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ric or Leather?
사진 속 로퍼의 소재를 주목할 것!
펠레 테스타 소재의 태슬 로퍼 Ermenegildo Zegna
처음에는 일반 가죽 로퍼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다. 차이라면 질감이 도드라지는 가죽을 사용한 정도다. 그러나 가까이 들여다보니 여타 가죽과 생김새가 사뭇 달랐다. 마치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는 직물과 같은 모습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 로퍼의 소재에 대해 답하자면 가죽도 맞고, 직물도 맞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소재의 이름은 ‘펠레 테스타(Pelle Tessuta)’다. 이탈리아어로 가죽을 뜻하는 펠레와 손으로 짠 직물을 뜻하는 테스타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가죽으로 직물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나파 가죽을 1.6~1.7mm 간격으로 얇게 잘라서 원사로 사용했다. 이 원사를 직기에 연결해 직물처럼 직조한 것이 바로 펠레 테스타. 이런 일련의 과정이 가능한 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직물 공장 ‘라니피치오’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멀쩡한 가죽을 그냥 쓰면 되지 왜 굳이 잘라서 원단으로 만들었느냐 물으면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늘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패션계에서 신소재가 쏟아지듯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있는 소재를 잘 변형하는 것이 때로는 답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어떻게 가공하고 변형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소재’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셈. 특히 구두는 가죽으로 만들 때 곡선으로 이루어진 라스트 때문에 많은 제작 공정과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데, 그 소재가 직물인 경우 이런 일련의 과정을 훨씬 간소화할 수 있다. 결국 가죽과 직물의 장점을 합친 소재로 만든 로퍼다. 꼭 한번 신어보고 싶지 않은가.
1.6~1.7mm의 얇은 나파 레더를 방적기에 연결해 직조하는 과정이다.

로퍼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죽 원사를 사용해 직조한 직물 소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태슬은 원래 여러 가닥의 술 장식을 뜻하는 말인데, 이 로퍼의 태슬은 술 장식이 아니라 가죽을 감싸는 형태의 장식으로 완성한 것이 특징이다.
ANOTHER ONE
겉감은 데님, 안감은 카프스킨을 사용한 로퍼 Berluti

윙팁과 태슬 장식을 매치한 스니커즈 Hermes

스웨이드 가죽에 결을 더한 태슬 로퍼 A. Testoni

어퍼 부분의 가죽 꼬임 장식이 특징인 슈즈 Tod’s
에디터 | 이민정 (mjlee@noblesse.com)
사진 | 기성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