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Art to Lif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작품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5월호에서는 외롭고 미성숙한 현대인의 다양한 표정을 따뜻하고 친근한 손길로 표현하는 갑빠오(Kappao) 작가의 ‘<서커스(Circus)>’ 전시를 선보입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지인과 함께 작가가 유쾌하게 빚어내는 사람과 흙의 온기를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갑빠오(Kappao)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정도의 고운 흙에 물을 섞어 반죽하면 흙은 형태를 얻는다. 이어서 시각화한 흙 반죽을 가마에 구우면 견고함이 생겨 시간을 영위하는 하나의 물질적 대상이 된다. 이렇게 흙을 재료로 하는 도예 작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 갑빠오. 4월 22일부터 5월 20일까지, 서울 청담동 네이처포엠에 자리한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그녀가 각종 도예품과 나무를 이용한 설치 작품, 독특한 페인팅이 돋보이는 그릇을 선보인다. 공예와 현대미술 사이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갑빠오의 작품 세계로.

1, 2 갑빠오의 작품이 탄생하는 작업실 풍경 3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하듯 그리는 드로잉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다 다시 미대(도예과)에 진학했습니다. 사회학과 미술은 잘 매치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하게 됐나요? 사회학을 공부할 땐 사실 학교에 가는 게 그리 즐겁지 않았어요. 학교에 가서도 대부분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냈죠. 그러던 중 어릴 적부터 혼자 집에서 조물조물 뭔가를 만들며 놀던 기억, 화실에 다니던 친구들을 마냥 부러워한 고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미술가’를 꿈꾸게 되었어요. 결국 진짜로 미대에 들어갔고요. 그런 고민 끝에 들어간 학교였기에 그곳에선 뭘 하든 즐거웠어요.
미대 졸업 후 2년간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미술가와 큐레이터는 비슷한 듯 다른 영역이죠. 어떻게 큐레이터 일을 하게 됐나요? 미대에 들어가 즐겁게 시간을 보냈지만, 졸업 즈음엔 장래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대학원 진학과 직업인의 삶 중 고민하다 결국 갤러리 큐레이터를 택했죠. 갤러리에 있는 동안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작업실에 가서 직접 작가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이전에 학교에선 결코 배울 수 없었던 예술가들의 진정성과 예술적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었죠.
이후 불현듯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왜 갑자기 유학을 결심했나요? 또 보통 ‘미술 유학’이라고 하면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가 인기가 많은데 특별히 이탈리아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유학을 택한 건 순전히 ‘갈증’ 때문이었어요. 갤러리 큐레이터로 일하는 동안 나도 내가 만나는 예술가들처럼 ‘나만의 작품’에 열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게 큰 이유였죠. 많은 나라 중 이탈리아를 택한 것도 오직 제 ‘느낌’이었어요.
이탈리아에 가선 ‘장식미술’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와 같이 그곳에선 도예 작업을 따로 하지 않으셨고요. 이탈리아에 있는 동안엔 어떤 작업을 하셨는지요? 한국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기 때문에 처음엔 이탈리아에서도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 파엔차(Faenza)에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죠. 미술의 세계는 실로 다양하고, 내가 무엇을 배우든 그것이 추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작업에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믿었거든요. 더욱이 제가 다닌 브레라 국립미술대학(Brera Academy)은 회화는 물론 사진과 공예, 조각 등을 두루두루 배울 수 있는 수업으로 정평이 난 곳이었어요. 그곳에 있는 동안 공예부터 현대미술까지 미술 전반에 대해 알 수 있었죠.

1Brown Man, Acrylic on Wood, 120×8×100cm, 2013, ₩3,000,000
2Block Series(평면) Color, Print on Ceramic, 14.5×5×19.5cm, 2016, 각각 ₩50,000&
(입체) Gold, Color on Ceramic, 14.5×5×19.5cm, 2016, 각각 ₩80,000
3Say Nothing, Colored on Ceramic, 17.5×12×23cm(머리), 14×14.5×22cm(몸통), 2014~2017, ₩900,000
4Nobody Knows Me, Acrylic on Wood, 2017
왼쪽부터_ 13.5×1.7×29cm, ₩150,000, 11×1.7×24.5cm, ₩130,000, 12.5×1.7×25cm, ₩130,000, 11×1.7×24.5cm, ₩130,000, 9.5×1.7×20cm, ₩100,000
오렌지 & 브라운 컬러 2단 테이블은 La Collecte 제품. 벽면 페인트는 Dunn-Edwards DEW 380 White와 DEW 6228 Play on Gray, 바닥재는 LG Hausys 지아자연애스페셜 – 콘크리트라이트.

