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o, Milano
밀라노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패션의 본고장이다. 프라다, 베르사체, 아르마니, 돌체 앤 가바나 등 개성 넘치는 패션 하우스의 본사가 집결된 그곳에서 다가올 가을·겨울을 미리 만났다. 패션 위크가 한창이던 지난봄, 이탤리언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로 가득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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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쏙 빼닮아 인기를 모은 펜디의 백보이, 칼리토는 예쁘게 털 고르기 중. 2 브랜드와 맥도날드를 상징하는 중의적 이니셜 ‘M’으로 꾸민 모스키노의 백 스테이지 3 브랜드와 맥도날드를 상징하는 중의적 이니셜 ‘M’으로 꾸민 모스키노의 백 스테이지 4 뮤지엄 피스를 리바이벌한 페라가모 크리에이션 컬렉션은 밀라노에서 만나는 소소한 패션 엔돌핀!
의(依), 시작된 곳의 지역색과 문화를 반영하는 척도다. 그럼 이탈리아 패션의 이미지는 어떤가? 파리보다 온화한 날씨, 뉴욕보다 낙천적인 기질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은 꾸밈없고 실용적이며 특유의 긍정적 사고를 담은 스타일을 창조했다. 또 오래도록 변치 않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장인정인은 ‘Made in Italy’로 치환되어 맹목적 신뢰와 더불어 수공예에 대한 경외심을 높인다.
지난 2월 말,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만난 F/W 컬렉션에서도 이런 특색이 그대로 묻어났다.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에밀리오 푸치, 로베르토 까발리, 모스키노는 이탈리아인의 해맑은 미소처럼 호화로운 장식과 위트로 근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현란한 스타일을 보여줬다. 심지어 펜디의 칼 라거펠트는 “이탈리아는 그 어느 곳보다 기술력이 뛰어납니다. 이 사실은 늘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죠”라고 말하며 쇼 제목도 노골적으로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정했을 정도. 특히 모스키노의 새로운 수장 제러미 스콧이 선보인 정크푸드를 주제로 한 데뷔전은 정말이지 굉장했다. 무슨 말인지 의아하다면 상단의 모스키노 컬렉션을 확인할 것! 맥도날드, 허쉬초콜릿, 투시팝 등 스낵 봉지 프린트를 활용한 의상은 하이패션의 고상함에 대한 반항심의 발현이었는데 브랜드 특유의 악동스러운 개성을 표출하기에 이토록 완벽한 신의 한 수가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탈리아의 모든 디자이너가 이처럼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운 것은 아니다. 프라다, 마르니, 보테가 베네타, 구찌, 막스 마라, N°21 등 현실론자들은 캣워크에서 리얼웨이로 이어지는, 지금 당장 입을 수 있는 룩을 소개했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 감독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70년대 독일식 아방가르드 문화에 꽂힌 프라다, 정확함과 깔끔함에 대한 갈망으로 1960년대를 재현한 구찌, 질리지 않는 각도와 선으로 재단해 완성한 젠틀맨의 여성형을 보여준 발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파블로 코폴라의 옷장이 그 대표적 예. 토즈와 함께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알렉산드라 파키네티는 다음 시즌 역시 연이은 히트를 예감하며 유쾌한 비명을 질렀다. 가죽의 계절 가을을 맞아 하우스의 부티 나는 소재를 심플한 실루엣부터 기하학적 패턴까지 요리조리 마음껏 활용한 의상, 미니멀하면서도 레트로 감성을 겸비한 옷들은 모던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입고 싶을 듯했다.
한편 패션 위크 기간에 밀라노는 쇼장 밖에도 눈이 즐거운 이슈로 가득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쇼룸과 부티크가 밀집한 몬테나폴레오네 거리를 걸으며 밀라네제의 재치 있는 스타일을 구경하거나, 여느 때보다 신경 써 꾸민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이미 영감의 탱크이자 패션 천국!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