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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utique Philosophy

ARTNOW

코스메틱 하우스에도 물론 역사와 문화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부티크’라는 유형의 아카이브 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청담동에 국내 최초의 디올 부티크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한 번쯤 그곳을 방문해봤다면 단순한 패션 부티크 이상의 공간이라는 감상에 동의할 것이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잠파르크가 설계한 건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오브제인 데다 공간마다 이야기가 있어 오감을 요동치게 하기 때문. 부티크라는 공간의 목적이 더 이상 ‘쇼핑’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우스 오브 디올이 전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 곳곳의 코스메틱 하우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맘에 드는 립스틱뿐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문화, 그 이상의 예술까지 부티크에서 음미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럼 <아트나우>의 심미안으로 꼽은 ‘스토리가 있는 코스메틱 부티크’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

루이 15세를 위해 만든 향기 나는 장갑 도면. 갈리마드 뮤지엄에 전시하고 있다.

영국 왕실의 느낌이 물씬 나는 런던 코번트 가든의 펜할리곤스 부티크

파리 방돔에 위치한 달팡 인스티튜트의 클래식한 내부 전경

역사의 향기를 입은 공간
단순한 쇼핑 공간 이상의 뭔가가 있다고 해서 으리으리한 규모와 찬란한 샹들리에만 떠올리지는 말자. 어머니의 할머니 또 그 할머니 시절부터 이어온 역사는 어떤 화려한 치장으로도 대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때론 한적한 교외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갤러리처럼 소박하기도 하지만 곳곳에 세월의 값진 흔적을 간직한 코스메틱 부티크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과거 프랑스 군주였던 소렌스 백작 장 드 갈리마드 경이 1747년 탄생시킨 갈리마드 퍼퓸 하우스. 오늘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10대 향수 기업 중 하나인 동시에, 향수의 본고장 그라스의 3대 향수로 손꼽히는 갈리마드는 당시 왕실의 전유물이던 맞춤 향수를 대중에게 선보이며 가문 대대로 전통 수공예 방식을 이어왔다. 그 시작부터 함께한 퍼퓸 하우스는 그라스 지방에 여전히 자리해 있으며, 브랜드의 시그너처라 할 수 있는 맞춤 향수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갈리마드 전용 플라워 필드와 조향사를 양성하는 연구소, 갈리마드는 물론 프랑스 향수와 왕실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퍼퓸 뮤지엄까지 운영하고 있어 프랑스 남부를 방문하는 국빈이 꼭 한 번쯤 찾는 명소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프랑스 왕실 역사의 한편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갈리마드 하우스라면 영국 왕실 역사의 일부분을 감지할 수 있는 곳은 펜할리곤스 부티크다. 브랜드 창시자 윌리엄 펜할리곤은 1870년 런던 피커딜리의 저민 스트리트에 펜할리곤스의 문을 열고, 첫 번째 향수 ‘하맘 부케’를 선보였다. 최소 5년 이상 왕실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개인이나 기업에 주어지는 왕실 조달 허가증을 2개나 보유하고 있으며, 이 영예로운 증서는 영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신뢰를 뒷받침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브랜드의 시작과 함께한 저민 스트리트 매장은 지금의 부티크 개념과는 조금 다른, 남성 토털 그루밍 케어와 향수 제조 및 판매를 제공하던 곳으로 현재는 문을 닫았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펜할리곤스 매장은 1974년 웰링턴 스트리트에 문을 연 코번트 부티크로, 빅토리아 여왕 시대부터 같은 자리를 지켜온 것은 아니지만 펜할리곤스만의 클래식하고 세련된 리본 장식 향수병과 벽난로, 깊이 있는 색감의 우드 벽이 어우러져 마치 영국 왕실의 응접실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준다.

