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sage Celebration
이번 시즌 런웨이에 화려한 꽃이 피었다. 유수의 디자이너들은 추운 겨울,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머리, 어깨, 발 곳곳에 꽃을 수놓은 게 아닐까?
꽃을 거부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아니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없다. “꽃 말고 다른 걸 주면 안 돼?”라는 말 대신, “다른 선물도 함께면 더 좋겠어”란 말은 하겠지만. 꽃에 대한 여자들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사랑, 행복 그리고 로맨스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여기 또 하나의 의미를 추가하려 한다. 꽃은 그 존재만으로도 훌륭한 패션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2014-2015년 F/W 시즌 런웨이에 꽃 박람회라 해도 좋을 정도로 다양한 꽃이 등장했다. 총천연색을 입고 만개한 꽃을 프린트하거나 자수의 형태로 수많은 룩에 알알이 박힌 것! 사실 플로럴 패턴의 등장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꽃은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건 물론이거니와 독특한 형태의 아이템으로 선보였고, 추운 계절을 위한 터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돌체 앤 가바나는 꽃을 장식한 원피스와 액세서리로 런웨이를 수놓았다. 볼드한 주얼 스톤으로 만든 꽃은 머리를 장식하는 핀으로, 목에 볼륨을 선사하는 목걸이로 활용했다. 울 소재의 돌 드레스에는 퍼를 이용한 패치워크 형태의 꽃을 수놓아 겨울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떠올리게 한다. 시스루 형태의 발렌티노 드레스는 다양한 크기로 수놓은 붉은 장미로 인해 속이 훤히 들여다보임에도 우아한 느낌이 든다. 걸을 때마다 만발한 장미가 하늘에서 내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샤넬의 쇼핑센터에 등장한 스포티 룩에도 꽃이 피었다. 터틀넥과 매치한 브이넥 니트 풀오버에 깨알 같은 꽃과 잎을 촘촘히 매달아 경쾌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살렸다. 심플한 룩에 코르사주를 달아 우아함을 표현한 브랜드도 있다. 피비 파일로가 이끄는 셀린느! 남성적 투박함과 여성적 섬세함을 절묘하게 더한 옷에 보드라운 가죽으로 만든 풍성한 꽃 한 송이를 달아 우아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진짜 꽃을 매단 디자이너도 여럿이다. 그중 대표주자는 드리스 반 노튼과 펜디. 드리스 반 노튼은 빨간 백합과 개나리를 원색의 플라워 프린트를 풍성하게 담은 옷 위에 늘어뜨려 몇 개월 후에나 등장할 법한 화사한 룩을 연출했고, 펜디는 그들의 주특기인 퍼에 새하얀 오키드 여러 송이를 달아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소중한 생명을 표현한 듯했다.
흐드러지게 핀 꽃은 액세서리로도 이어졌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아찔한 스틸레토에 크리스털로 장식한 실크 소재 꽃을 매달았고, 알렉산더 맥퀸은 손목을 정교한 꽃으로 감싸는 메탈 소재 브레이슬릿을 선보였다. 디올의 클러치에 수놓은 꽃과 줄기는 하이 주얼리 못지않은 정교함을 자랑한다. 반짝이는 라메와 스팽글, 주얼 스톤을 이용해 완성한 꽃은 백 전체에 기품 있게 흐른다.
어두운 색의 두툼한 아우터와 실루엣을 망치는 니트만으로 겨울을 나는 시절은 갔다. 화려한 꽃의 향연 속에서 코끝이 얼얼하도록 추운 계절을 이겨보는 것도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