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Bring Art to Life

LIFESTYL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4월호에서는 다양한 동물이 현대사회에 적응하며 규격화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한 장세일 작가의 < STANDARD ANIMAL >전을 소개합니다.

장세일
장세일 작가는 입면체 형태로 단순하게 동물을 조각한다. 도시환경에 맞춰 진화한 동물의 모습으로, 인간과 동물이 사이좋게 공존하길 바라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노블레스 컬렉션은 네이처포엠 전시 공간에서의 마지막 전시로 그의 개인전 < Standard Animal >을 연다. 전시에 앞서 그에게 동물을 주제로 작업하는 이유와 그것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1Standard Animal-Rabbit, Steel/Car paint, 30×20×47cm, 좌대 25×35×80cm, 2017, 4,000,000
2Standard Animal-Rooster, Steel/Car paint, 30×20×30cm, 좌대 25×35×80cm, 2015, 4,000,000
3Standard Animal-Tiger, Steel/Car paint, 55×25×25cm, 좌대 65×30×60cm, 2017, 4,000,000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각을 전공했습니다. 다양한 미술 장르 중 조각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예술 고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공부해보니 어떤 형상을 만들 수 있는 조각이 더 적성에 맞았죠. 그때부터 조각가가 되려고 한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금속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단단한 금속을 녹여 온갖 모양을 만드는 걸 보고, 상상하는 거의 모든 걸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죠.

작가님을 대표하는 작품은 ‘Standard Animal’이라는 동물 조각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동물 조각 이전에 곤충을 조각했어요. 어느 날 생물학을 공부한 친구에게 초파리가 환경에 맞게 쉽게 변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곤충이 인간이 만든 도시에 맞춰 오랜 시간 진화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죠. 그러곤 곧 선풍기 날개가 달린 나방, 종이봉투처럼 생긴 벌레 같은 걸 만들었어요.

곤충에서 동물로 넘어온 이유는 뭔가요?곤충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에요. 작품의 메시지는 흥미로운데 징그럽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서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고 만지고 싶은, 친근감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마침 한 다큐멘터리에서 쇄빙선을 밀어내는 북극곰의 모습을 봤어요. 한 생명체가 겪는 생존의 위기감이 피부로 느껴지더군요. 한편으론 곤충이 도시형으로 진화하듯 곰도 인공적 환경에 적응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됐어요. 이게‘Standard Animal’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곰은 물론 토끼, 닭, 뱀, 원숭이 조각까지 다양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조각할 동물은 어떻게 고르나요?평소 다큐멘터리같이 동물이 나오는 자료를 찾아보는 편이에요. 보다 보면 어떤 동물을 작품으로 만들지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죠. 예컨대 북극늑대는 얼굴 부분의 털이 짧고 윤곽이 선명해요. 반면 몸통엔 털이 무성하죠. 이것을 작품으로 만든다면, 머리 부분은 섬세하게, 몸통의 털은 각지게 표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4Standard Animal-Dachshund, Steel/Car paint, 128×40×70cm, 2018, 6,000,000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고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영감이 떠오르면 먼저 드로잉을 한 후 컴퓨터로 3D모델링을 합니다. 작품을 모두 직접 만들어보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이렇게3D 모델링한 작업을 종이접기 프로그램에 대입합니다. 금속으로작업하기 전 먼저 종이 샘플을 제작해보는데, 그 도면을 만들어주는 아주 유용한 도구죠. 샘플이 괜찮다 싶으면 도면에 맞게 금속을 조각조각 자르고 이것들을 하나씩 짝을 맞춰가며 용접합니다. 용접하면서 튀어나온 부분을 그라인더로 갈아낸 후, 마지막으로 채색하죠.

동물을 입면체 형태로 단순화하는데, 면 분할을 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수평과 수직으로 뻗은 빌딩처럼 시원스러운 느낌을 내려고 합니다. 저는 도시에 맞춰 진화한 동물의 모습을 조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인공적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작업하죠. 면을 너무 많이 분할하면 뭔가 억지스럽고 조잡하게 느껴져요. 그렇지만 ‘Standard Animal-Rabbit’처럼 얼굴이나 귀 등 신체 일부분을 유선형으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도 있어요. 일부러 자연환경에서 살아온 동물의 본래 모습을 조금 남겨둔 거죠.

동물을 인간에게 ‘적응’시키려는 이유가 뭔가요? 곰이 쇄빙선을 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동물을 해치며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한편으론 동물이 인간이 만든 환경에 적응하면 어느 정도는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죠. 동물의 입장에서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란 건 압니다. 하지만 동물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고, 공평하게 공존하기 힘들다면 이렇게라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의 선명한 색감도 진화의 맥락으로 봐야 할까요?네. 저는 동물이 궁극적으로 적응해야 할 대상은 인간이라고 봐요. 곤충을 조각할 때만 해도 곤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위장’시킬지 고민했죠. 하지만 동물에게는 ‘귀여움’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려동물은 갖은 애교를 부려 사랑을 얻잖아요. 쥐처럼 징그러우면 죽고, 귀여워야 살아남는 세상이죠. 화사한 색으로 칠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5Standard Animal-Rabbit, Steel/Car paint, 40×60×10cm, 2017, 4,000,000
6Standard Animal-Horse, Steel/Car paint, 40×60×10cm, 2017, 4,000,000
7Standard Animal-Schunauzer, Steel/Car paint, 30×30×40cm, 좌대 35×35×60cm, 2018, 4,000,000

자동차 도료로 채색하는 것도 흥미로워요. 자동차 도료야말로 가장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채색 도구입니다. 오늘날 도시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인 자동차와 비슷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으니까요. 아크릴물감이나 일반 페인트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봤지만 자동차 도료만 한게 없었어요.

2011년부터 꾸준히 동물 조각을 만들어왔는데 그간 작업에 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초기 작품은 다소 경직된 느낌이에요. 당시 저는 사회가 요구하는 규격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는데, 이런 감정이 작품에 투영된 것 같아요. 요새는 좀 더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품작 중 부조 2점이 눈에 띕니다.부조 작품은 재작년부터 만들기 시작했어요.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조각의 특성을 보완하려고 시도했죠. 조각과 부조뿐 아니라 모빌 작품도 구상 중이고, 기회가 된다면 회화 작업도 하고 싶어요.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야 작업적으로 발전이 있고 스스로 만족스럽거든요.

새로 시도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반려동물을 조각하고 싶어요. 사실 이번 출품작 중에도 하나 있어요.‘Standard Animal-Schunauzer’는 자식처럼 키우던 강아지를 조각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작한 거예요. 그간 동물을 많이 조각했지만 특정 강아지를 만드는 건 처음이라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사이 강아지가 늙어서 세상을 떠났죠. 이후 작품을 완성해 주인에게 보여줬는데 죽은 강아지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기뻐하더라고요. 작가로서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사진 박원태   촬영 소품 동국대학교 서양화 전공 임서현, 정선희, 한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