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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sh Inspiration

LIFESTYLE

한국과 덴마크는 올해 수교 55주년을 맞는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호의를 다져온 북유럽의 작은 강국을 대표해 토마스 리만 대사가 덴마크 주한 대사관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했다. 지난 6월 결혼해 한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그들만의 데니시 라이프를 가꾸고 있는 대사 부부를 신혼집에서 만났다. 잘 차려놓은 가구 숍이 아니라 가정집의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든 덴마크 디자인이 더욱 실감 나게 와 닿았다.

덴마크 가구와 조명, 뱅앤올룹슨 베오비전 아방트 TV와 베오랩 20 스피커 등으로 단장한 아늑한 응접실에서 찍은 단란한 가족사진. 주한 덴마크 대사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과 부인 줄리(Jule), 그리고 웨스트 하일랜드 테리어 종인 피피.

(아래 인터뷰는 토마스 리만 대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9월 12일 청와대에서 신임장을 수여했지요. 공식 대사로서 출발을 축하드립니다. 대사로 한국에 오게 되어 영광입니다. 발령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설레었어요. 아내 줄리나 저나 한국은 처음이라 이곳저곳 둘러보고 여행하며 깊이 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친절하고 후한 인심, 남의 편의에 신경 쓰는 배려심 등을 느꼈어요. 특히 서울의 활력과 에너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듯하고요. 저희 부부는 보기에도 좋고 맛과 식감이 다양한 한식에 이미 푹 빠졌고, 야외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수많은 등산로를 체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미 집 단장도 마치셨네요. 수년 전 덴마크 대사관저에 한 번 들른 적이 있는데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사람에 따라 집이 변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줄리의 솜씨인데 어떤가요? 마음에 드세요?(웃음) 대사관저는 회의와 만찬을 여는 공적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희 가족이 삶을 꾸려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희가 지내기 편하고, 또 손님들도 편히 머무르며 덴마크 가정집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습니다.
아기자기한 촛대 장식과 화사한 그림이 눈에 띄네요. 덴마크에서 직접 가져온 것인가요? 외국어로 번역하기 힘든 한국의 ‘한’이라는 단어처럼, 덴마크에도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덴마크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가 있습니다. ‘휘게(hygge)’라는 것으로 포괄적으로는 편안함, 아늑함을 뜻하지요. 휘게는 휴식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전반과 사회적 관계에서도 두루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우리는 휘게를 조성하기 위해 양초를 즐겨 활용합니다. 해가 지면 대사관저 곳곳에 촛불을 밝히고 휘게 무드를 만들지요. 또한 덴마크인은 가구를 통해 옛것과 새것, 즉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사관저에서도 오래전 디자인한 클래식한 가구부터 모던한 양식의 가구까지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요. 벽면을 장식한 그림 역시 사쇼(Zacho)부터 마센(Madsen)까지 덴마크의 신구 아티스트를 아울렀습니다. 시어터 룸에 걸린 그림은 아내의 아버지가 그린 것인데, 아주 개인적인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1 덴마크 아티스트의 그림 작품으로 벽을 장식했고, 조명과 양초로 무드를 더했다.  2 뱅앤올룹슨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시어터 룸

