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Cook the Nature

LIFESTYLE

요시히로 나리사와가 말한다. “음식은 자연이, 계절이 가져다주는 마법이다.”

요시히로 나리사와 셰프

요시히로 나리사와는 누구인가. 1969년 일본 아이치 현에서 제빵사와 파티시에 부모님 사이에 태어나 (종목은 조금 다르지만) 엄마 뱃속에서부터 주방을 보고 느낀 사람. 열아홉 살에 유럽으로 유학 가 폴 보퀴즈, 프레디 지라르데, 조엘 로부숑에게 요리를 배웠고 이탈리아에 잠시 머물며 밀라노 외곽에 위치한 안티카 오스테리아 델 폰테의 주방도 경험했다. 8년 만인 1996년에 귀국, 도쿄 남쪽 가나가와 현의 해안 도시 오다와라에서 레스토랑 라 나폴레(La Napoule)를 연 것이 오너 셰프로서의 첫걸음이다. 2003년 도쿄 시내에서 가장 트렌디한 지역으로 꼽히는 아오야마에 ‘레 크레숑 드 나리사와(Les Cre′ations de Narisawa)’를 오픈했고, 2011년에는 복잡한 수식어를 잘라내고 지금의 ‘나리사와(Narisawa)’로 심플하게 이름을 바꿨다. 그의 장기는 전통적 프랑스 스타일 조리법과 신선한 일본 제철 식자재의 완벽한 조화를 구현해내는 것. 입맛 까다롭고 예민한 세계의 미식가가 그의 솜씨를 인정했다. 2008년에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별 하나를 받았으며 2010년부터 2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에서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에는 전 세계 14위를 기록했고, 2015년에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이번 도쿄 여행길에 나리사와에 테이블 하나를 예약했는데 너도 같이 가서 먹어볼래?”라고 친구가 물었을 때 나는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래, 좋아!”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수차례 일본을 방문했고 전통 스시와 가이세키는 물론 샤부샤부, 돈가스, 우동, 오뎅 등 대중적 음식까지 다채롭게 섭렵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전 지역에서 공수한, 그 계절에 가장 맛있는 식자재로 만든 프랑스 스타일의 아방가르드한 일식을 먹어본 경험은 없었다. 게다가 나리사와는 매스컴에서 주목하는, 지금 가장 핫한 레스토랑 아닌가. 몇 달을 기다려야 자리를 얻을 수 있는(심지어 1인 예약은 불가하다) 곳이니 이 같은 행운이 또 있을까! 택시에서 내려 먼 발치에서 밝게 빛나는 나리사와 간판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리사와의 내부는 모던한 블랙 & 화이트 컬러로 꾸며놓았다. 벽면은 별다른 액자 장식 없이 말끔히 비워 진정한 의미의 미니멀리즘이 느껴졌다. 공간을 채운 것은 단 12개의 테이블뿐인데, 테이블 간격을 멀찍이 떨어뜨려 옆 테이블의 대화가 들리지 않게 배려한 데다 어떠한 배경 음악도 없어 오롯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각자의 자리에는 NARISAWA 로고가 박힌 투명한 태블릿(웰컴 플레이트)과 ‘Winter Collection 2015’라는 타이틀 아래 12가지 코스요리가 줄줄이 적힌 페이퍼 메뉴가 놓여 있었다. 종이를 뒤집어보니 ‘Innovative Satoyama Cuisine Beneficial and Sustainable’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몸과 환경에 이로운 혁신적인 사토야마 퀴진이라. 사토야마는 산과 평지의 경계선을 뜻하는 말로, 그만큼 생태 환경이 다채로운 식자재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식탁보와 냅킨은 품질이 좋아 보이는 하얗고 빳빳한 리넨 소재다. 이 순수하고 순결한 테이블이 나리사와의 요리를 담는 캔버스가 되어주겠지.
우리 자리는 오픈 주방 바로 옆이었다. 은빛 나는 주방이 한눈에 들어왔는데, 그 안에서 차분하지만 능숙하게 스태프를 진두지휘하는 요시히로 나리사와 셰프를 엿볼 수 있었다. 나리사와 라벨이 붙은 이곳의 특별한 하우스 샴페인 ‘빌마르 에 시에 그랑 셀리에 브뤼(Vilmart et Cie Grand Cellier Brut)’로 건배하는 것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가볍고 상쾌했으며, 과일 향이 진하게 났다. 설렘과 흥분이 이제 곧 충만한 기쁨으로 변하려 한다. 기분이 좋아졌다.

