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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ual Breeze

FASHION

이번 시즌, 청춘의 상징인 데님을 비롯해 스웨트 셔츠와 흰색 스니커즈가 런웨이를 물들였다. 남성복의 바람은 캐주얼을 향하는 중이다.

Umit Benan

Dior Homme

Prada

Ermenegildo Zegna Couture Collection by Stefano Pilati

Bottega Veneta

슈트를 입은 남자의 모습이 패션계의 전부였던 적이 있다. 런웨이에는 몸에 딱 맞춘 듯 완벽한 슈트를 입은 모델이, 길거리에는 테일러링에 대한 지식이 해박할 것 같은 슈트 차림의 남자가 가득했다. 진중해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답답한 슈트 스타일이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던 찰나, 온갖 브랜드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경쾌하고 젊은 옷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청춘 같은 옷이 점점 많아지더니, 이번 시즌 남성복 컬렉션은 캐주얼 바람이 한 차례 휩쓸고 간 것처럼 젊고 유쾌한 옷으로 가득하다. 지난해에 이어 계속 주목받는 ‘놈코어(normcore)’ 무드와 1980~1990년대를 지배한 스트리트 문화에 심취한 많은 패션 디렉터의 영향도 있겠지만, 실‘ 용성’이 패션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며 너도나도 캐주얼한 옷을 선보이는 것.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톰 포드. 완벽한 테일러링 슈트와 톰 포드 특유의 화려한 턱시도 대신 헨리넥 티셔츠와 스웨트 셔츠 그리고 데님 팬츠를 이번 시즌 주요 아이템으로 내놓았다. ‘톰 포드에서 티셔츠를?’이라며 의아해할 수 있지만 예상과 달리 그가 선보인 의상은 ‘쿨’함 그 자체다. 헨리넥 티셔츠의 단추 사이로 스카프를 두르거나 스웨트 셔츠 안에 셔츠를 받쳐 입고, 흰색 티셔츠에 라이더 재킷과 첼시 부츠를 더해 긴장과 격식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데님 셔츠에 데님 재킷 그리고 데님 팬츠를 더한 ‘청청’ 패션도 선보였는데, 테일러링 슈트처럼 딱 떨어지는 데님이 화려한 이브닝 슈트를 입은 듯 멋스럽다. 그가 선보인 캐주얼한 아이템은 과거 톰 포드의 화려함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던 남자들까지도 포옹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보테가 베네타도 주목할 만하다. 매번 칼 같은 테일러링과 진중한 남성의 모습만 런웨이에 올린 이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코지(cozy)와 이지(easy)를 더한 룩을 쇼 처음부터 끝까지 소개했다. 가슴까지 깊이 파인 티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힘없이 축 처지는 카디건과 고무신을 떠올리게 하는 신발까지, 우리가 여태껏 알아온 보테가 베네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편안하고 캐주얼한 옷으로 가득했다. 넉넉함이 물씬 느껴지는 슈트와 둘둘 걷어 올린 바지는 일을 제쳐두고 야외로 놀러 나온 남자처럼 가볍고 경쾌하다. 여기에 은은한 파스텔 컬러를 사용해 브랜드 특유의 우아함도 놓치지 않았다.

생지 데님 팬츠 Tom Ford

나비 패치를 수놓은 카반 Valentino

브랜드의 로고를 박은 스웨트 셔츠 Loewe

부드러운 면 소재의 후디드 집업 Tom Ford

수납 공간이 넉넉한 가방 Louis Vuitton

컬러 블록 스니커즈 Salvatore Ferragamo

하이톱 스니커즈 Prada

스테파노 필라티가 이끄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쿠튀르 컬렉션도 캐주얼 무드를 듬뿍 담았다. 넉넉한 실루엣의 코트와 팬츠, 피케 티셔츠와 니트를 조합해 특유의 여유로움이 깃든 옷을 선보였다. 타이와 구두 자리에 스카프와 샌들, 스니커즈를 매치해 캐주얼한 무드를 연출한 것이 특징. 에르메스도 블루종 점퍼와 편안한 실루엣의 바지나 쇼츠로 캐주얼한 무드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제냐와 마찬가지로 구두 대신 스니커즈와 샌들로 룩을 마무리했는데, 특히 흰색 슬립온 스니커즈는 이번 시즌 키 아이템으로 손꼽힐 만큼 그 어떤 옷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루이 비통 역시 길이가 짧은 블루종과 재미난 패턴의 반소매 셔츠 그리고 흰색 스니커즈로 캐주얼 여세를 이어갔다. 알프레드 던힐은 눈부시게 화려한 자줏빛 니트와 피케 니트, 태슬 로퍼와 반바지로 클래식과 캐주얼을 결합한 모습을 제안하고, 슈트 착장에 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경쾌함과 담백함이 섞인 룩을 선보였다. 프라다는 이번 시즌 데님을 주요 소재로 내세웠다. 고전적이고 촌스럽게만 여기던 데님의 노란색 스티치를 살려 스타일리시한 데님 룩을 완성했다. 브랜드 이름을 러시아어로 프린트한 티셔츠나 로고를 장식한 모자, 해골 무늬 니트 등으로 화산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러시아 브랜드 고샤 루브친스키나 특유의 캐주얼함으로 사랑받는 아미, 과감한 패턴과 프린트로 주목받는 이탈리아 브랜드 MSGM 등이 환영받는 이유도 모두 이 ‘캐주얼 무드’에서 비롯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리고 촌스럽게만 보이던, 철없는 20대 청년만 입는 것이라 여기던 ‘캐주얼 룩’이 이처럼 패션계, 특히 하우스 브랜드의 화두가 된 데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트리트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과 ‘놈코어’ 무드의 지속, 더불어 타이와 슈트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근무 환경과 이에 따른 젊은 소비자의 등장이 큰 이유다. 그리고 어느 분야에서건 ‘실용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으면서 디자이너들도 현명하게 이에 발맞춰 옷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캐주얼 바람을 일으켰다. 시대와 유행을 타고 적절히 등장한 것이 바로 캐주얼 무드인 셈. 캐주얼한 옷은 개인의 취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물론, 활동하기 좋을 뿐 아니라 일과 여가를 구분 짓지 않아도 언제나 옷장에서 바로 꺼내 입기 좋은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캐주얼 무드가 만연한다해서 긴장과 격식을 간과해선 안 된다. 캐주얼함이 주는 경쾌한 느낌은 유지하되 톤 다운된 컬러를 선택하거나 셔츠와 같은 정중한 아이템을 매치해 격식을 갖출 줄도 알아야 한다. 적절한 균형으로 담백한 캐주얼 룩을 완성하는 것이 주요 포인트. 그리고 이를 완벽하게 소화시킬 준비가 됐다면, 이제 봄의 기운을 만끽할 차례다. 캐주얼한 옷이 주는 넉넉하고 느긋한 마음을 가득 담은 채로 말이다.

Ami

Gosha Rubchinskiy

Giorgio Armani

MSGM

Hermes

Gucci

에디터 김지수 (kjs@noblesse.com)
사진 박원태(제품), IMaxTree(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