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VLGARI & ROMA Neverending Love Story
지난 3월 말, 이탈리아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 불가리의 창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로마에서 열렸다. 브랜드의 오랜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영감의 원천으로 작용해온 이 ‘영원한 도시’에 상징적 선물을 건네고, 비아콘도티에 자리한 유서 깊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단장한 불가리와 로마가 들려준 소중한 러브 스토리에 귀 기울여보자.
로마의 상징, 스페인 광장
로마인에게 불가리란
로마로 향하는 기내, 옆자리에 앉은 50대 이탈리아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불가리가 마련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가는 중이라는 설명에 로마에서 의사로 재직 중이라는 그가 말을 이었다. 아, 불가리! 저는 주얼리나 패션에 대한 조예도, 관심도 없지만 불가리는 제게도 무척 특별한 브랜드입니다. 제 할아버지는 기념일에 할머니께 주얼리를 선물할 줄 아는 로맨틱한 분이셨거든요. 할머니는 불가리의 뱀 모양 시계와 고대 로마의 동전이 달린 목걸이를 늘 자랑스럽게 착용하고 다니셨죠. 그가 말한 제품이 세르펜티와 모네테라는 것은 모르는 듯했지만, 그 대신 주얼리를 두 손으로 직접 묘사할 만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불가리가 꾸준히 보여온 출생지 로마에 대한 자긍심을 로마인 역시 각별한 애정으로 보답한다는 이야기가 브랜드 홍보 담당자의 홍보성 멘트가 아닌 생생한 리얼 스토리라는 것을 몸소 느낀 순간이었다. 패션 매거진보다 의학 논문이 훨씬 익숙할, 나이 지긋한 점잖은 로마 토박이 의사에게도 불가리는 꺼내볼 때마다 절로 미소 짓게 하는 행복 주머니였던 것이다.
1 콘도티 부티크 앞에서 포즈를 취한 불가리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 2 로마 콘도티 거리 10번지에 자리한 불가리 부티크 3 로마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많은 영감을 주는 불가리 비아콘도티 부티크
비아콘도티 10번지
그의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위해 정성스레 고른 주얼리를 품고 나섰을 비아콘도티 10번지. 그리스 출신 은세공업자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1884년 로마에 아담한 상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된 불가리의 역사. 그 역사 속 가장 중요한 주소로 통하는 이곳에 불가리의 부티크가 자리 잡은 것은 1905년이다.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주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그리고 19세기 로만 스쿨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한 불가리 특유의 대담한 아름다움이 로마를 찾은 전 세계 VIP를 사로잡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의 일. 하이 주얼리의 메카 프랑스 파리 방돔 광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스타일로 불가리가 시도한 과감하고 자유분방한 컬러의 조합이 하나의 장르로 탄생했을 정도니, 이쯤 되면 프렌치 주얼러가 독주하던 주얼리업계에 이탈리아 출신 불가리가 불러일으킨 파장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클레오파트라>의 촬영을 위해 로마에 머무르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단번에 매혹시킨 불가리의 대담한 창의력은 훗날 메커니컬 워치, 레더 액세서리와 호텔 비즈니스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발휘했다.
스페인 광장은 로마 시민은 물론 수많은 명사와 관광객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불가리에 스페인 광장이란
불가리의 로고처럼 알파벳 U를 V로 표기한 고대 로마 건물이 아직 건재하고 파렌티지(Parentesi) 컬렉션의 모티브로 작용한 로마 특유의 보도블록 위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이곳, 로마. 설립 13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맞은 불가리에 끊임없는 영감을 준 이 아름답고 웅장한 도시를 위해 불가리가 준비한 아주 특별한 선물을 3월 20일 오전에 공개했다. 로마 시장 이그나치오 마리노(Ignazio Marino)와 함께한 기자회견을 통해 불가리의 CEO 장 크리스토프 바뱅(Jean-Christophe Babin)이 1725년 완공한 로마의 대표적 랜드마크 ‘스페인 계단(Spanish Steps)’의 레노베이션을 위해 150만 유로를 후원하기로 했다는 뜻깊은 소식을 전한 것.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상큼한 커트 머리로 변신한 오드리 헵번이 그레고리 팩을 다시 만난 명장면 속 아름다운 배경인 스페인 계단은 불가리의 플래그십이 자리한 비아콘도티와 창립자 소티리오 불가리가 최초의 부티크를 오픈한 시스티나 거리를 연결하는 장소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번 후원은 단지 불가리가 앞으로 더욱 전진하기 위한 수많은 단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덧붙인 장 크리스토프 바뱅의 표현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진정한 의미를 불가리는 이토록 우아하게 되새기고 있었다.
