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cious Christmas
크리스마스에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풍습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세계 각국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푸드 이야기.

서머 크리스마스엔 차가운 비텔토네
“아르헨티나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대가족이 모이죠. 우리 가족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20~30명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었어요. 송아지고기에 크리미한 참치 소스를 곁들인 비텔토네(vitel tone′ )가 대표적이에요. 먹고 남은 비텔토네는 다음 날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곤 했어요. 한국에 오고 나서 먹지 못했는데 올 크리스마스에는 직접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하려 해요.” 파크 하얏트 서울 총주방장 페데리코 에인스만의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크리스마스는 덥다. 따뜻하고 무거운 음식보다는 차갑게 먹는 비텔토네가 크리스마스 식탁에 오른다. 이탈리아어로 송아지고기를 뜻하는 비텔로(vitello)와 참치(tonnato)를 합친 말로 송아지고기는 저온에 장시간 조리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소스는 통조림 참치와 마요네즈, 케이퍼를 섞어 만든다. “우리 집만의 비법이 있다면 소스에 레몬즙을 넣어 새콤함을 더하는 거죠. 삶은 달걀을 으깨 뿌리면 더욱 고소하고 부드럽게 즐길 수 있어요.” 아르헨티나 사람은 평소 비텔토네를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모든 국민이 오직 크리스마스를 위한 특별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스페인의 만능 식자재, 바칼라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선보인 팝업 레스토랑 프로모션차 방한한 스페인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마루하리몬의 오너 셰프 라파엘 센테노. 그는 스페인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바칼라오(bacalao)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는 해산물을 먹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중에서도 대구를 소금에 절여 말린 바칼라오는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죠. 우리 가족은 주로 마늘, 고추, 병아리콩과 함께 바칼라오를 올리브 오일에 푹 조린 바칼라오 알 라 필필(bacalao a la pil-pil)을 먹는데 토마토, 양파, 올리브 등을 곁들인 차가운 샐러드 에스케익사다(esqueixada)도 별미예요. 남은 바칼라오는 튀김으로 다시 태어나죠.” 스페인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히는 바칼라오 요리. 전통적으로는 크리스마스이브나 가톨릭에서 정한 금육을 실천하는 금요일에 먹는 음식이다. 바칼라오는 저장이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해 서민과 신선한 생선을 구하기 힘든 내륙지방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대구가 귀해 바칼라오가 금값이다. 크리스마스 주간엔 더욱 가격이 올라가는데 이 때문에 바칼라오 대신 염장한 명태를 먹기도 한다.

쌀죽과 퐁뒤, 귀한 식자재의 향연
산타클로스의 고향이 있고 공식 산타클로스가 해외 순방까지 하는 크리스마스의 본고장 핀란드. 핀란드 사람은 크리스마스에 달콤한 쌀죽 리시푸로(riisipuuro)를 즐겨 먹는다. 냉대지방이라 쌀을 경작하지 못하는 핀란드에서 쌀은 아주 귀한 식자재 중 하나다. 이 귀한 쌀을 우유와 함께 끓인 뒤 계피와 설탕을 넣어 단맛을 추가하고 체리나 자두로 만든 푸딩을 얹어 즐긴다. 리시푸로 냄비 안에 통아몬드 한 알을 넣는데 이 아몬드를 먹는 사람에게 다음 해에 행운이 온다는 속설도 있다. 스위스 역시 귀한 식자재를 식탁에 위에 풀어놓는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미헬 애슈만 총주방장은 “스위스의 크리스마스 음식은 귀한 식자재를 구매해 정성스레 요리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중시해요. 다양한 종류의 고기 구이나 햄 등을 먹는데 퐁뒤시누아즈 (fondue chinoise)는 최근 가장 환영 받는 크리스마스 메뉴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끓여 먹는 그 맛이 매력적이에요”라고 말했다. 퐁뒤 시누아즈는 중국식 훠거나 일식 샤부샤부와 비슷하게 고기와 해산물 등을 꼬챙이에 꽂아 끓는 육수에 담가 익혀 먹는 음식이다. 테이블에는 각종 진귀한 육류와 해산물을 쌓아두고 샐러드와 과일, 야채 피클 등도 준비한다. 소스는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만드는데 다양한 과일 처트니와 커리 마요네즈를 비롯해 각종 허브가 들어간 딥 등이 있다.

이탈리아 귀족의 성찬 카폰마그로
화려한 예술 양식이 발달한 바로크 시대에 역사가 시작된 이탈리아의 카폰마그로(cappon magro)는 어부와 귀족 외에는 쉽게 먹을 수 없던 귀한 요리. 삶은 채소와 흰살 생선, 랍스터와 새우, 석화 등을 겹겹이 쌓아 올려 그 모양이 해산물 케이크를 연상시킨다. 바다와 면해 있어 해산물을 구하기 쉬운 리구리아 지방의 특색이 묻어나는 요리로 특히 이 지방에서는 허브로 만든 페스토를 요리에 즐겨 사용하는데, 카폰마그로에 층층이 뿌린 살사 베르디 소스가 대표적이다. “이탈리아는 12월 23일부터 이듬해 1월 6일까지 약 12일간 크리스마스를 즐겨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상당한 양의 음식이 남는데 우리나라 명절 마지막 날과 비슷하죠. 카폰마그로는 다양한 해산물 자체의 맛을 즐기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파스타의 부재료로 사용하거나 빵에 끼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답니다.” 이탤리언 레스토랑 가드너 김신 세프의 말이다.

행운의 물고기, 잉어
체코에서는 성탄절에 고기를 먹지 못한다. 고기 대신 생선을 먹도록 한 가톨릭의 오랜 전통 때문. 생선 중에서도 잉어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기독교의 상징 중 하나인 물고기를 잉어로 여기는 것에서 기인한다. 생선이 귀한 내륙지방이지만 1년 중 단 하루는 잉어 먹는 날인 셈이다. 감자 샐러드를 곁들인 잉어튀김을 기본으로 절인 양배추와 생선 수프도 더해 즐긴다. 체코인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잉어를 먹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다. 비늘이나 부레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따로 보관하기도 한다. 프라하의 구시가 광장에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마켓이 열리는데, 그 가운데 가장 긴 행렬은 잉어를 사기 위한 이들의 줄이다. 일반적으로 잉어 필레를 판매하지만 수프를 끓이기 위해 통째로 사는 사람도 있다. 체코 관광청 지사장 미할 프로하스카는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를 회상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체코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잉어를 사는 일이죠. 부모님은 신선하게 먹기 위해 살아 있는 잉어를 사서 화장실 욕조에 풀어두었어요. 저는 그 잉어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함께 놀기도 했죠. 결국 그 잉어는 생선 수프와 튀김 요리가 되어 식탁 위에 올랐어요. 어린 시절 잉어 요리를 보면 항상 슬퍼하던 게 기억나네요.”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사진 심윤석 푸드 스타일링 밀리(Millie) 어시스턴트 이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