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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7월호에서는 20년 넘게 작업으로 소통해온 김성언, 나얼, 노준, 송원영, 필승 작가의 그룹전 <귤이랑 미술창고>를 소개합니다.

<귤이랑 미술창고>전
뮤직비디오 감독 송원영, 무대미술감독 김성언, 조각가 노준, 설치미술 작가 필승, 가수 나얼은 20년 지기다. 오랜 세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분야에 자리 잡은 이들이 필승 작가의 새 전시 공간 ‘귤이랑 미술창고’ 오픈을 축하하기 위해 뭉쳤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미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그룹전을 마련한 것. 그 결과물을 제주도 전시에 앞서 노블레스 본사 1층의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친구로서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을 지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이 전시는 7월 3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제주도에 있는 ‘귤이랑 미술창고’.

 

필승
필승 작가는 오랫동안 ‘소통’을 주제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예컨대 관람객이 작품을 만질 수 있게 하거나 회화 작품의 위치를 옮겨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다. “작가인 저조차 한 전시 공간에 5분 이상 있으면 지루하고 힘든데 관람객은 오죽할까요. 그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요소를 생각하다 만지거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한데 최근에는 작품 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 촉각적 체험보다는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관람객의 사유를 유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 “체험형 작품 대부분은 전시가 끝나고 해체됩니다. 그래서 항상 아쉬움이 남았는데, 한편으론 미술 작품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어요. 자연스레 그 고민을 담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또 이전 작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보존성도 고려했고요.” 이번 전시에선 그림으로 그린 선인장 아래 화분을 갖다 놓는 등 필요와 불필요 사이를 오가는 위트 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시장에서 본 화분, Acrylic on Canvas, 80×102 cm, 2016, 3,000,000

<귤이랑 미술창고>전이 열리는 데에는 사실 그의 공이 크다. 그가 올여름 제주도의 귤 농장 창고를 개조해 만드는 전시 공간의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친구들이 의기투합한 것. 그는 이곳을 전시장은 물론 상품 판매 숍과 개인 생활공간, 작업실까지 갖춘 아티스트런 스페이스로 꾸밀 계획이다. “오래전부터 정착에 대한 욕구가 있었어요. 그러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적당한 공간을 발견했죠.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이자 제주도라는 관광지의 특성을 살린 전시공간으로 만들려 합니다.” 그는 첫 그룹전을 마치면 빈티지 소품 전시를 열 생각이다. 특정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미술 공간으로 꾸리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앞으로 제주도에 갈 일이 생기면, 개성 넘치는 전시를 선보일 그의 공간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송원영
송원영은 영화감독이 꿈이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1993년 작 <쥬라기공원>을 보고 자신도 스펙터클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 때문에 대학에서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화계에 발을 들였지만, 본의 아니게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일할 기회가 많아졌고 자연스레 그 매력에 빠졌다. 2007년에는 영상 프로덕션 ‘에이프릴샤워필름’을 설립,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의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로이 킴, 아이비, 브라운아이드소울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다.

송원영의 상업 작품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2013년 박카스 29초영화제에서 수상한 광고 ‘대한민국에서 불효자로 산다는 것’같이 현실적으로 공감 가는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브라운아이드소울의 뮤직비디오 ‘Pass Me By’처럼 비유적이고 초현실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전혀 다른 듯한 두 작업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 냄새. 그의 작품엔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어떤 영상을 제작하든 세월이 지나도 근사하게 보이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유행을 따르기보단 기쁨, 슬픔 등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담백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송원영 감독 촬영 현장.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신의 장기를 한껏 살려 설레고 아련한 감정을 담은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상업 작품의 특성상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미술 작품만큼은 온전히 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얼
십 수년째 국내 최정상급 보컬리스트로 군림하고 있는 나얼. 사실 그는 유나얼이라는 본명으로 2004년부터 수차례 개인전을 열고, 자신의 앨범 재킷을 손수 디자인해온 시각예술가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꿈이었고 대학에서도 미술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중간에 음악을 하게 되는 바람에 인생이 바뀌었죠. 현재는 음악 작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건 여전히 가장 익숙한 일이에요.”

Son of Man, Charcoal, Conte, Acrylic on Paper, 93.9×63.6cm, 2016, 작가 소장품.

