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ssing of Wheat
타이베이에서 가브리엘 샤넬과 밀의 깊은 관계를 표현한 레 블레 드 샤넬 컬렉션을 만났다.
블레 방돔 타이베이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 있는 밀 오브제

자연을 만끽하는 가브리엘 샤넬
가브리엘 샤넬이 밀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 순간을 짚어내기 위해선 그녀가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밀을 선하고 온전한 존재라 생각한 고아원의 신부님은 늘 그녀를 ‘나의 선한 밀’이라 부르며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샤넬에게 밀은 긍정을 상징하는 부적과도 같은 존재였다. 훗날 그녀가 머무른 파리 캉봉 가의 아파트와 리츠호텔 스위트룸, 라포자(La Pausa) 별장에서도 그 상징적 의미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드와 브론즈 소재의 밀 오브제, 밀을 그린 하드커버 북, 친구 살바도르 달리가 채색한 밀 그림까지. 샤넬 화인 주얼리에서 새롭게 선보인 레 블레 드 샤넬(Les Blés de Chanel) 컬렉션은 이처럼 긴밀한 샤넬과 밀의 관계에서 출발한다.
11.1캐럿의 팔각 브릴리언트 컷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 주위로 620개에 달하는 마키즈, 페어, 브릴리언트, 팬시 컷 옐로와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밀의 모습을 형상화한 페트 데 므아송(Fête des Moissons) 브레이슬릿과 6.5캐럿의 팔각 브릴리언트 컷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다이아몬트를 세팅한 페트 데 므아송 링
지난 7월 파리에서 최초로 공개한 레 블레 드 샤넬 컬렉션을 그 두 번째 행선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타이베이 JW 메리어트 호텔의 큼직한 홀에 마련한 프레젠테이션 현장은 어둡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공간으로 꾸몄다.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Tobias Jesso Jr.)의 피아노곡이 잔잔하게 흐르는 이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예상할 수 있듯 밀이었다. 그리고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밀 위로 눈부신 레 블레 드 샤넬 컬렉션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오로지 밀 하나를 모티브로 삼은 컬렉션임에도 다채로운 디자인의 주얼리가 시선을 모았다. “싹이 틀 때부터 수확까지 밀의 성장 과정을 4단계로 구분해 각기 다른 형태로 재해석했어요. 각 컬렉션에 행운과 행복, 번영과 재생이라는 가치를 담고자 했고요. 그 덕분에 밀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브랑 드 디아망(Brins de Diamants) 브레이슬릿과 프리미에 브랭(Premiers Brins) 브레이슬릿

므아송 도르(Moisson d’Or) 브레이슬릿

프리미에 브랭 이어링
홍보 담당자의 말대로 레 블레 드 샤넬 컬렉션에는 하나의 밀알 혹은 부케 다발로, 간결하거나 풍성하게 푸른 봄 새싹과 황금빛으로 물든 밀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었다. 이를 위해 샤넬은 밀알을 연상시키는 마키즈 컷 스톤과 풍요로운 밀 이삭을 떠올리게 하는 옐로 골드를 전면에 사용한 것은 물론, 옐로 사파이어와 옐로·화이트 다이아몬드, 페리도트와 아콰마린, 그린 투르말린과 에메랄드와 진주에 이르는 다양한 젬스톤을 세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레블레 드 샤넬 컬렉션이 근사한 건 패션 하우스 고유의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간직해서다. 이는 샤넬 화인 주얼리의 컬렉션을 만드는 과정을 듣고 나면 쉬이 수긍이 간다. 단순히 크고 훌륭한 품질의 젬스톤을 구입해 이를 부각하는 주얼리를 만드는 방식 대신 하우스의 아틀리에에서 디자인을 완성한 후 이에 맞는 스톤을 찾는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것. 물론 샤넬의 디자인 스케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고품질 스톤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럼에도 감도 높은 패션 브랜드에서 전개하는 하이 주얼리인 만큼 스톤의 캐럿에 연연하지 않고 디자인을 완성하는 오브제로 여기는 철학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 덕분에 레 블레 드 샤넬 컬렉션의 일부 주얼리는 스톤을 찾는 데에만 1년 가까이 소요된 제품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 노력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바로 그 차이가 샤넬의 하이 주얼리를 스타일의 정수를 담은 주얼리로 만들어주는 요소일 것이다.
브랑 드 디아망(Brins de Diamants) 레젠드 드 블레(Legende de Ble) 네크리스 제작 과정
다음 날 향한 타이베이의 중정기념당은 온통 황금빛 밀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파리에서 레 블레 드 샤넬 컬렉션을 처음 공개했을 때 파리 방돔 광장에 설치한 블레방돔(Blés Vendôme)을 그대로 옮겨온 것. 이를 진두지휘한 아티스트 가드 베일 역시 맑고 높은 타이베이 하늘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황금빛 밀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밀 위에 과거에 고서를 채색하던 물감을 몇 번이고 덧칠했습니다. 야외 설치물인 만큼 햇빛을 받아 더욱 반짝거리며 반응하길 원했습니다. 대만의 상징적인 이곳을 황금빛 밀로 수놓을 수 있어서 기쁩니다.” 그의 말처럼 자연 속 밀을 도시 한복판에 옮겨온 전경은 눈부시게 빛났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가브리엘 샤넬이 오래도록 믿어온 밀의 아름다운 가치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4.7캐럿 페어 컷 에메랄드와 마키즈 컷 옐로 사파이어, 아콰마린, 브릴리언트 컷 투르말린, 코냑 다이아몬드, 브라운 다이아몬드 등 을 세팅한 에피 데테(Epi d’Ete) 네크리스

봄의 밀을 그려낸 브랭드 프랭땅(Brins de Printemps) 링. 5.7캐럿에 달하는 마키즈 컷 페리도트 주위로 다이아몬드, 아콰마린, 투르말린을 세팅했다.

밀을 연상시키는 옐로와 멀티 컬러 다이아몬드 주위로 2639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임프레시옹 드 블레(Impressions de Ble) 브레이슬릿

13개의 마키즈 컷 다이아몬드가 베젤을 감싸는 므아송 도르 워치. 옐로 사파이어 비즈 브레이슬릿이 우아하다.
에디터 | 정새미(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