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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11월호에서는 ‘0의 일지’라는 제목으로 힘을 합친 주세균·이보람 작가의 2인전을 선보입니다. 도예와 회화라는 서로 다른 매체를 이용해 망각, 기억, 가벼움, 무거움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풀어낸 두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주세균, 이보람
본질과 실제 인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차이에 주목하는 작가 주세균, 전쟁이나 테러 희생자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과 그로 인한 죄책감을 그려내는 작가 이보람. 두 사람이 작가로서, 부부로서 서로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10월 23일부터 11월 20일까지,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무거움, 가벼움, 망각, 기억’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로 제작한 도자기와 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것.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두 작가가 서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주목해보자.

전시 제목이 ‘0의 일지’입니다. 0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이보람 0은 저희 둘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흔히 ‘부부는 0촌’이라고 하잖아요. 핏줄보다 가까운 사이란 뜻이죠. 그런데 달리 보면 서로 아무것도 아닌 사이일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0은 정반대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복잡미묘한 숫자죠.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작업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 둘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평소 두 분의 작업 주제나 스타일이 아주 다른데, 이번 출품작은 서로 분위기가 비슷합니다. 앞서 말씀하신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톤 앤 매너를 맞춘 느낌입니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세균 보통 2인전이라 하면 각자 평소 작업을 그대로 전시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는 서로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제가 먼저 이보람 작가에게 작업의 근간이 되는 키워드를 요구했어요. 그 안에서 ‘가벼움과 무거움, 망각과 기억’이라는 네 단어가 눈에 들어왔죠. 상대적 거리감을 나타내는 단어이기 때문에 이번 주제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그걸 토대로 ‘기억을 담은 망각’을 비롯한 도자기 신작을 만들었습니다. 이보람 작가는 이렇게 완성한 결과물을 자신의 회화 작품에 등장시켰고요.

전쟁이나 테러 희생자의 모습을 소재로 그린 이보람 작가의 ‘시체들 3’.

주세균 작가님은 그동안 만국기와 세계지도, 도자기를 활용한 다양한 스타일의 작업을 선보여왔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주세균 ‘해석’입니다. 저는 본질과 실제 인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해석의 차이에 관심이 많아요. 이를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소재와 방식을 사용하고요. 예컨대 색모래 등으로 여러 나라의 국기를 그린 ‘Notional Flag’ 시리즈나 세라믹 위에 국보와 보물 도자기의 이미지를 흑연으로 그린 ‘Tracing Drawing’ 시리즈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징(혹은 전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이게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이번 작품들은 주세균 작가님의 ‘Text Jar’ 시리즈에 속합니다. ‘해석’이란 키워드로 볼 때, 이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주세균 도자기는 오해가 많은 재료예요. 많은 사람이 자연스레 도자기를 공예품의 범주에 넣고 생각하거든요. ‘Text Jar’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이것이 아트인지 공예인지 물음을 던지는 작업입니다. 작업 방식은 이렇습니다. 특정 단어를 선정한 후, 축을 놓고 단어를 돌려서 얻은 환의 형태를 도자기로 만들죠. 축을 중심으로 각도에 다양성을 주면 같은 단어도 여러 형태의 도자기로 만들 수 있어요. 예컨대 출품작 중 ‘신념을 세우다’의 도자기는 모두 ‘신념’이라는 단어로 만들어낸 겁니다. 또 ‘무거움을 담은 가벼움’의 두 도자기는 각각 ‘무거움’과 ‘가벼움’이란 단어를 선정해 빚은 거고요.

찬장 속에 도자기를 배열한 작품도 눈길을 끕니다. 찬장 전체를 한 작품으로 봐야 하는 건가요?
주세균 네. 그 작품은 ‘찬장 자체가 조각 같은 오브제가 될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일정한 카테고리로 나눈 도자기들을 찬장에 배열했죠. 이를테면 ‘찬장#5’는 가족의 식사 자리에서 어른들께서 흔히 말씀하시는 ‘겸손’, ‘근면함’ 같은 단어로 빚은 도자기를 모았습니다. ‘찬장#7’은 ‘정’이라는 단어로 만든 도자기를 나열했고요.