1, 2, 4 유서 깊은 비아콘도티 부티크가 피터 마리노의 손길을 거쳐 새롭게 탄생했다. 기존의 헤리티지는 이어가면서 모던한 터치를 더한 곳곳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3 불가리 탄생 130주년 축하 파티 현장, 게스트에 감동을 선사한 스페인 광장을 수놓은 몽환적인 영상
다시 비아콘도티 10번지로
불가리의 후원으로 영원히 견고한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게 된 스페인 계단에 기분 좋은 봄 햇살이 내리쬐던 오후, 비아콘도티 10번지를 찾았다. 분점이 생기기 시작한 1971년까지 불가리의 제품을 만날 수 있었던 유일한 장소이자 앤디 워홀이 ‘손꼽을 만한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이라고 말한 이곳은 1905년 오픈한 이래 건축가 플로레스타노 디 파우스티노(Florestano di Faustino)가 주도한 1935년 확장 공사 이후 그 모습을 고스란히 유지해왔다.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현존하는 최고의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지휘한 이번 레노베이션은 80여 년간 쌓아온 불가리의 헤리티지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되기도 해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저녁에 진행할 공식 오프닝에 앞서 미리 둘러본 이곳은 담대하면서 고혹적인 불가리의 주얼리를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디 파우스티노가 완성한 기존의 클래식함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모던한 터치로 변화를 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본연의 고전미를 살린 타원형 현관부터 웅장한 대리석 기둥을 장식한 4개의 아치 문 사이로 불가리의 대표 작품을 전시한 공간 등. 로마 판테온의 대리석 포장재를 모티브로 탄생한 남성 워치 갤러리의 바닥과 액세서리 갤러리의 벽면을 장식한 패턴은 로마에서 찾아낸 영감을 주얼리에 담아내는 불가리의 행보를 따른 듯했고, 아치형 유리 지붕 아래 은은한 자연광이 비치는 산책로(내부에 마련한)는 시공의 개념을 흐트러뜨릴 만큼 신비로운 매력을 자아냈다. 불가리를 열정적으로 사랑한 리즈 테일러를 기리며 VIP를 위한 프라이빗 룸을 ‘살로티노 테일러(Salottino Taylor)’라고 명한 것이나 그녀를 포함한 전 세계 스타들이 파파라치의 카메라를 피해 이용한 ‘비밀의 문’을 복원했다는 사실 역시 흥미로웠다.
1, 2 130주년 기념 축하 행사를 펼친 콘도티 거리와 팔라초 누녜즈 토를로니아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3 파티에 참석한 애드리언 브로디,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장 크로스토프 바뱅(왼쪽부터) 4 배우 서기 5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
스페인 광장을 수놓은 불가리의 꿈
그날 밤 진행한 플래그십 스토어의 리오프닝 축하 행사장. 스페인 계단과 그 위에 자리한 트리니타 데이 몬티(Trinita dei Monti) 성당에 수천 개의 화려한 유색 스톤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장관이 펼쳐져 행사에 초대된 손님과 로마 시민을 흥분하게 했다. 불가리 패밀리와 로마 시장, 장 크리스토프 바뱅은 물론 불가리의 뮤즈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와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를 포함한 다수의 셀레브러티와 인터내셔널 VIP가 참석한 가운데 리본 커팅을 진행했고, 콘도티 거리는 불가리가 맞은 13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게스트의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짙은 어둠에 가려진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에 웅장한 소리를 동반한 번개가 내려친 것은 세리머니의 열기가 절정에 다다랐을 때. 이어서 흘러나온 환상적인 음악에 맞춰 스페인 계단을 거슬러 올라가는 레이저 불빛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을 하나로 모으기에 충분했다. 점점 강해지는 음악과 함께 스페인 계단과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이 몽환적인 영상을 상영하는 스크린으로 변신한 것도 그 순간. 멀티 컬러 레이저로 형상화한 불가리의 아름다운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1, 2 13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불가리 로마 워치와 비제로원 로마 반지 3 얼티메이트 템테이션 네크리스
펠리니가 카메라에 담아내던 판타지가 로마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흩뿌려진 순간은 매혹적인 이탈리아 주얼러가 전해준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로마의 밤을 수놓은 감동적인 레이저 쇼가 끝난 후에도 파티는 17세기에 완공한 팔라초 누녜즈 토를로니아(Palazzo Nunez-Torlonia)에서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60캐럿이 넘는 팬시 셰이프 다이아몬드와 무려 12.16캐럿에 달하는 드롭 컷 다이아몬드로 불가리의 아이코닉 동물인 뱀을 형상화한 네크리스 얼티메이트 템테이션(Ultimate Temptation),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비제로원(B.zero1)을 핑크 골드와 브론즈 세라믹 그리고 로마의 이름을 새겨 재해석한 비제로원 로마 반지와 역시 베젤 부분에 로마를 표기한 불가리 로마(Bulgari Roma) 워치를 포함한 13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을 만난 시간 역시 무척이나 특별했다.
로마에서의 일정을 뒤로하고 파리로 향하는 기내에서 문득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들려준 이탈리아 의사가 떠올랐다. 그의 할머니가 소중히 여긴 불가리의 주얼리는 지금 어디 있는지, 누가 소장하고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짐작할 수 있었다.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고 있을 세르펜티 시계와 모네테 네크리스는 그의 가족에게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귀중한 가보(家寶)로 사랑받고 있으라는 것을. 이탈리아 컨템퍼러리 럭셔리 하우스 불가리에 무한한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인 불멸의 도시 로마의 존재가 그러한 것처럼.
에디터 유은정 (ejyoo@noblesse.com)
현지 취재 배우리(파리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