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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sting Play

FASHION

패션 디자이너에게 소재는 아주 흥미로운 놀잇감이다. 2014년 가을과 겨울, 이들은 상반된 소재를 가지고 믹스 매치 플레이를 즐겼다. 의외의 조합, 한데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린다.

1 Miu Miu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2 Fendi  3 Miu Miu  4 Louis Vuitton  5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6 Prada  7 Louis Vuitton  8 Gucci

옷장 앞에 서서 디자인, 프린트, 컬러, 소재가 각기 다른 아이템을 이리저리 짝지어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터. 믹스 매치, 사실 이는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 1965년 메리 퀀트가 빨간 스웨터 위에 슬리브리스 드레스를 레이어링한 그때부터,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매우 중요한 패션 스타일링 기술이었으니까. 2014-2015년 F/W 시즌, 컬렉션에서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공동 키워드 역시 상반된 소재의 믹스 매치다. 포근한 겨울용 소재에 계절을 잊은 듯한 실크, 오간자 등의 시즌리스 소재를 섞거나 메탈릭한 신세틱(synthetic) 소재에 거친 질감의 천연 소재를 함께 사용했다. 마치 이질적인 소재들이 경기장에 한데 모여 서로 경합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먼저 레더, 스웨이드, 니트 등 다양한 소재를 영리하게 활용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을 살펴보자. 클래식한 트위드 소재와 반짝이는 광택의 비닐 소재를 매치한 드레스는 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촘촘한 밀도의 러버라이즈 니트 스커트로 흐르는 듯한 실루엣을 연출하고, 아크릴 엠브로이더리 장식으로 부드러운 깃털을 형상화한 드레스는 몸판 부분에 앨리게이터 무늬를 입힌 가죽을 사용해 갑옷처럼 단단한 느낌이다. 프라다는 계절감과 무게감이 상충하는 컬렉션을 펼쳤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매우 얇고 가벼운 오간자 소재의 시스루 원피스 위에 와일드한 퍼, 가죽 트리밍을 더한 무거운 울 코트를 매치한 것. 시어한 소재는 두꺼운 겨울 소재가 주는 답답함을 덜어내준다. 칼 라거펠트의 펜디가 찾은 해결책은 메시 소재. 브랜드의 주특기인 퍼를 주축으로 한 컬렉션을 구성하되 무거운 느낌은 벗어던지고 스포티한 느낌을 더하기 위해 소매, 스커트 옆선 등에 아낌없이 메시 소재를 사용했다. 스포티즘을 표방한 미우 미우 컬렉션에서도 소재는 큰 존재감을 발휘한다. 나일론 또는 메탈릭한 라메 소재로 만든 윈드브레이커에 새틴 소재 플리츠스커트나 화려한 자수 스커트를 매치해 역동적인 여성과 페미닌한 소녀의 이미지를 모두 담았다. 생 로랑은 고급스럽지만 올드해 보일 수 있는 블랙 벨벳으로 록 시크 무드를 연출했다.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이 조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스팽글, 비즈 장식의 메탈릭 소재를 믹스 매치한 방법이 유효했기 때문. 마지막으로 구찌는 부드러운 윤기가 흐르는 남아프리카와 유럽산 램스킨, 글루 처리한 나파 레더 등의 매끈한 소재에 복슬복슬한 테디베어를 연상시키는 퍼, 보풀이 일어난 듯한 거친 표면감의 카젠티노 원단을 매치해 상반된 텍스처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손을 뻗어 만져보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매력적인 조합이다. 이렇게 날이 갈수록 현란해지는 패션 하우스의 소재 믹스 매치 기술. 우리는 그저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만 하면 된다.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