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Art to Life
노블레스 컬렉션은 폭넓은 시각으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가치를 제안하고, 소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 플랫폼입니다. 1월호에서는 유리라는 재료 특유의 물성에 주목하고 이를 이용해 우리 주변의 풍경과 자연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김준용 작가의

김준용
용해로에 유리를 녹이고, 블로잉 기법으로 형태를 만든다. 이는 전체 작업의 시작에 불과하다. 유리를 깎고 다듬는 긴 연마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완성한 유리공예 작품은 오로라를 연상시키는 오묘한 색감이 돋보인다. 12월 22일부터 2018년 1월 20일까지, 청담동 네이처포엠에 위치한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김준용 작가의 개인전 〈from nature〉가 열린다. 전시에 앞서 작가와 유리공예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유리공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 다니던 미술 학원 선생님이 공예를 전공한 분이었어요. 모교에 유리공예 수업이 새로 생겼는데, 아주 흥미롭다는 얘기를 해주셨죠. 그 말을 듣고 뭔가 도전 의식 같은 게 생겼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유리공예는 생소한 장르였거든요. 남들이 안 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 대학에 들어갔죠. 그런데 유리공예는 선택과목 중 하나였을 뿐이고, 그것을 배울 환경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도예를 전공했고, 거기에 심취해 도예 작가가 되는 것까지 염두에 뒀습니다.
그렇다면 유리공예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3학년 겨울방학 때 유리공예를 가르친 김기라 교수님과 함께 호주의 한 콘퍼런스에 참가했어요. 거기서 세계적 유리공예 작가 닉 마운트(Nick Mount)가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단단한 유리가 녹아 유기적 생명체처럼 변했다가 다시 아름다운 형태로 정형화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때 유리공예가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리공예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Rochester Institute of Technology)으로 유학을 떠났죠.
유학 시절 경험이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건 블로잉 기법을 배울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용해로에 파이프를 집어 넣어 1200℃의 유리를 말아 꺼내고, 작업대에 올려 굴린 다음 입으로 불어 모양을 잡는 작업이죠. 뜨거운 용해로 앞에서 블로잉 작업을 하는 건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다양한 테크닉을 하나하나 마스터하는 게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현재 작업에 쓰이는 테크닉은 대부분 그 때 완성한 거라고 할 수 있죠.

Blossom, Ø 50×H 29cm, Blown, Coldworked, Glass, 2017, ₩6,800,000
2000년 귀국 후 첫 개인전을 여는 등 꾸준히 활동해왔습니다. 초기 작품은 현재와는 아주 다른데, 그간 작업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초기엔 테크닉적 측면을 강조했어요. 유리 표면에 일부러 금이 가게 하고, 은박을 붙이는 등 유리 같지 않은 유리 작품을 만들었죠. 테크닉을 저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한 거예요. 그러다 2006년 미국의 공예 아트 페어 SOFA에 참가했는데 큰 충격을 받았어요. 유명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보고,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제 작품이 초라해 보였죠. 그 후 2010년까지는 제 작업은 거의 하지 않고, 다른 작가들과 프로젝트 작업을 했어요. 이때 유리를 깎아내는 연마 기법을 익혔죠. 이전에도 알고는 있었지만, 오랜 시간 작업을 해도 티가 별로 나지 않아 싫어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할 만하더라고요. 연마 기법을 접목한 작품을 2009년 캐나다 밴쿠버 박물관의 공예 전시에 출품했는데, 신문에 실릴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이번 전시의 출품작 역시 연마 기법을 활용해 제작한 것입니다. 작품의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유리를 용해로에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망간이나 니켈 같은 금속 산화물을 넣어 색을 내죠. 유리가 완전히 녹으면 블로잉 작업을 합니다. 저는 유리의 두께에 의해 난반사가 일어나고 풍부한 색감이 나타나는 걸 좋아해 유리를 두껍게 부는 편입니다. 기본 형태가 완성되면 연마 작업을 시작하죠. 작품마다 다르지만 연마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립니다. 크기가 작은 작품도 순수 작업 시간만 하루 이상이 걸리니까요.
작품마다 질감이 다른 게 흥미롭습니다. 어떤 건 매끄럽고, 어떤 건 또 오돌토돌해요. 무슨 도구로 이런 효과를 내는지 궁금합니다. ‘Blossom’의 경우 다이아몬드 휠을 사용했습니다. 꽃을 형상화하기 위해 표면을 무작위로 연마해서 잎맥의 느낌을 살렸죠. ‘석양’이나 ‘석양과 파도’ 같은 작품은 다이아몬드 커팅기로 연마한 거예요. 본래 콘크리트를 깎는 용도인데, 파도 같은 거친 질감을 살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석양, Ø 24×H 35cm, Blown, Coldworked, Glass, 2017, ₩2,700,000
작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심미성입니다. 물론 작품이 그릇의 형태를 취하는 데서 ‘담는다’는 기능에 충실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 작품에서 담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물건을 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주변의 공간과 시간을 담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저는 그릇을 일종의 입체 캔버스라고 생각해요. 페인팅의 경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면 한 가지 이미지만 생기지만, 그릇은 보는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하게 보인다는 차이가 있죠.
빛과 함께 보면 작품이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빛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달군 유리를 용해로에서 꺼내면 주황빛을 발합니다. 그 색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죠. 저는 유리가 빛과 함께할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조명이 없는 상태에서 유리는 하나의 오브제에 불과하지만, 빛이 들어가는 순간 생명을 얻죠. 빛이 유리의 색감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겁니다. 전시 디스플레이를 할 때도 조명에 가장 신경 쓰는 편이에요.

1purity-2, Ø 27 x H 27cm, Blown, Coldworked, Glass, 2017, ₩2,600,000
2파도, Ø 24×H 36cm, Blown, Coldworked, Glass, 2017, ₩3,600,000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유리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거친 느낌의 작품이라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좀 더 다듬었는데, 요새는 그 상태로 괜찮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둡니다. 색을 넣지 않은 ‘Purity-1’이나 ‘Purity-2’ 같은 작품 역시 유리의 본질적 아름다움에 주목한 거죠. 한편, 이번 전시에선 그릇의 원통 모양을 절반으로 잘라 펼친 평면 작품도 선보입니다. 제가 원하는 느낌을 내기 위해선 어떤 형태든 상관없다는 게 요즘 생각입니다.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한국의 유리공예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청주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에서 조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리공예 작가와 협동 전시와 해외 진출도 계획 중입니다. 공예 시장에서 유리공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 편인데, 이렇게 영역을 조금씩 키워나가야죠. 저 하나만 잘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전시 일정 : 12월 22일~2018년 1월 20일(일요일·공휴일 휴관), 노블레스 컬렉션
※문의 : 02-540-5588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
진행 임슬기, 명혜원 사진 JK(인물) 디자인 마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