지금 한국은, 아니 전 세계적으로 북유럽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어요.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 북유럽 디자인을 만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덴마크에서는 디자인이 민족 정체성의 일부로 일상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작은 나라지만, 나라 전체가 열정을 갖고 임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덴마크가 디자인 강국이 되는 데 범국민적 지지와 열정이 밑바탕이 된 듯하네요.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부터 덴마크 디자인의 황금기가 시작되는데 그 이유는 3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덴마크는 전쟁 이후 비교적 늦게 산업화를 겪었습니다. 오랜 수공예 전통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진행해 건축가와 가구 장인도 적극적으로 공업 생산에 참여하게 되면서 품질에 대한 높은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둘째, 전쟁으로 인한 황폐함을 벗어나기 위해 세계인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덴마크는 고전적 디자인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형태로 재해석하거나 노르딕 국가의 자연을 연상시키는 목제 가구를 다양하게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국제적으로 이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끝으로 덴마크는 디자이너의 개성에 관대합니다. 교육기관은 신진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비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자유를 허락했고, 기존 세대의 장인과 중소 제조업체들도 이들의 개성을 인정하며 적극적으로 협업에 응했습니다. 그렇게 20세기 디자인 아이콘이 된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불필요한 부분 없이 아주 심플하고 깔끔하면서도 실용성과 기능을 갖춘 디자인이죠.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맞아요. 시대와 유행, 취향의 제약을 받지 않고 널리 사랑받는 디자인이므로 진정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는 북유럽 디자인 전반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혹 다른 북유럽 국가와 비교해 덴마크 고유의 디자인 언어가 있나요? 한국에서도 유명한 홈 엔터테인먼트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제품이 덴마크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네요. 1925년 설립했으니 90년에 가까운 긴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인데 뱅앤올룹슨의 특징은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전통과 혁신의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덴마크 디자인이죠. 고전적 디자인에 뿌리를 두었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탁월하게 재해석하는 것. 또한 덴마크 디자인은 블록 장난감 레고와 안데르센 동화의 고장인 만큼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강점을 지니고 있어요. 제품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지요. 응접실에 설치한 뱅앤올룹슨의 신제품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까요. ‘베오비전 아방트’라는 이름의 이 TV는 4K UHD 화질, 7.1 서라운드 사운드라는 우수한 스펙과 성능을 지녔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요. 대신 발레리나를 닮은 우아한 몸짓으로 움직이는(90도까지) TV, 시청자가 어디에 있든 최상의 시청 각도를 찾아 감동을 전하는 TV라고 말합니다.
뱅앤올룹슨에 대한 강한 애정이 느껴지네요. 시어터 룸도 뱅앤올룹슨 제품으로 꾸미셨던데요. 뱅앤올룹슨 제품은 가전이라기보다 하나의 가구와도 같아요. 인테리어 스타일에 상관없이 어디에든 잘 어울리죠. 견고하게 잘 만들어 오래 쓸 수 있으니 더욱 마음에 듭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베오랩 8000 스피커를 꽤 오래 사용했는데, 이곳 시어터 룸에는 베오랩 18을 설치했어요. 파이프오르간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는데 성능이 한층 강력해졌더군요. 베오비전 아방트 TV에는 신형 와이어리스 스피커인 베오랩 20을 연결했습니다. 사실 뱅앤올룹슨은 프리미엄 제품이지만 덴마크에서는 부자의 전유물로 여기지 않아요. 젊은 사람들도 돈을 모아 사는 경우가 흔해요.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프리미엄의 가치를 지녔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죠.
최신 뱅앤올룹슨 시스템으로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가요? 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클래식과 재즈를 좋아해요. 덴마크의 지휘자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인 칼 닐센(Carl Nielsen, 1865~1931년),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유러피언 재즈 페스티벌에서 환상적인 연주를 펼친 재즈 피아니스트 닐스 란 도키(Niels Lan Doky)의 음악을 듣고 싶습니다. 영화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빌레 아우구스트(Bille August) 감독이나 닐스 말므로스(Nils Malmros)의 작품. 특히 피어스 브로스넌이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2012년)는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고전적 사랑 이야기인데 보고 나면 아주 기분이 행복해집니다.
뱅앤올룹슨 제품과 짝을 이뤄 완벽한 덴마크 스타일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는 가구가 있을까요? 아르네 야콥센의 앤트 체어, 에그 체어, 스완 체어 등 클래식한 의자류가 있다면 좋겠지요. 루이스 폴센에서 제작한 폴 헤닝센의 조명이 어우러진다면 아주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있다면요? 의자 디자인의 거장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제품을 좋아합니다. 참고로 마르그레테 2세 덴마크 여왕도 베그너의 차이나 체어(China Chair)가 매우 편하다며, 평소 선호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오늘은 뱅앤올룹슨 신제품 쇼케이스를 겸해 함께 자리했습니다. 덴마크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을 알리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플랜이 또 있나요? 11월에는 푸드 페어를 열어 덴마크의 질 좋은 친환경 식품 브랜드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멀지 않은 미래에 서울에서 덴마크 디자인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한국 내 여러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주한 덴마크 대사관 상무부는 폭넓고 다채로운 덴마크 브랜드를 한국에 알리기 위해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이창재  취재 협조 뱅앤올룹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