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ver Dior Beauty
지난 연말 도쿄는 그야말로 디올의, 디올에 의한, 디올을 위한 도시 같았다. 새 시즌을 알리는 쇼와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것. 전 세계 패션 피플의 시선이 머문 그곳에서 값진 뷰티 콘텐츠도 건져낼 수 있었다. <노블레스>가 익스클루시브로 공개하는 디올 뷰티의 새로운 챕터.
디올 뷰티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 Ⓒ Willy Vanderperre
MEET THE LEGEND
지난 연말, 도쿄는 때 아닌 ‘디올맞이’로 분주하게 들썩였다. 2015년 프리폴 컬렉션을 파리 그랑 팔레가 아닌 도쿄의 스모 경기장 고쿠기칸에서 선보인 것으로 모자라, 디올의 헤리티지와 미래를 유기적으로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 <에스프리 디올> 도쿄도 긴자 한복판에서 열린 것. 디올에 대한 애정이 깊은 에디터도 곧장 ‘디올 순방’을 위해 도쿄 나들이에 나섰다. 사실 이곳을 찾은 또 다른 필연적 이유가 있다. 메이크업의 전설이자 최근 디올 뷰티로 적을 옮겨 새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Peter Philips)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노블레스>는 도쿄에서 그를 단독으로 만날 수 있었다. 흔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하면 특유의 예민함과 까칠함을 미덕처럼 여기곤 한다. 특히 쇼를 앞둔 긴박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 압박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피터 필립스는 달랐다. 수백 명의 스태프가 다림질과 막판 바느질을 하며 고성을 주고받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웠고, 친절했다. 긴장감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마주한 그의 애티튜드에 한 번 놀랐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자연스레 묻어나는 겸손함에 또 한 번 반했다. 피터 필립스가 머문 호텔 스위트룸에서 나눈 긴밀한 대화를 공개한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 예술학교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왜 메이크업의 길을 택했는가? 내가 학교에서 공부하던 1980년대에 정말 많은 벨기에의 디자이너들이파리로 향했다. 앤 드뮐미스터, 마틴 마르지엘라, 드리스 반 노튼 등이 파리에서 쇼를 열었다. 그때 우리 학생들은 돈이 없어서 모델 피팅이나 청소 일을 하는 등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야 했다. 나도 아르바이트로 모델 피팅 일을 하러 파리에 가서 처음으로 ‘백스테이지’에 발을 딛었다. 백스테이지 뷰티라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고, 메이크업 디렉터도 처음 만났다. 그 이후 나는 가끔 친구들과 여행을 하거나 파티에 갈 때 메이크업을 해줬다. 그렇게 장난 삼아 시작한 일이 지금에 이른 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학교 친구였던 포토그래퍼 윌리 반데르페르가 사진 촬영을 할 때 내가 메이크업을 담당했다. 그때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학교 친구들은 졸업하면 당연히 디자이너가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달랐다. 패션과 스타일에도 반드시 메이크업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그렇게 나는 메이크업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참으로 대단한 시기에 그 유명한 안트베르펜 왕립 예술학교를 다녔다. 맞다. 디올에서 다시 만난 라프 시몬스도 학교 친구였다. 포토그래퍼 윌리 반데르페르와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 올리비에 리초, 베로니크 브란퀸호까지! 난 아직까지 드리스 반 노튼 쇼의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진두지휘한다. 이번 라프 시몬스의 디올 쇼도 그렇고.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내 원동력이다.
풍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내 머릿속에 작은 아이디어 도서관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이가 드니 꽤 많은 아이디어가 축적됐다. 스크랩북이 있는데 뭔가 흥미로운 생각이 떠오르면 여기에 바로 스케치한다. 하이엔드 브랜드에서 일하지만 고급스러운 것, 대단한 것에서만 영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촬영을 위해 가면 하나를 만들었다. 미키 마우스에서 착안해 레이스 소재로 만든 것이다(만들어놓고 몇 년간 갖고 있다가 <보그> 촬영을 할 때 이 가면을 사용했다). 또 다른 예로 이번 디올 프리폴 쇼 메이크업은 쇼가 열리는 장소가 일본이라는 점 때문에 일본 만화와 가부키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이데이션을 할 때 연필이 내 손에 있었는데 이 연필을 가지고 놀다가 눈 아래 까만 점을 그리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연필과 만화라는 요소를 발전시켜 이번 메이크업 룩을 완성한 것이다.
당신의 천재적 재능은 물려받은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인 것인가? 난 천재도 아니고 당연히 재능을 물려받은 것도 아니다. 열정과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난 더 많은 영감을 바탕으로 더 큰 효과를 내며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
당신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난 모던, 클래식, 내추럴, 센슈얼… 이 모든 요소를 조합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아까 언급한 미키 마우스 가면도 팝아트적 테마를 레이스 소재를 이용해 앤티크하게 풀어냈다. 또 포토그래피 작업을 통해 이는 다시 모던한 스타일의 결과물로나왔다. 난 모든 수식어의 조합을 사랑한다. 여러 번 꼬아서(twist)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아주 흥미롭다.
