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Dear
어릴 적 일찍이 미각을 깨워준 할머니에게, 예술적 영감을 물려준 어머니에게, 일생의 기회를 준 스승과 언제나 영감을 주는 고향에 바친다. 감사한 마음과 정성을 가득 담은 셰프의 특별한 요리.

비프 스튜를 올린 단아한 블루 볼은 셰프 소장품, 작은 접시는 Kimnamhee 작품.
Lily Beef Stew 백합꽃 비프 스튜
할머니의 콘 비프 레시피를 응용한 스튜에 백합 뿌리를 곁들인 요리. 소 허벅지살은 겨자씨, 후추, 허브, 클로브 등 다양한 향신료와 함께 열흘간 숙성해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감칠맛을 응축시킨다. 숙성한 고기와 함께 양파, 마늘, 파, 셀러리 등 다양한 채소를 끓여 완성한 맑은 비프 스튜. 고기는 건져내 살짝 구워 올리고 식용 백합 뿌리와 율무를 튀겨 시리얼처럼 뿌려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Cooked by 안성재 셰프

불의 온도 차에 따라 생기는 멋스러운 결정유가 피어 있는 접시는 이재구 셰프의 어머니, Hanheeseon 작품.
Onban Pasta 온반 파스타
닭이나 꿩, 소고기를 우려낸 육수에 밥을 말아 먹는 온반을 파스타로 재해석했다. 밥 대신 사프란을 넣은 생면 파스타를 준비한 후 사골 육수에 크림,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섞어 되직한 소스를 곁들였다. 소고기 채끝등심을 매운 파프리카 파우더, 통후추와 버무린 후 훈연한 비프 저키와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피클링한 오이를 고명으로 올렸다. 온반 본연의 파 향을 살리기 위해 파 오일로 만든 거품 폼을 더해 완성. 형태는 이국적이지만 온반의 깊은 육수 맛과 든든함을 살린 따뜻한 일품 요리다.
Cooked by 이재구 셰프

매트한 그레이 컬러 플레이트와 화이트 플레이트는 Kimnamhee 작품.
Grilled Webfoot Octopus with Jerusalem Artichoke Puree 돼지감자 퓌레를 곁들인 주꾸미구이
통째로 구운 주꾸미에 고소한 풍미의 돼지감자 퓌레를 곁들인 전채. 주꾸미알의 식감과 비슷한 키노아 보라감자 샐러드를 함께 냈다. 샐러드에는 파프리카와 초리소를 넣어 매콤한 맛을 살렸고, 마지막으로 고수 순을 올려 쌉싸래한 맛과 향을 더했다.
Gegukji Bouillabaisse 게국지 부야베스
게국지는 게장을 담가 겨우내 먹은 후 남은 게장을 버리기 아까워 김장 김치와 함께 끓여 먹던 김치찌개의 일종. 해산물과 마늘, 양파, 감자 등을 넣어 끓인 지중해식 생선 스튜 부야베스로 재탄생시켰다. 단맛이 나는 노란 배추 속대를 살짝 데쳐 그릇에 깔고 태안에서 잡은 싱싱한 게와 새우를 올린다. 게국지를 조려 만든 깊은 맛의 육수를 부어 낸다.
Cooked by 김성운 셰프

프레젠테이션 플레이트와 은은한 녹색이 스며든 화이트 플레이트는 이정미 작가의 작품으로 Noblesse Mall, 코퍼 컬러 커틀러리는 Seoulbund 제품.
Janchi Guksu with Grilled Mackerel 고등어구이를 곁들인 잔치국수
잔치국수에서 영감을 받은 프렌치 디시. 소면은 파스타처럼 알단테로 익혀 식감을 살리고 국수 가락처럼 얇게 썬 애호박을 소면과 함께 말아 그 위에 캐비아를 얹었다. 담백하게 구운 고등어를 올리고 매운맛을 내기 위한 청양고추, 색감을 살리는 적양파와 당근을 가니시로 더한다. 멸치 국물 대신 전통 프랑스식으로 채소를 볶아 우려낸 육수를 부었다. 프렌치를 바탕으로 한국적 요소를 더한 창의적인 잔치국수다. Cooked by 에릭 정 셰프