이보람 작가님은 전쟁이나 테러 희생자의 모습을 소재로 작업해왔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보람 그 소재에 관심을 가진 건 2003년 이라크 전쟁 소식을 접하고부터예요. 당시 대중매체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담은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시각적으로 잠시 충격을 주고 금세 사라지더라고요. 보도사진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그로 인한 죄책감과 무기력함이 작업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작품을 통해 현실에서 떨어져나온 이미지가 어떤식으로 의미가 빠지고 껍질만 남게 되는지 보여주고 싶었죠.

세라믹 위에 국보와 보물 도자기의 이미지를 그린 주세균 작가의 ‘Tracing Drawing’ 시리즈.

그런데 최근 발표한 ‘피-빨강-피’ 시리즈에선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희생자의 혈액량을 추산한 물감으로 천을 염색하는 작업 방식도 충격적이고, 이미지도 한층 강렬해졌어요.
이보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보고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꼈죠. 예전 작품에선 희생자 개인이나 특정 사건을 작품에 드러내지 않았는데, ‘피-빨강-피’에선 희생자 한 명 한 명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물론 이 방식도 완벽하진 않아요. 보도사진의 희생자를 보고, 제 나름대로 그들의 키와 나이, 혈액량을 추산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사회적으로 볼 땐 제 작업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저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Skin’ 시리즈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보람 최근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분절된 신체의 이미지를 이용한 일종의 자화상 작업입니다. ‘Skin’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이번 전시에 한정해 만든 작품이지만, 넓게 보면 제 새로운 작업을 이해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덧붙여 ‘Skin’ 시리즈는 작품 속에 피부와 도자기를 병치했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이보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로서 피부를 생각했어요. 작품 속 피부는 저고, 그것과 맞닿은 도자기는 주세균 작가를 의미하죠. 도자기와 피부의 색과 질감은 일부러 비슷하게 그렸지만, 동시에 그림자를 강조해 둘의 차이를 부각했어요. 이는 서로를 이해하려 해도 약간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 가깝지만 동일해질 수 없는 둘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겁니다.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주세균 내년에 첫아이가 태어납니다. 예술가로서 저희 둘은 각자 예술 세계가 뚜렷한 고집 있는 작가지만, 아이가 생긴다는 건 공통의 기쁨이자 도전이에요. 저희에게 곧 새로운 세계가 열릴 텐데, 거기에 적응하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전시 일정 : 10월 23일~11월 20일(일요일·공휴일 휴관), 노블레스 컬렉션
※문의 : 02-540-5588

1 이보람, Skin 3, Oil on Canvas, 91×91cm, 2017, ₩5,000,000
2, 4 주세균, 망각과 기억 (일부), Ceramic, 2017, ₩12,000,000
3 주세균, 무거움을 담은 가벼움 (일부), Ceramic, 2017, ₩2,000,000
5 주세균, 찬장#5, Ceramic, Wood, Steel, Glass, 84×40×170cm, 2017, ₩15,000,000
6 주세균, 찬장#6_무거움과 가벼움 (일부), Ceramic, Wood, 2017, ₩12,000,000

화이트 컬러 플로어 스탠드와 심플한 디자인의 오크목 벤치는 Innometsa, 비트라 새 오브제는 Hpix 제품.
베경색은 DEA 145 Wine Stain, 몰딩에 칠한 핑크 컬러는 DE 6012 Plumvile으로, Dunn-Edwards Korea 제품.

 

7 이보람, Skin 4, Oil on Canvas, 91×91cm, 2017, ₩5,000,000
8 주세균, 신념을 세우다, Ceramic, Wood, 가변크기(약 2m), 2015~2017, 세트(7개) ₩7,000,000, 개당 ₩1,000,000

매트한 질감의 핸드메이드 화기, 검은색 와이어 프레임 안에 브라스 소재의 기하학적 도형 오브제를 연결한 ‘Sculpt Art No.1’은 8colors 제품, 피아노 와이어와 애시 소재로 제작한 오브제는 Hpix, 매트 블랙 컬러의 SC7 펜던트 램프는 Innometsa 제품.

9 주세균, 찬장#6_무거움과 가벼움, Wood, Ceramic, 82.5×20×124.5cm, 2017, ₩12,000,000
10 이보람, Skin 1, Oil on Canvas, 91×91cm, 2017, ₩5,000,000
11 이보람, Skin 5, Oil on Canvas, 91×91cm, 2017, ₩5,000,000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진행 안요진, 임슬기, 명혜원  사진 박원태  스타일링 이승희(스타일링하다)  디자인 마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