K-뷰티가 어딜 가나 화제다. 이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그렇다. 이제 전 세계 어느 브랜드에나 있는 BB 크림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 처음 이에 대해 들었을 때 내겐 굉장한 센세이션이었다. K-뷰티는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 시술 등 모든 뷰티 영역에서 두드러지며 굉장히 정교하고 미래지향적이다. 가장 높이 사는 것은 한국 여성의 뷰티에 관한 열정이다.
디올 메이크업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로서 앞으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에 변화를 주고 싶은가? 내가 디올에서 발전시키고 싶은 건 패션 하우스와 뷰티의 연결 고리다. 다행히 나는 라프 시몬스와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한다. 디올이 혁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하다. 반면 굉장한 헤리티지도 자랑하지 않는가. 나는 혁신을 이루면서도 디올 하우스의 유산을 베이스로 해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밸런스를 찾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클래식에 대한 오마주를 현대적으로 표현한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디올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내 플레이그라운드고, 이것이 내가 디올을 사랑하는 이유다.
다른 예술 영역에서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많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모든 것을 잘해내는 능력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를 들어 티엔은 대단한 사진가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세르주 루텐도 메이크업과 사진 모두의 전설이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모르니 지금 뭐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가까운 미래에 쉽게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모든 것에 완벽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둘 다 완벽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눈을 깜빡일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듯 반짝이는 효과가 돋보이는 디올 2015 프리폴 컬렉션 뷰티 룩
글로우 맥시마이저 파운데이션을 사용하기 전에 바르는, 칙칙한 피부 톤을 즉각 밝혀주는 프라이머. 하이라이터로 사용하면 피부의 혈색과 글로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윤곽을 또렷하게 잡아준다. 수정 화장 시에도 파운데이션 위에 소량 바르면 칙칙함이 사라진다.
디올 어딕트 립글로우 일명 ‘김연아 립밤’으로 유명한 제품. 입술의 수분도에 따라 본연의 입술 컬러에 맞는, 딱 예쁜 핑크 컬러로 발색된다. 립 메이크업 전 립 프라이머로 사용할 수도 있다.
디올 어딕트 립 맥시마이저 입술에 플럼핑 효과를 주는 볼륨 부스터 글로스. 립스틱을 바르기 전 베이스로 사용하거나 립스틱 위에 덧바르면 통통하게 차오른 매끄러운 입술을 연출한다.
Make-up Note for 2015 Pre-fall Collection
LOOK NAME Electric Kabuki
THEME 가부키와 일본 만화를 그래픽적으로 재해석한 룩. 비즈의 빛반사를 이용해 반짝이는 느낌을 극대화해서 일렉트릭한 느낌을 강조했다.
HOW TO Skin 올 상반기 출시할 파운데이션(이름 미정)을 이용해 극도로 가볍고 실키한 피부를 표현했다. 얇게 바르되 잡티는 완벽하게 커버했다. 또 자연스러운 생기를 더하기 위해 핑크와 코럴 컬러 블러셔로 양 뺨을 물들였다.
Eyes정면을 바라볼 때 눈동자가 머무는 눈 정중앙 부분의 아이라인과 언더라인에 직사각 모양의 라인을 그렸다. 아이라인의 양 사이드 부분은 깨끗한 상태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마스카라도 정중앙 부분의 속눈썹만 쓸어올리듯 정교하게 발랐다. 여기에 점보 사이즈 큐빅을 아이라인의 중앙과 속눈썹 끝에 붙여 눈을 감을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듯 반짝이는 효과를 주는 로보틱(robotic) 글리터 효과를 연출했다.
Lips 디올 어딕트 립글로우를 미리 발라 색상이 자연스럽게 발색되도록 둔 다음 무대에 오르기 전 글로스 효과를 주는 디올 어딕트 립 맥시마이저를 덧발라 반짝임을 극대화했다.
디올 뷰티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전시장 2층 공간
최초의 미스 디올 향수는 블랙 & 화이트 하운드투스 체크 패턴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BACKSTAGE ATTACK
12월 11일, 스모 경기장으로 유명한 도쿄 시내의 고쿠기칸 스타디움은 스모 팬이 아닌 패션 피플로 가득 찼다. 디올의 2015년 프리폴 컬렉션을 이곳에서 선보였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디올 드레스와 레이디 디올 백, 뾰족한 스틸레토 힐이 또각또각 모여든 것 같은 이날, 백스테이지에서 다시 한 번 피터 필립스를 만날 수 있었다. 모델의 얼굴을 매만지는 손길이 분주해 보였지만 그는 역시나 특유의 위트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에게 이번 쇼의 백스테이지 뷰티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번 쇼의 테마는 무엇인가?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가? 나는 추상적인 비주얼 임팩트를 추구했다. 한마디로 테마는 일‘ 렉트릭 가부키’다. 쇼를 준비하기 전 미팅에서 라프 시몬스는 이번 컬렉션이 도쿄에서 열릴 것이고, 작년 시즌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또 스팽글과 시퀸 등 반짝이는 소재도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난 이번 쇼를 위해 아이디어를 떠올리던 중 일본에 관한 이미지를 만화와 가부키로 압축했다. 아이라이너로 가부키와 흑백 만화의 그래픽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또 의상의 반짝이는 일루미너스 효과가 메이크업에서도 이어지도록 눈 아래 비즈를 붙여 모델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반짝이는 효과를 주었다.
