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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 Train

LIFESTYLE

열차가 선로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열차의 옷을 입은 호텔이다. 호화로운 스위트를 그대로 옮긴 듯한 최신 특급열차를 타고 여행의 로망을 실현해보자.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 라운지 객실

안데스 산맥을 달리는 호텔
유난히 하늘이 맑은 어느 날, 라마를 끄는 여인의 무리를 지나 페루 쿠스코(Cuzco)에 도착했다.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이자 태양신을 모시던 황금 도시 쿠스코.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오래된 도시의 위엄을 내뿜고 있었다. 이곳에 온 이유는 지난 1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야간열차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Belmond Andean Explore)에 오르기 위해서다. 해발 4800m의 안데스 산맥을 달리는 열차의 탄생 소식은 절로 비행기 티켓을 끊게 했다. 달리는 호텔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 열차는 쿠스코를 시작으로 아레키파(Arequipa)까지 페루 안데스 산맥의 유려한 능선을 따라 운행한다. 4가지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는데 푸노(Puno)발 쿠스코행 철로를 따라 여행하는 ‘안데스의 정신’과 쿠스코에서 출발해 푸노에 도착하는 ‘호수로의 여행’은 각각 1박1일 일정이고, ‘안데스 평야와 섬으로의 탐험’을 선택하면 아레키파에서 출발해 티티카카(Titicaca) 호수를 지나 쿠스코까지 2박2일간 여행한다.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페루의 절경과 문화를 모두 즐길 수 있는 ‘페루비안 하이랜드’를 선택해 2박3일간 여정에 몸을 실었다. 해발 3399m에 위치한 쿠스코에서 출발, 좀 더 높은 해발 4319m의 라라야(La Raya) 지역을 지나 해발 3850m에 위치한 푸노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 코스는 푸노의 티티카카 호수 마을을 비롯해 우로스(Uros) 섬,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레키파까지 페루의 대표적 명소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아레키파 대성당    2 티티카카 호수    3 아레키파 대성당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 다이닝 객실    4 딜럭스 더블베드 캐빈

고원지대를 달려 먼저 푸노로 향했다. 열차에 올라 마주한 것은 5성급 호텔 못지않은 편안한 객실. 총 48명만 탑승할 수 있는 열차, 그중 큰 객실인 딜럭스 더블베드 캐빈을 이용했다. 더블베드, 2개의 의자와 테이블, 커다란 옷장까지 갖췄음에도 공간이 여유롭다. 페루의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객실은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 알파카의 컬러를 닮은 소프트 아이보리와 그레이를 주조 색상으로 페루의 수공예적 감성이 느껴지는 우븐 텍스처를 곳곳에 사용했다. 열차는 2개의 딜럭스 더블베드 캐빈 외에도 6개의 주니어 더블베드 캐빈, 11개의 트윈베드 캐빈과 5개의 벙크베드 캐빈을 갖췄다. 객실마다 욕실 설비를 마련했는데, 답답하지 않은 샤워 부스가 가장 마음에 든다. 짐을 내려놓고 열차를 둘러볼 시간. 라운지에 들어서자 피아노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알파카와 라마가 풀을 뜯고 있는 페루의 절경을 파노라마 뷰로 감상하며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스파 객실도 마련해 언제든지 여독을 풀고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열차에 탑승하고 맛본 첫 번째 런치는 미식 강국 페루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다채로운 현지 식자재를 활용한 디시를 선보이는데, 쿠스코에 위치한 벨몬드 호텔 모나스테리오(Belmond Hotel Monasterio)의 주방장이 엄선한 메뉴로 구성했다고. 잠시 하차해 잉카문명 유적지, 락치(Raqch’I)를 둘러본 뒤 다시 다이닝 객실로 돌아와 애프터눈 티와 함께 여유로운 오후를 즐겼다. 라라야 산 너머로 해가 지는 장엄한 풍경을 뒤로한 채 열차는 쉼 없이 달린다. 조망차에 다다르자 이미 여행객들이 자연스레 어울리고 있었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페루의 국민 칵테일이라 불리는 피스코 사워(Pisco Sour)를 한 손에 들고.
드넓게 펼쳐진 이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바라보며 맞이한 아침. 티티카카 호수는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사람이 사는 곳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수다. 티티카카 호수의 인공 섬 지역, 우로스로 갔다. 우로스족과 아이마라족이 적이 침입했을 때 피신하기 위해 갈대로 만든 섬으로 무려 44개의 인공 섬이 무리 지어 떠 있다. 티티카카 호수 지역 원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타킬레(Taquile) 섬의 콜라타(Collata) 비치에서 식사를 즐기는 동안 전통 춤과 수공예 장인의 시연이 펼쳐졌다. 안데스 고산지대를 그리는 그들의 노래를 추억하며 다시 열차에 올라 아레키파로 향했다. 페루 제2의 도시이자 백색 도시라 불리는 아레키파. 백색 화산암 건물은 달빛에 더욱 빛났고, 아름다운 대성당과 아르마스 광장에서 도시의 밤을 맞이했다.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은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여정의 마지막 날, 콜카(Colca) 협곡으로 떠나는 일행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숨바이(Sumbay) 동굴로 떠났다. 고원지대에 처음 정착한 인류의 기원지로 알려진 숨바이 동굴은 8000년 전 벽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의 영속성 앞에서 영혼이 한 껍질 벗겨지는 듯한 두근거림을 가슴에 품고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 여행을 끝마쳤다. 안개 속 유적지와 성스러운 호수, 건조한 모래사막과 오아시스 등 불가사의한 역사를 간직한 페루의 속살을 면면히 둘러본, 모험치곤 꽤나 호사스러운 여정이었다.