나뭇가지를 곁들인 딸기 디저트

가장 먼저 등장한 요리는 ‘숲의 빵(Bread of the Forest 2010)’이다.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 반죽이 내가 보는 앞에서 발효를 마치고 한껏 부풀어 오른 채 화덕에서 나왔다(정확히 12분 만에). 이끼 버터라 부르는 허브로 뒤덮인 버터를 발라 먹으니 갓 구워 열과 습기를 머금은 눅눅한 식감과 향긋한 풀 향기가 어우러져 실제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어서 나리사와가 가장 최근에 개발한 메뉴 중 하나인 ‘삶의 단편, 4가지 미생물(Fragment of Life, Four Microorganisms)’을 맛보았다. 18가지 발효 곡물을 건조시켜 튀기고 그 위에 발효 두유로 만든 크림을 바른 뒤 검은 송로버섯과 발효시킨 허브를 뿌려 마무리했다. 이 요리에는 누룩곰팡이, 유산균, 발효 채소에서 나온 천연 효모 등 4가지 미생물을 사용했다고 한다. 바삭한 식감과 함께 매우 복잡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요시히로 나리사와는 “밀라노 엑스포 2015에 들고 갈 미래의 요리”라며 발효 과학을 가스트로노미로 승화시켰다고 표현했다.
이라부(irabu)라 부르는 바다뱀으로 만든 수프, 시즈오카산 랑구스틴, 나가사키 지역의 고나가이(konagai) 굴, 야마구치에서 온 고등어, 지바의 돼지고기, 하기 지역의 옥돔, 집오리(barbary duck) 요리 등을 차례로 즐기며 축복같은 시간을 만끽했다. 모든 음식이 하나같이 식자재 사용과 풍미의 밸런스 면에서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겨울의 자연풍경을 형상화한 요리로 나뭇가지와 견과류, 열매 등을 사용해 장식했는데 과장하거나 일부러 꾸민 듯한 느낌이 아니라 세련되고 우아했다. 배가 불렀지만 나리사와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프티 푸 트롤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역시 겨울 숲을 모티브 삼아 꾸몄는데, 미니 마카롱과 젤리를 비롯한 온갖 페이스트리가 곱고 단정한 자태로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그 맛 또한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환상적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요시히로 나리사와 셰프가 테이블을 돌며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함께 사진도 찍고 자신의 음식 철학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리에 관한 한 자신감이 넘치지만 인간적으로 배려심 많고 통찰력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다른 계절 메뉴를 맛보기위해 다시 한 번 나리사와를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그 계절의 맛을 온전히 느끼려면 자연이 생명을 잃지 않고 그 모습을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을 아끼고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이 또한 셰프의 의도임이 분명하다. 요리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음식을 먹음으로써 식자재 본연의 생명 에너지를 우리가 흡수하고 이를 다시 자연에 나눠준다는 긍정적 의미의 생명의 윤회. 마치 하나의 종교 사상처럼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아니,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주방에 모여 회의를 하는 나리사와의 스태프

모던한 나리사와의 실내. 테이블 위 웰컴 태블릿이 투명하게 빛난다.