1왼쪽부터_ Pink Man, Acrylic on Wood, 104×8×147cm, 2013, ₩3,000,000 Red Man, Acrylic on Wood, 102×8×121cm, 2013, ₩3,000,000
2Go on Ahead, Acrylic on Wood and Ceramic, 2017
위부터_ 13×6×13cm, ₩200,000, 19.5×8.5×24cm, ₩400,000, 22×8×27.5cm, ₩500,000
3Say Nothing, Colored on Ceramic, 2014~2017
왼쪽부터_13×10.5×20cm, ₩900,000, 15×14×38.5cm(머리), 14×15×11cm(몸통), ₩900,000, 14×14×40cm, ₩900,000 Nero, Colored on Ceramic, 22×18×32cm(머리), 30×30×50cm(몸통), 2014~2017, 가격 문의
그럼 작가 갑빠오의 트레이드마크인 도예 작업은 이탈리아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군요? 맞아요. 이탈리아에 있을 땐 대부분 그림을 그리거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료로 작업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되레 그런 경험이 저를 이후 도예의 세계로 다시 불러들인 것 같기도 해요. 오랫동안 제 작품 세계에서 중심을 이룬 흙에 대해 그리움이 생긴 거죠. 그래서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선 도예 작업에 매진했어요.
사람을 형상화한 도예 작업에 대한 질문인데, 혹시 주변인을 모델로 한 작품도 있나요? 주변인의 영향도 알게 모르게 받긴 하겠지만, 누군가를 콕 집어 모델로 삼은 적은 없어요. 보통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사람이나 매체를 통해 접하는 사람들을 제 머릿속에서 믹스하고 다시 재조립해 새 얼굴로 탄생시키죠.
먼산바라기를 하거나 뚱한 표정 등 사람 형상의 작품들 표정도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런데 작품들이 하나같이 몸 전체의 비율에 비해 머리가 큰 ‘가분수’던데, 이런 연출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미성숙’한 사람들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몸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육체는 어른이지만 정신은 미성숙한 어정쩡한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저는 사람들이 고상한 척하며 살고 있지만, 실제론 다들 외롭고 쓸쓸한 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도예 작업의 기본인 ‘흙’은 작가 갑빠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흙의 다채로운 물성을 좋아해요. 부드럽다가 이내 단단해지고, 갖가지 모양으로 변형되는 등 그 변화 과정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요. 흙은 제게 ‘작은 세계’와 같습니다.
도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타이밍’과 ‘인내’ 아닐까요? 그 둘은 도예 작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좋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선 흙이 너무 물러도 안 되고, 너무 단단해도 작업할 때 곤혹스럽습니다. 또 원하는 형태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선 흙이 적당히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도 꼭 필요하죠.
실용적 물건에 장식적 가치를 부가해 그 가치를 높이는 미술을 흔히 ‘공예’라고 합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공예품인가요, 아니면 현대미술 작품인가요? 또 이런 질문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요? 아무래도 공예엔 ‘일상성’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니, 제 작품은 공예의 범주에 들어갈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그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고요. 지금 세상엔 현대미술 같은 공예품, 공예품 같은 현대미술이 공존하고 있어요. 그 둘을 정확하게 구분하려면 더 많은 기준과 분류법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한편으론 그걸 힘들게 나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어요.

1, 2, 4Lego Series, Color on Ceramic, Cotton and Lego, 9.5×9.5×17.5cm, 2016~2017, 각각 ₩150,000
3 Drum Series, Color on Ceramic, Cotton and Wood, 6×6×20cm, 2016~2017, ₩150,000
5Go On, Colored on Ceramic and Cotton, 17.5×8×25cm, 2015, ₩180,000
6Drum Series, Color on Ceramic, Cotton and Wood, 6.5×6.5×19.5cm, 2016~2017, ₩150,000
7Circus World Ι, Colored on Wood and Ceramic, 42.5×21×50.5cm, 2017, ₩800,000
블랙 & 화이트 선반은 Rooming 제품.

1Nobody Knows Me, Acrylic on Wood and Magnet, 6×1×15cm(Variation Size), 2008~2017, ₩100,000(2개 1세트)
2왼쪽부터_Circus World ΙΙΙ, Colored on Wood and Ceramic, 48×9.5×53cm, 2017, ₩800,000
Iron Man, Ceramic, Iron and Cotton, 23×13.5×32cm, 2017, ₩800,000
3Dome Series, Ceramic, Wood and Glass, 23.5×23.5×34cm, 2017, ₩380,000
4I’m Here, Colored on Ceramic and Cotton, 29×29×14cm, 2016, 각각 ₩200,000
이번 노블레스 컬렉션 전시에 출품하는 작품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탈리아에서 있을 당시 제 이름을 걸고 개최한 첫 개인전
끝으로 ‘갑빠오’라는 이름은 어떻게 쓰게 된 건가요? 제 이름이 고명신이에요. 성이 ‘고’씨죠. 영어로는 ‘Ko’고요. 한데 이 ‘Ko(케이오)’를 이탈리아에선 ‘갑빠오(K=‘갑빠’, O=‘오’)’라고 읽어요. 그저 성만 이탈리아어로 바꾼 것뿐인데, 현지에선 그 발음의 독특함 덕인지 제게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저도 그런 화제성이 그리 싫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시 일정 : 4월 22일~5월 20일(일요일·공휴일 휴관), 노블레스 컬렉션
※문의 : 02-540-5588
에디터 이재연(jyeon@noblesse.com), 이영균(youngkyoon@noblesse.com)
진행 조윤영 사진 김보라(인물), 박원태(작품) 디자인 마혜리 스타일링 배지현(d_Floor) 스타일링 어시스턴트 오승연, 신지혜, 길예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