1 스위트 시키시마 객실 내부    2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 미즈카제

Infomation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 +51 84 5 81 414 , www.belmond.com/belmond-andeanexplorer
스위트 시키시마 +81 570 00 7216 www.jreast.co.jp/shiki-shima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 미즈카제 +81 570 00 2486, http://twilightexpress-mizukaze.jp/

On Standby
가까운 일본에서 특급열차 2대가 환상적인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5월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동일본여객철도의 스위트 시키시마 열차. 이름처럼 완벽한 스위트를 갖춘 이 열차는 10량에 17개의 객실을 갖춰 최대 34명이 탑승할 수 있다. 도쿄 나가노 역을 출발해 홋카이도를 돌아보는 코스로 운행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운행 일정에 따라 1박에서 3박까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객실은 등급에 따라 3가지로 나뉘는데, 최고급 객실인 시키시마 스위트는 복층형으로 1층은 침실, 2층은 다다미가 깔린 일본 스타일 다이닝룸이다. 더불어 객실 내에 나가노 현의 특산 편백나무로 만든 욕조를 비치해 창밖을 바라보며 프라이빗한 배스 타임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선두와 후미의 2량은 천장까지 유리를 사용한 전망차로 꾸몄고 다이닝 공간에서는 기차가 방문하는 지방 고유의 제철 식자재로 요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 달 뒤 6월에는 서일본여객철도의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 미즈카제가 선로를 내달릴 예정. 짙은 그린 컬러에 골드 라인이 들어간 세련된 차체 디자인이 고급스럽다. 일본 서쪽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교토, 마쓰에, 이즈모 그리고 미야지마를 지난다. 10량 열차로 수용 정원은 단 30명에 불과한데 스위트, 더블 룸, 트윈 룸, 싱글 룸으로 나뉜다. 스위트는 1량 전체를 쓰고 트윈 룸은 1량에 3개의 객실이 들어간다. 각 객차에는 모두 발코니, 더블베드, 화장실을 갖췄다. 편안한 우드 톤으로 마감한 벽면, 고급 대리석 자재를 사용한 바닥 등 아늑한 느낌을 살린 객실에는 아르데코풍 패턴을 곳곳에 장식해 우아함을 강조했다. 블랙과 화이트로 모던하게 설계한 욕실도 돋보인다. 열차의 다이닝 경험 역시 주목할 만한데, 미슐랭 스타 셰프 무라타 요시히로(Yoshihiro Murata)가 엄선한 메뉴를 선보이기 때문. 그는 교토의 오랜 전통 요리점 ‘기쿠노이’의 3대째 오너로 싱가포르 항공 ICP 셰프이기도 하다.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