그의 미술 작품에는 대부분 흑인이 등장하는데, 이는 10대 시절부터 이어진 R&B 등 흑인 음악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처음에는 마빈 게이나 마이클 잭슨같이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끄적거리는 정도였어요. 그러다 흑인이라는 인종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됐죠.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생기 넘치는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요.” 콜라주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작품의 특징 중 하나다. 포장지나 낙서 등 주로 버려진 것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각종 재료를 직접 손으로 오려 붙이거나, 처음부터 컴퓨터로 이미지를 조합해 프린트하는 등 작업 방식에도 따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함께 있는 작품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콜라주 작업을 시도하게 됐어요. 이질적 사물의 결합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버려진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 전시에선 이렇게 만든 그의 대표 콜라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Collage for Ebony 10, Collage on Paper Box_Print, 135×135cm, 2017, 7,000,000
2Collage for Ebony 7, Collage on Photo Album_Print, 138×165cm, 2016, 5,000,000

가수로서, 미술 작가로서 활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비로소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같고 기쁨을 느껴요. 이러한 성향이 음악적·시각적 결과물로 나타나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저는 죽을 때까지 창작을 해야 하는 인생인 것 같아요.” 가수 나얼로서, 그리고 미술 작가 유나얼로서 그가 내놓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자.

 

노준
노준은 과거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력이 있다. 1997년 TV 광고를 탄 어린이용 음료 ‘깜찍이소다’의 달팽이를 만든 이가 바로 그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면서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일이었어요. 사실 일이라기보단 취미에 가까웠죠. 귀여운 캐릭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거든요.” 당시 경험은 현재 그를 대표하는 동물 캐릭터 작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2004년 첫 개인전을 열 때만 해도 비구상 조각 작업을 했어요. 평단의 반응은 좋았는데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죠.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제 성향과 어울리지 않는 심각한 작업이기 때문이었어요. 나다운 작업이 무엇일지 고민하다 컴퓨터에 잠들어 있던 캐릭터 디자인을 다시 보게 됐죠.”

3Taehee, The Source, Car Paint on Plastic, 44×27×46cm, 2013, 5,500,000
4Antiquity Rust Big Clo, Car Paint on Plastic, 40×27×62cm, 2017, 6,000,000
5Burple Candy Balloon Clo, Car Paint on Plastic, 32×23×43cm, 2017, 5,000,000

흥미로운 사실 하나. 그가 빚어낸 캐릭터는 엄밀히 말하면 ‘동물’이 아니다. 얼굴은 귀여운 동물 캐릭터의 모습이지만 몸통은 사람의 형상을 닮았기 때문. 이는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관계의 회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2006년 전시를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했어요. 잠시 시간을 내어 공원에 들렀는데, 그곳의 길고양이는 한국과 달리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 순간이었어요. 동물의 얼굴에 사람의 몸을 허락한 건, 둘이 관계를 회복하고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전시에선 노준의 전형적인 동물 캐릭터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감상 포인트를 묻자, 그는 어떤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요즘같이 웃음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누군가 제 작품을 보고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할 일을 다한 거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론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저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느끼고요.”

 

김성언
무대미술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무대 디자인과 그것을 움직이는 기계장치 제작. 김성언은 그중 기계장치 만드는 일을 한다. 어려서부터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한 그에겐 안성맞춤인 일이다. “재미있지만 쉽진 않아요. 공연의 성격에 맞춰 디자인한 무대마다 새로운 장치가 필요한데, 공간의 제약 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 상황도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죠. 동시에 정해진 기한 안에 실수 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도 심하고요.” 그런데도 그가 이 일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어요. 또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성공적으로 공연을 올렸을 때 느끼는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십 수년째 무대의 기계장치 전문가로 활동 중인 그는 지난 2014년 오토메이션 회사 M to M을 설립했다. 이어 <마리 앙투아네트>(2015년), <마타하리>(2016년), <광화문연가>(2017년) 등 국내 유명 뮤지컬의 오토메이션을 담당했고, 올여름 막을 올리는 뮤지컬 <웃는 남자>의 무대에도 참여했다.

6 뮤지컬 <드림걸즈>.   7 뮤지컬 <마타하리>.   8 메인 턴테이블 부품.

이번 전시에서 그는 기계 부품으로 이루어진 설치 작품을 공개한다. 작품명은 ‘Two Kinds of Hidden Heart in the Stage’, 무대 세트 내부의 기계장치 구동부를 형상화한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무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몇이나 될까요? 무대에서 기계장치는 대체로 관객의 관심 밖에 있지만, 세트를 움직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고,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기계장치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이번만큼은 기계장치가 주인공인 작품을 선보이려 합니다.” 기계 부품이 맞물려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의 자화상 같은 작품은 전시장에서 직접 봐야 그 매력을 알 수 있다. 

※전시 일정 : 7월 3일~ 27일(토·일요일·공휴일 휴관), 노블레스 컬렉션
※문의 : 02-540-5588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진행 박소희, 임슬기, 명혜원, 채우리, 조수혜(코디네이터)   사진 김잔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