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rsation Piece
아서 아베서에게 디자인은 내면에서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통의 방법이다. 그는 컬러, 패턴, 소재라는 3개의 서로 다른 언어를 능숙하게 버무려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디자이너 아서 아베서
웨어러블한 실루엣에 과감한 패브릭을 더한 옷으로 주목받는 디자이너 아서 아베서(Arthur Arbesser). 2013년 2월 밀라노 패션 위크를 통해 데뷔한 그는 첫 컬렉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세계 언론 매체와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2년 후인 2015년에는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 8인에 이름을 올리더니, 같은 해 6월에는 알렉시 마르시알이 떠난 아이스버그의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를 꿰찼다. 신선한 에너지와 재능이 넘치는 디자이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단시간에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간 묵묵히 쌓아 올린 뒷심의 역할이 컸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으로 예술가 집안에서 나고 자란 그는 역사적 건축물, 세계적 화가의 작품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미적 감각과 예술적 감수성을 길렀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고, 런던으로 건너가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여성복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곧장 밀라노로 향해 개인 레이블을 만들기 전까지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 7년간 일했는데, 스스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배움을 얻은 곳”이라고 밝힐 만큼 그곳에서 디자인의 기본기를 익혔다. 그 때문인지 아서 아베서의 옷은 최근 ‘핫하다’는 동시대 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처럼 트렌디한 실루엣과 과장된 프로포션 플레이, 현란한 색채의 향연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띤다. 디자이너라기보다 테크니션에 가까운 자세로 테일러링에 접근하며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라인을 고수하는 것. 하지만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는 개성 넘치는 패브릭을 믹스 매치하고 예술적 패턴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온전한 색채를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근 소개한 2016~2017년 F/W 컬렉션을 예로 들면 모순과 향수를 오가는 벨기에 화가 미카엘 브레만스(Michae˙˙l Borremans)의 작품 세계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상반된 요소의 조화를 표현하고자 ‘로덴(loden)’이라는 두껍고 투박한 울 소재로 만든 아우터에 얇고 가벼운 텍스처의 골드 라메 소재 스커트를 매치하는가 하면 옐로 벨벳, 블루 코듀로이로 온몸을 감싸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지난 시즌에 이어 일러스트레이터 아가시 싱어(Agathe Singer)와 두 번째로 협업한 다채로운 컬러의 나뭇잎 모양 프린트를 의상 곳곳에 적용, 어둡고 중성적인 옷과 어우러져 드라마틱한 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얼핏 보면 퉁명스럽고 무심한 소녀를 연상시키는 그의 옷은 자세히 뜯어보면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친 부분이 없을 만큼 섬세하며 계산적이다. 거대한 패션 하우스에 오랜 시간 몸담으며 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다는 그의 말처럼 아서 아베서의 옷에는 ‘아름다운 무언가’를 향한 진심, 순수함이 담겨 있다. 향후 그의 컬렉션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2016~2017년 F/W 컬렉션. 아서 아베서의 컬렉션은 분더샵에서 만날 수 있다.



소재의 대비와 강렬한 프린트가 돋보이는 그의 옷.
에디터 | 이혜미 (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