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가 초래한 패러다임 시프트
ETF가 판을 흔든다.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내가 죽은 후 유산의 90%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해주시오.”
세계적 투자 구루(guru)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몇 해 전 아내에게 보낸 생전 유언장에 적힌 투자 지침이다. 버핏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것이다. 평생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귀신같이 선점해 수익을 거둬온 그의 ‘액티브(active)’한 삶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펀드는 크게 펀드매니저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돈을 맡기는 ‘액티브펀드’와 시장 평균대로 움직이는 ‘인덱스펀드(패시브펀드)’로 나뉘는데 가장 많이 거래되는 대표적 인덱스펀드가 바로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 Fund, ETF)다. 앞에 ‘E’가 들어가 파생 상품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ETF는 주식과 펀드를 혼용한 하이브리드형 상품쯤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장 종목과 동일한 방법으로 사고팔 수 있다는 편리함과 특정 종목이 아닌 특정 지수 또는 가격의 수익률을 추종해 간접적 분산투자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가성비’ 트렌드 갖춘 저비용 투자 상품 순자산가치, 추적 오차 눈여겨봐야
“인간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시장의 정설로 굳어지며 최근 몇 년간 ETF는 대세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우 최근 ETF의 자산 총액이 헤지펀드를 앞서기도 했다. 국내에도 280종이 넘는 ETF가 상장되어 270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고 있다. ETF의 강점을 꼽으라면 상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판단을 최소화해 수수료를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상품에 따라 수수료는 0.01%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최근 국내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ETF의 성과도 남달랐다. 특히 국내 주식형펀드를 훌쩍 상회하는 수익률을 거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수익률에 자금이 더욱 몰려 그동안 부침이 심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주식형 펀드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ETF가 대세 상승 국면을 타고 비교적 우수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지만 원금 보장 상품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기초 지수로 삼는 증시나 섹터, 원자재 가격 등이 꺾이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결국 투자자의 ‘시장 예측’은 필수다. ETF의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 NAV)는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포트폴리오의 순자산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투자한 상품의 자산구성내역(Portfolio Deposit File, PDF)을 살피고 향후 시장 예측을 통해 손실을 줄이고 수익을 확대 할 수 있다. 순자산가치가 ETF의 시장가격을 웃돌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반대이면 고평가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추적 오차를 눈여겨봐야 한다. 추적 오차는 ETF 순자산가치가 기초 지수를 못 따라가는 것을 의미하며 주로 ETF 포트폴리오에 기초 지수 구성 종목 전체를 편입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한다. 따라서 추적 오차가 큰 ETF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4차 산업 기업에 ‘원샷’ 투자
4차 산업 테마는 투자업계에서 이미 핫한 키워드가 됐다. ETF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양호한 수익률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수익률 1·2위는 나란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보유 기업에 투자하는 ETF였다(6월 26일 기준). 수익률 1위는 51.1%를 기록한 ‘아크 이노베이션(Ark Innovation)’ ETF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데 상위 종목은 비트코인 트러스트, 테슬라, 아테나 헬스, 스트라타시스, 아마존 등이다. 2위는 ‘아크 웹(Ark Web X.0)’ ETF로 IT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 펀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중에서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단, 이렇게 해외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해외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증권사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럼 환전한 후 국내 주식과 마찬가지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상에서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 국내에 상장된 ETF가 ‘KODEX(삼성자산운용)’, ‘TIGER(미래에셋자산운용)’처럼 자산운용사의 브랜드를 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 ETF도 ‘iShares(블랙록)’, ‘SPDR(스테이트 스트리트)’ 등으로 쉽게 분류할 수 있으며 이름에 투자 지역과 대상 등이 표기돼 있다. 국내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8월 1일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상장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선보인 ‘TIGER글로벌4차산업혁신기술ETF’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 200개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단기 투자에 적합한 레버리지·인버스 ETF
주로 시장 평균을 추종하는 ETF는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도 있다.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가 대표적이다. 전자는 지수가 상승할 경우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후자는 지수 하락에 베팅해 수익을 거두는 상품이다. 먼저 레버리지 ETF의 경우 기초 지수 가격의 하루 변동률의 2배까지 연동해 오늘 기초 지수가 1% 오를 경우 레버리지 ETF 가치는 2% 오르고, 반대로 기초 지수가 1% 내리면 2% 하락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ETF의 기간 수익률이 기초 지수 기간 수익률의 2배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함정이다. 예를 들어 기초 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시작해 다음 날 25포인트 하락하고, 그다음 날 25포인트 상승한 경우 기초 지수 수익률은 변동이 없지만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0.14%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기초 지수가 최초 시점보다 상승(1000→1100)하더라도 기초 지수가 등락을 반복한 경우 레버리지 ETF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1000→923)할 가능성도 있다. 인버스 ETF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초 지수가 내릴 경우 하락률만큼 오르도록 설계한 인버스 ETF 역시 등락의 반복으로 수익률 변동 폭이 커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시장 이상의 수익률 목표로 탄생한 ‘액티브 ETF’
일반적으로 ETF 상품은 시장 평균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기초 지수의 상승이 가시적인 경우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정체 국면에서는 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액티브 ETF다.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펀드매니저가 개입한다. 기존의 ETF와 달리 펀드매니저의 재량에 따라 편입 종목을 골라 벤치마크가 되는 기준 지수 수익률 이상을 노린다. 물론 기반이 ETF다 보니 일반 액티브펀드만큼 펀드매니저의 영향력이 크진 않고 수수료는 0.07%에서 0.14%까지로 액티브펀드에 비해 매우 낮다. ETF의 저비용과 높은 접근성이라는 장점에 초과 수익을 노리는 틈새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첫 타자는 지난 6월 말에 상장된 6종의 채권형 ETF다. 기초 자산은 국내 은행에서 발행한 CD 금리 연계 변동금리부채권(FRN), AA- 이상의 우량 채권, 통안채 등이다. 기초 자산의 변동성이 적은 채권인 관계로 이른바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성에는 차지 않는 상품으로 보인다. 출시한 지 1개월여 지난 시점에 변동성도 크지 않다. 그러나 안정적인 플러스알파 수익을 기대하는 보수적 성향의 슈퍼리치들 장기 투자처로는 맞춤형 상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상장한 채권형 액티브 ETF의 운용 성과가 양호하고 투자자들의 수요가 늘어난다면 향후 주식형 액티브 ETF도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형 액티브 ETF가 등장할 경우 투자자의 ‘시장 예측’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들고 기대 수익률은 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글 박지훈(매일경제 LUXMEN 기자) 사진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