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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EFFECT

FASHION

초자연 컬러와 다층적 디자인으로 구축한 에르메스 하이 주얼리의 다면적 세계관

로즈 골드에 사파이어, 가닛, 탄자나이트, 애미시스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아르크 앙 꿀러르 네크리스. © Guido Mocafico, Harley Weir

지난 6월,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 에르메스의 여덟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메종의 전통과 유산을 바탕으로 예측 불허한 테마와 독창적인 디자인을 통해 원석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형상화한 것. 메종이 하이 주얼리를 대하는 예술적 태도와 맞닿은 장소에서 새로운 컬렉션 ‘컬러의 형태(Les Formes de la Couleur)’를 경험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에르 아르디는 우리 눈의 망막 수용체가 자극받았을 때 컬러를 감지하는 현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메종의 본질을 구성하는 컬러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다각도로 모색했고, 빛의 인지 작용에 대한 성찰을 얻기까지 오랜 연구를 거쳤다. 컬러와 신체가 어우러지는 탐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과 켈리, 버킨 등 메종의 시그너처 피스를 재해석한 50여 점의 작품이 탄생했다. 특히 컬러의 경이로움을 전달하기 위해 하우스 최초로 에메랄드, 루비, 사파이어 등 다양한 원석을 동시에 사용했다. 절정에 이른 고도의 작업 방식으로 구현한 입체적 빛의 표출은 마치 한 편의 예술 전시를 감상한 듯한 여운을 남겼다.

© Brigitte Lacombe

 Interview  with Pierre Hardy
새로운 컬렉션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여덟 번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순수 미술을 전공하던 시절에 배운 드로잉과 페인팅의 영향에서 시작되었다. 컬러에 대한 관심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며 배운 바우하우스의 컬러 이론에 따르면, 순수한 색은 스스로 형태를 만든다고 했다. 과거에 습득했던 물리적·예술적 표현 형식 중 하나로 컬러를 활용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컬렉션 제작 과정 전반에 적용했다.
컬렉션을 구상하며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었나. 역시 컬러다. 각각의 원석을 컬러 팔레트로 여기고 작업했다. 그 결과 여러 레이어를 지닌 챕터 컬렉션을 구성할 수 있었다. 또 과학적 접근도 시도했다. 백색광이 프리즘을 통과해 무지개처럼 순수한 색이 되는 것처럼 주얼리를 통해 빛이 투과되고 몸에 자연스러운 컬러가 묻어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에르메스 하이 주얼리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영원히 지속되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단단한 내구성과 변치 않는 예술적 클래식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적이며 다음 세대까지 전달되어 영원히 존재할 거라는 믿음도 있다. 그럼에도 디자인할 때는 ‘영원’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관념적 단어는 디자인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디자인이 형용적 문법에서 아이데이션되지만 실물 제작 과정에서는 타협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이 주얼리 디자인이 늘 추상적이진 않다. 손가락, 목, 귀처럼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신체를 탐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디자인은 직관적이다. 늘 신체와 대화를 하는 과정을 통해 원석이 신체와 최대한 융합되도록 노력한다. 신체와 추상적 형태의 대조.대립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컬렉션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피스가 있다면. 피스마다 제각각 어려움이 있었다. 수천 개 원석이 사용된 경우 완성까지 수천 시간이 걸렸다. 일부 피스는 프레젠테이션 시작 8시간 전에 도착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2년 전 작업을 시작했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어떤 피스는 여러 기술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부피가 큰 제품은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기하학 형태를 제작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프레젠테이션 시작점에 설치된 영상 작품이 인상 깊었다. 자신을 화가로 규정하는 프랑스 출신의 젊은 아티스트 이샴 베라다(Hisham Berrada)의 작품이다. 작가는 화학적·물리적 반응을 이용해 새로운 행성과 같은 시적인 세계를 창조한다. 언뜻 보면 과학 실험실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이는 우리가 창조하고 있는 하이 주얼리와 닮았다. 새로운 형태와 컬러의 배열, 이 모든 게 응축될 때 보이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떠올리면 좋겠다.
새로운 컬렉션을 2년마다 선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최고 품질을 요구하는 작업이기에 제작 기간이 꼬박 2년 걸린다. 에르메스라는 브랜드의 예술성과 소수 장인이 우수성을 발휘할 아틀리에를 생각하면 더욱 신중해진다. 언젠가는 매년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가닛, 아콰마린, 애미시스트를 세팅한 컬러 아이콘 주얼리 백. © Guido Mocafico, Harley Weir

옐로 골드에 탄자나이트,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가닛을 세팅한 컬러 바이브 링. © Guido Mocafico, Harley Weir

로즈 골드에 사파이어, 가닛, 애미시스트, 스피넬,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컬러 아이콘 브레이슬릿. © Guido Mocafico, Harley Weir

화이트 골드에 플래티넘, 루틸 쿼츠, 다이아몬드, 문스톤 비즈, 스피넬, 캘세더니, 크리소프레이즈, 쿼츠, 투르말린을 세팅한 수프라 컬러 네크리스. © Guido Mocafico, Harley Weir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사진 에르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