​왕실 외에 18세기 상류층의 공간을 엿보고 싶다면 파리 생토노레 350번지에 위치한 달팡 인스티튜트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달팡의 뷰티 트리트먼트를 경험할 수 있는 이곳은 루이 15세의 연인인 퐁파두르 부인이 살던 저택과 프랑스 계몽 시대 최고의 살롱을 운영한 소피 콩도르세의 저택 사이에 자리한다. 18세기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입구를 지나 코트야드로 들어서면 정면에 자리한 조각상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은 나폴레옹 1세가 사랑하는 조제핀 드 보아르네에게 결혼 기념 선물로 준 것이라고. 이뿐 아니라 달팡 인스티튜트 앞의 파티오에서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프랑스 정원이 우아한 자태를 드러내며 ‘휴식’이라는 스파의 가장 큰 목적에 마침표를 찍기도 한다.

메종 겔랑 내에 자리한 스킨케어 룸. 오키드 라인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놓여 있다.

이솝의 교토 시그너처 스토어. 브랜드 고유의 색깔과 현지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예술과 문화를 이야기하는 공간
브랜드의 전통과 역사만큼 예술과 문화도 코스메틱 부티크를 한층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활약한다. 1914년 파리 샹젤리제 68번지에 문을 연 메종 겔랑도 그 자체로 200년 가까운 브랜드 역사는 물론 브랜드의 예술적 취향을 설명해주는 전설적인 부티크로 손꼽힌다. 메종 겔랑은 런던의 칼턴 호텔과 파리의 리츠 호텔 등을 설계한 건축가 샤를르 므에의 작품으로, 오픈 당시 ‘새로운 미의 신전’이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았을 뿐 아니라 프랑스 국립 기념 건축물로 등록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3년 9개월에 걸친 대대적 레노베이션을 거쳐 재탄생했는데, 세계적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디자인을 맡았으며 향수와 코스메틱 단독 부티크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맞춤 향수를 조향할 수 있는 공간과 메이크업 살롱, 스킨케어 존 등 코스메틱 하우스 특유의 요소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건물 전체를 아티스트의 설치 작품과 예술적 영감으로 채워 무엇 하나 허투루 볼 수 없다. 샹젤리제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거대한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예술가 제라르 쇼를로의 채광 벽과 유리공예 장인 토마스 티시가 립스틱 드로잉을 새겨 넣은 메이크업 살롱 내의 거울 등이 그 예. 예술적 공간에 진열한 겔랑 익스클루시브 퍼퓸은 더 이상 향수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적 오브제 역할을 하며, 4개의 거대한 바카라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무결점의 대리석 장식 등을 보노라면 시각적으로 누릴 수 있는 호사가 무엇인지 절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메종 겔랑을 통해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이미지의 향연을 즐겼다면, 이제 모던함의 베리에이션으로 눈을 돌려보자. 간결하면서 현대적 디자인 요소가 가득한 대표적 부티크는 바로 이솝 시그너처 스토어. 이 브랜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8개에 달하는 시그너처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단 한 곳도 같은 모습으로 설계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다름이 완성하는 조화로움’을 철학으로 현지의 분위기와 어우러진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세계 어느 곳의 매장을 방문해도 같은 듯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 전 세계 95번째로 문을 연 가로수길 시그너처 스토어에 세팅한 큼직한 소나무 테이블과 벽을 마감한 한지 등도 그 철학을 대변한다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요소를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것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 스토어의 황색 천장은 7560개의 유리병을 소재로 했으며, 뉴욕 놀리타 매장은 무려 40만 권의 <뉴욕타임스>를 인테리어 재료로 사용했고, 호주 플린더스 레인 스토어에서는 플라스틱 선반 대신 3000개의 판지 상자를 만날 수 있다. 하나도 겹치지 않는 지역적 요소와 지속 가능하면서 다채로운 재료를 통해 같은 듯 다른 스토어를 구현하지만 모든 매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요소 또한 존재한다. 빈티지 가구와 조명 그리고 수전이 그것. 이 세 요소는 숨은그림찾기처럼 전 세계 모든 스토어에 녹아들어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브랜드의 문화에 위트를 더해준다.

에디터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제공 갈리마드, 겔랑, 달팡, 이솝, 펜할리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