겨울 숲을 모티브로 장식한 접시 위에서 발효 중인 빵 반죽

5가지 가든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새우 요리

자연주의 요리사 요시히로 나리사와와의 일문일답
“자연을 접시에 옮겨 담는다”고 표현한 당신의 음식 철학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나 자신이 자연 속에 들어가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그 안에서 일본의 사계절을 느끼고 거기서 영감을 받아 음식을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12개월의 변화를 반영한다.
다른 말로 자연주의 퀴진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지. 글쎄, 나는 단지 자연에서 얻은 식자재와 박테리아, 발효 같은 자연적 힘에 내 손으로 약간의 터치를 가미할 뿐이다.
일본의 가이세키도 계절성을 굉장히 강조하는데 거기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나? 가이세키 요리는 가이세키만의 법칙이 있다. 일본의 제철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표현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계절별로 가장 즐겨 쓰는, 선호하는 식자재는 무엇인가? 수많은 새 생명이 태동하는 봄에는 일본 파슬리라 할 수 있는 머위, 두릅의 쌉싸래한 맛으로 겨울잠을 깨우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에는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채소의 에너지를 담아내기 위해 애쓴다. 가을은 버섯이나 야생동물 같은 숲의 아로마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고, 겨울은 땅속 깊이 뿌리내린 식물과 바다에서 온 식자재를 통해 한 해 동안 축적한 감칠맛을 표현하고자 한다.
대표 메뉴, 혹은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메뉴가 있다면? 결코 내 요리에 순위를 매겨본 적이 없다. 물론 어떤 요리가 좀 더 인기가 좋은지도 알지 못한다. 모든 음식은 동등하며 하나같이 ‘맛있다’고 늘 확신한다. 흙 수프(Soil Soup 2001)의 경우 오래전부터 알려졌으니(뒤에 붙은 연도는 since의 의미) 베스트셀러급이라 할 수 있을 듯. 최근에 누룩곰팡이를 이용한 색다른 요리(Aspergillus Oryzae)를 하나 개발했는데, (누룩곰팡이에 발효시킨) 사케용 밥으로 만든 젤리 위에 동백나무 잎을 올려낸 요리다. 깜짝 놀랄 만한 맛이다.
식전빵을 손님 테이블 위에서 발효시킨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곳을 찾는 손님이 우리가 박테리아와 함께 살고 있으며, 이를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발효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자연의 힘을 깨닫길 원했다.
하우스 샴페인 라벨에 나리사와라는 이름을 새겼다. 어떤 샴페인인가? 왜 그 샴페인을 하우스 샴페인으로 선정했는가? 빌마르는 어떠한 화학 첨가제도 넣지 않는 바이오로지컬 샴페인으로 생산량도 매우 제한적이라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 샴페인 주조 방식을 그대로 따르며 배럴 발효, 숙성을 거쳐 맛이 더욱 다채롭고 풍부하다. 빌마르의 일반적 논빈티지 샴페인은 보통 병입 후 2년이 지나면 출시하는데, 우리는 1년을 더 숙성시켜 오크의 아로마와 섬세한 버블을 머금은 우아한 스타일의 샴페인을 공급받고 있다. 와인뿐 아니라 사케도 함께 매치해 코스를 구성하고 있다. 음식과 술을 페어링할 때 어느 한쪽이 강하거나 약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기준으로 삼는 것이 산미로, 음식의 산도와 가장 유사한 와인이나 사케를 골라 매치한다. 또한 와인이나 사케의 여운이 다음 단계의 음식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데 손님들도 대부분 만족을 표하는 편이다. (소믈리에 디렉터 요시노부 기무라)
최근 미드타운에서 팝업으로 푸드 트럭을 운영했다. 교토 백된장떡국, 하카타 곱창찜 등 전통 일본 요리와 즉석 바비큐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았다. 푸드 트럭을 운영한 배경과 메뉴 선정에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산 식자재의 우수성을 실제 그 지역 사람들이 먹는 전통 음식을 통해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도쿄의 시민과 외국인에게 진짜 일본 음식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말이 아닌 음식으로 알려주고자 했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어워드에서 일본 1위, 아시아 2위 등 최고의 입지를 내세우지만 아직 미슐랭 2스타에 머무르고 있다. 3스타에 대한 욕심은 없는가? 왜 없겠나. 내가 어떻게 해야 미슐랭 3스타를 받을 수 있을지 누가 좀 알려주시길!
당신은 어떤 셰프로 기억되고 싶은가? 셰프는 음식을 통해 문화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바른 식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행동하는 셰프가 되고 싶다.
끝으로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식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식 있는 셰프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갓 지은 흰쌀밥

동백나무 잎을 얹은 누룩곰팡이 요리

흙 수프

사토야마의 풍경을 표현한 것으로 셰프의 철학이 극명히 드러나는 요리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제공 나리사와   손희란(미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