어떤 제품을 사용했는가? 아이 메이크업이 추상적이기 때문에 다른 메이크업 요소는 최대한 절제했다. 피부에는 디올에서 올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인 파운데이션을 사용했는데, 굉장히 가벼우면서 자연스러운 윤기를 주는 것이 오늘 쇼에서 모델들의 얼굴을 통해 입증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또 피부를 워낙 보송하게 마무리했기때문에 파우더는 생략하고 대신 블러셔를 많이 썼다. 모델의 피부 톤에 따라 베이지, 핑크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했다. 립 메이크업은 한 듯 안 한 듯 혈색만 표현하기 위해 루즈 디올 밤을 사용했다. 그리고 항상 사용하는 립 맥시마이저를 덧발라 보습을 돕고 플럼핑 효과를 줘 더도톰해 보이는 입술을 표현했다.
헤어스타일팀과는 어떻게 협업했는가? 헤어스타일팀과 메이크업팀은 아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쇼의 헤어는 1960~1970년대의 10대 소녀를 떠올리면 된다. 라프 시몬스는 늘 심플한 헤어스타일을 선호한다. 열여섯 살 소녀의 ‘스위트 식스틴’ 느낌을 주되 촌스러움을 배제하기 위해 차분한 결과 윤기를 더했다. 헤어, 메이크업, 음악 등의 요소는 각기 다른 컨셉에, 분명히 각각 따로 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라프 시몬스의 의상과 만나 하나의 패키지가 되었을 때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토털 룩’이라는 점은 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쇼를 위한 메이크업은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을 줄 알았는데, 오늘 메이크업은 (아이메이크업만 빼면) 리얼웨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용적이라는 이야기다. 당연하다. 백스테이지는 프로페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다양성과 실험성을 추구하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실생활에서 조금 더 사용하기 편하고 효율적인 제품에 대한 영감을 발견하는 곳이기도 하다. 바삐 돌아가는 백스테이지에서 좀 더 빠르게 펴 바를 수 있는 파운데이션, 무대 위의 뜨거운 조명 아래서도 번지지 않는 아이라이너 등 극한의 상황에 맞게 탄생한 기능성 메이크업 제품은 리얼웨이의 고객을 감동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스테이지와 리얼웨이에는 반드시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ESPRIT DIOR TOKYO
지난 연말 명품 숍이 즐비한 긴자에선 디올 하우스의 영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 <에스프리 디올> 도쿄전이 열렸다. 3개 층에 걸쳐 마련한 각각의 테마 공간엔 포토그래퍼 파트리크 드마르슐리에가 만들어낸 숭고한 이미지와 오늘날 패션과 코스메틱의 근원인 풍부한 유산의 스펙트럼이 찬란하게 쏟아졌다. 특히 2층은 코스메틱의 향연이었다. 핑크에서 레드로 이어지는 공간은 메‘ 이크업은 자유로운 예술 표현의 출발’이라는 피터 필립스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과거와 현재의 교집합처럼 보였다. 고급스러움이 철철 흐르는 최초의 향수, 호사스러운 패키지의 초창기 립스틱 등은 디올의 예술성이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며 세심한 디테일만큼은 절대 모방 불가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과‘ 거의 영역’을 지나면 지극히 모던한 비디오 월도 만날 수 있다. 디올의 립스틱을 바른 수백 개의 입술이 프랑스어와 일본어로 각각의 컬러 이름을 말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다. 피터 필립스는 이 영상물을 통해 아주 위트 넘치고 재기발랄한 방법으로 디올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다. 뻔한 구성으로 채운 상업적 전시가 아니라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야말로 전시다운 전시인 <에스프리 디올> 도쿄전. 디올 코스메틱의 마니아라면 반드시 봐야할 이 전시가 우리나라에도 하루빨리 상륙하길 바란다.
디오리씨모 시향용 부채
암포라 형태의 바카라 크리스털과 꽃 모양의 청동 주물 캡이 인상적인 1956년 빈티지 디오리씨모 향수
Ⓒ Philippe Schlienger
에디터 박세미(프리랜서)
사진 제공 디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