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uise the Desert!
루이 비통의 두 번째 크루즈 컬렉션 쇼가 미국 팜스프링스에서 열렸다. 광활한 서부 사막에 펼쳐진 크루즈 컬렉션은 내리쬐는 햇빛만큼이나 강렬했다.

오래전에 지금은 고인이 된 이브 카르셀 루이 비통 전 회장에게 “조만간 의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가죽 액세서리 분야에서 루이 비통이 구축한 이미지와 파워가 절대적인 터라 ‘굳이 그럴 필요가…’라는 심정에 가까웠다. 루이 비통은 그 후 의류, 슈즈, 워치 순으로 차근차근 선보였고 크루즈 컬렉션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크루즈 컬렉션은 쇼를 펼치는 장소가 중요한 요소다. 크루즈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여행을 떠올리게 하므로 어디에서 쇼가 열리는지가 어떤 옷을 소개하는지만큼 중요하다. 대개 패션쇼 장소를 알게 되면 컬렉션에 대한 이미지를 대략 그릴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크루즈 컬렉션 쇼 장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그 자체가 컬렉션에 대한 힌트가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새롭게 시작하는 크루즈 컬렉션 쇼이니 루이 비통이 얼마나 장소 선정을 위해 고심했을지 가늠이 된다.
루이 비통의 두 번째 크루즈 컬렉션 쇼가 열린 도시는 미국 팜스프링스.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스는 콜로라도 사막의 코첼라밸리 서부 가장자리,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이고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다갈색과 옅은 흙색 산으로 둘러싸인 황량한 사막에 드문드문 야자수가 이정표처럼 서 있는 이 도시는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높은 빌딩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미 1950년대와 1970년대 미국 현대건축의 요람으로 알려졌을 만큼 독특한 건축물이 즐비하다. 드문드문 나지막이 엎드린 건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거친 듯 섬세한 특유의 건축미를 발견할 수 있다. 팜스프링스 아트 뮤지엄을 위시해 걸출한 컬렉션을 보유한 미술관과 갤러리는 보너스.
쇼가 열린 곳은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이스테이트(The Bob and Dolores Hope Estate). 팜스프링스에서 가장 넓은 사유지이기도 한 이곳은 유명한 코미디언 밥 호프와 그의 아내인 가수 돌로레스 호프를 위해 건축가 존 로트너가 1973년 지은 곳이다. 사우스리지 정상에 위치해 코첼라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미래적 건물은 존 로트너의 장기인 대담하면서도 세련된 선이 돋보이는 데저트 모더니즘(Desert Modernism)의 특징을 잘 살렸다. 3개의 가리개 모양 아치와 파동을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지붕, 하늘을 향해 열린 중앙의 구멍은 화산을 연상시킨다. 루이 비통의 여성복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곳을 처음 본 이래 끊임없이 영감을 받았다. 2016년 크루즈 컬렉션을 이토록 멋진 곳에서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펼친 쇼는 우아하면서도 과감하고 심플하면서도 장식적 요소가 어우러진, 흡사 팜스프링스를 표현한 듯한 컬렉션이었다.







크루즈 컬렉션 쇼가 열린 밥 앤 돌로레스 호프 이스테이트 전경
흐르는 듯한 실루엣의 보헤미안풍 컬렉션은 사막과 그 주변 자연에서 차용한 컬러를 사용했고, 상·하의가 나뉜 블록 형태와 프린트 패턴의 룩에는 서부 로큰롤의 감성이 살아 있다.
특히 짧은 크롭트 톱에 롱스커트를 매치한 룩에 스터드 형태의 십자형 가죽 벨트를 비롯해 넓은 패널 등을 장식해 가죽 소재를 디자이너 특유의 재해석으로 풀어낸 스타일이 신선하다. 팜스프링스의 원주민인 인디언에게 영감을 받은 디테일이 돋보이는 룩, 사막의 컬러인 카키와 베이지 톤으로 소개한 룩, 팜스프링스에서 휴가를 즐기는 할리우드 여신들을 위한 이브닝드레스, 잔다르크를 연상시키는 블랙 가죽과 레이스 그리고 꽃의 조화가 인상적인 룩은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주로 실크와 비스코스를 이용한 의상에는 납작한 샌들이나 일명 데저트 부츠를 매치했고, 다양한 핸드백도 재미를 더한다. 니콜라가 만들어낸 GO-14 백과 트위스트, 쁘띠뜨 말 백을 이번 컬렉션 주제에 맞는 디자인으로 선보였다. 스티머 백을 새로이 해석한 뉴 스티머 백과 새로운 모노그램 소재의 백팩도 눈여겨봐야 할 아이템. 니콜라가 사랑하는 한국 여배우 배두나를 비롯해 카트린 드뇌브, 샤를로트 갱스부르, 장만옥, 미란다 커, 셀레나 고메즈, 장쯔이 등의 배우와 가이아 레포시, 카녜이 웨스트, 유르겐 텔러, CEO 마이클 버크 등 다양한 분야의 셀레브러티가 관객으로 함께한 쇼는 흥겨운 분위기를 애프터 파티까지 유감없이 이어갔다.
작년부터 크루즈 컬렉션 쇼를 선보이는 루이 비통은 야심차게 전 세계 프레스와 셀레브러티를 팜스프링스로 불러들였다. 미국 서부의 대표적 휴양지 팜스프링스가 쉬고 싶은 전 세계인을 끌어들이듯,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 역시 2016년 패션에 매혹되고 싶은 이들을 자석처럼 빨아들일 듯하다.









루이 비통 CEO 마이클 버크와 그의 아내

장만옥과 카트린 드뇌브

배두나와 니콜라 제스키에르

장쯔이와 류자링

샤를로트 갱스부르

미란다 커

에디터 이윤정 (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루이 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