1 태안 갯벌에서 김성운 셰프와 아버지. 2 이재구 셰프와 어머니. 3 에릭 정 셰프의 스승, 장 조지 셰프. 4 안성재 셰프와 할머니.
Chef’s Story

5 할머니와 백합
“함경도 출신 할머니는 사대부 가문의 후손으로 궁중 음식을 만들 줄 아셨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가서도 늘 뿌리를 잊지 않고 이북 음식을 해주셨죠. 감자떡이나 평양냉면을 먹으며 자라 슴슴한 음식의 깊이를 자연스레 터득했는데, 할머니의 음식은 심플하지만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었어요. 새로운 요리를 구상할 때 추억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아요. 모수라는 이름 역시 어린 시절 뛰놀던 코스모스 꽃밭을 생각하며 지었죠. 하얀 한복 차림에 항상 꼿꼿하셨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 백합과 자주 만들어주신 콘 비프로 맑은 스튜를 만들었어요. 할머니의 콘 비프는 우리 삼형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해요. _‘모수 서울’ 안성재 셰프
6 어머니를 향한 헌사
“셰프가 안 됐다면 아마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예요. 도예가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어머니의 영향이죠. 어머니는 요리도 잘해서 전시회를 열 때마다 직접 요리해 손님을 대접하셨어요. 그런 어머니를 도와 전시회 케이터링을 하고 팝업 레스토랑을 열면서 요리에 대한 애정이 더욱 확고해진 것 같아요. 셰프가 되고 나서도 제가 일한 모든 레스토랑이 예술과 관련이 있었던 것은 우연일까요? 보스턴 리퀴드 아트 하우스, 뉴욕 모마 현대미술관의 레스토랑 모던에서도 작품에 둘러싸여 있었죠. 쿠스 게스트로바 역시 다양한 작품이 공존해요. 어머니가 손수 구워주신 그릇에 음식을 담아내는 것도 의미 있죠.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메뉴로 자주 해주시는 온반을 재해석했어요. 파스타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한 요리죠. _‘쿠스 게스트로바’ 이재구 셰프

7 내가 살던 고향 태안
고향 태안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8할이에요. 풍요로운 식자재로 요리에 영감을 주는, 테이블 포포의 심장 같은 곳이죠. 부모님이 기른 채소를 수급해 요리를 만드는데 메뉴의 70% 이상에 태안 식자재를 사용할 때도 있어요. 태안에서 지금 즐겨 먹는 게국지와 주꾸미를 활용한 요리로 고향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했어요. 특유의 발효, 삭힌 향을 느낄 수 있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게국지는 어머니가 자주 해주시는 요리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주꾸미는 봄이 제철로 알고 있지만 태안에서는 한겨울에 주꾸미를 즐겨요. 산란하기 전 몸집을 불릴 때가 가장 육질이 좋고 크기도 적당하기 때문이죠. 요즘은 토요일에 레스토랑 영업이 끝나면 고향에 내려가 일요일에 하루 종일 농사를 짓다 월요일 새벽에 올라와요. 언젠가 태안에 내려가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어요. _‘테이블 포포’ 김성운 셰프
8 스승에게 선사한 한국의 맛
장 조지 셰프는 뉴욕 ABC 키친의 헤드 셰프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감사한 분이죠.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그는 왜 한국에 가고 싶으냐고 물었어요. 이유는 단순했어요. 한국의 요리를 더 배우고 싶었죠. 그를 위해 만든 잔치국수는 소박하지만 한국의 맛이나 요소가 많이 배어난 요리라고 생각해요. 그는 한 달에 두 세 번씩 ABC 키친에서 식사를 했어요. 그의 입맛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 조리법은 프랑스식으로 음식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도록 했어요. 매운맛을 좋아해 청양고추를 사용했고 캐비아도 그의 취향이죠. 생선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고등어구이를 곁들인 것은 한국적인 생선이기 때문이죠. 그에게 내가 왜 한국으로 떠나야 했는지 이 요리가 정확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_‘테이블 원’ 에릭 정 셰프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사진 김황직 스타일링 마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