 그은 랄프 로렌에 새 임무가 주어졌다고 하면 과언일까?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