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ry Tales from Van Cleef & Arpels
6월 말, 프랑스의 샹보르 성에서 동화가 재현되었다. 세계적 주얼러 반클리프 아펠이 프랑스의 대표적 동화 <포단>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인 것. 비현실적 아름다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주얼리를 소개하는 첫 번째 자리에 <노블레스>가 다녀왔다.
1,5,7 샹보르 성 외부에서는 동화 <포단>의 왕자와 공주 결혼식에 참석하는 전 세계 하객의 모습을 재현했다. 동화 속 마차에서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들이 내리고 있다. 2,4,6 디너가 열린 행사장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메뉴를 소개하고, 모델들이 다시 한 번 하이 주얼리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3 왼쪽의 남녀는 작곡가 미셸 르그랑과 영화감독 자크 데미의 아내인 아그네스 바르다. 반클리프 아펠은 영화 <포단>의 디지털 작업을 후원하고 있다. 8 샤또 앙샹떼 클립
새로운 제품에 대한 취재는 늘 반갑다. 무엇보다 반클리프 아펠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라니 호기심은 배로 커진다. 대부분 취재를 가기 전 대략적이나마 제품에 대해 알려주곤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브랜드는 신제품에 대해 일절 함구했고, 가까스로 얻은 정보는 프랑스의 대표적 동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뿐. 동화의 제목은 ‘포단(Peau d’Ane, 당나귀 가죽)’. 1694년 샤를 페로가 펴낸 <포단>은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화로 손꼽힌다. 하지만 동화도 낯설고, 그 제목만으로는 하이 주얼리와 접목하기 어려웠다. 다만 항상 미려하고 우아한 디자인과 원석을 이용해 탁월한 제품을 내놓는 곳이니만큼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행사 당일 오후,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지만 행사장인 샹보르 성에 도착할 때쯤 다행히 맑은 하늘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엄선한 프레스와 VIP를 초청하는 행사인지라 개인별로 특별한 케어가 이루어졌는데, 에디터 같은 외국 프레스가 특히 도움을 얻은 것은 차를 타고 파리에서 샹보르 성으로 이동하며 시청한 영화 <포단>! 1970년 유명한 영화감독 자크 데미가 제작한 것으로 장 마레와 카트린 드뇌브가 주연을 맡았다. 동화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에디터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 영화를 보고 나니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 어떻게 동화를 흡수해 제품으로 거듭났을지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행사장인 샹보르 성은 1566년 프랑수아 1세가 이탈리아 정벌에서 돌아온 직후 세운 것으로 거대한 규모와 동화에 어울릴 법한 첨탑, 올라가고 내려오는 사람이 서로 보이지 않는 이중 나선형 계단으로 유명한 곳이다. 성안 곳곳을 반클리프 아펠의 주얼리로 장식했고, 1층의 메인 홀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하이 주얼리를 동화의 줄거리에 따라 3개 섹션으로 나누어 전시해놓았다.
1 바게트 매직 클립 2 태양빛을 띠는 오렌지 컬러 드레스의 쿠튀르적 묘사가 아름다운 로브 컬러 뒤 쏠레이유 클립. 미묘한 색의 그러데이션이 일품이다. 3 미르와 앙샹떼 네크리스 및 탈착형 클립 4 코럴 베리가 달린 다이아몬드 나뭇가지 위에 앉은 두 마리 새를 묘사한 피우피우 클립 5 다이아몬드, 파라이바 투르말린, 물방울 무늬 사파이어와 아콰마린이 어우러진 로브 컬러 뒤 탕 링. 6 중앙의 옐로 다이아몬드가 시선을 압도하는 보떼 셀레스트 링
첫 번째 섹션은 성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공주를 표현한 제품. <포단>에 등장하는 성을 클립으로 표현한 샤또 앙샹떼(Cha^teau Enchante´) 클립은 중앙 부분을 브라질산 오벌 컷 에메랄드 39캐럿으로 장식해 한마디로 눈이 부시다. 공주를 도와주는 라일락 요정에게 영감을 얻어 탄생한 페 데 릴라(Fe´e des Lilas) 클립은 드레스는 그레인(grain), 요정의 머리 장식은 클로즈드(closed), 요술 지팡이는 클라우(claw) 등 다양한 세팅 기법을 동원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왕이 공주에게 하사한 세 벌의 드레스를 표현한 로브 컬러 뒤 탕(Robe Couleur du Temps), 로브 컬러 드 라 륀느(Robe Couleur de la Lune), 로브 컬러 뒤 쏠레이유(Robe Couleur du Soleil)는 모두 클립으로 제작해 클립 제작에 독보적인 반클리프 아펠의 솜씨와 우아함을 한껏 살려냈다. 메종의 놀라운 기술력은 컬러 뒤 쏠레이유(Couleur du Soleil) 브레이슬릿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82개의 옐로 다이아몬드를 로즈 컷으로 세팅한 브레이슬릿은 마치 레이스 위에 자수를 놓은 듯 빛을 내뿜는다.
1 로브 컬러 뒤 탕 클립 2 프린스 루즈 클립 3 샹보르 성 내부에 전시한 하이 주얼리 4 하이 주얼리 쇼를 위해 무대에 선 모델들 5 CEO 니콜라 보스 6 작곡가 미셸 르그랑과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
공주가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쓰고 은신해 생활하는 숲을 표현한 컬렉션에서도 쿠튀르적 터치는 지속된다. 도피처로 삼은 집을 묘사한 서정적인 클립 포레 메르베이으(Fore^t Merveilleuse), 아버지를 피해 도망치던 길을 묘사한 슈망 로와이얄(Chemin Royal) 네크리스는 여러 층의 다이아몬드와 화이트 골드의 세팅으로 다이아몬드의 우아함을 극대화한다. 퍼플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다이아몬드와 유색 사파이어가 활짝 꽃을 피운 듯한 요술 지팡이 모양의 바게트 매직(Baguette Magique) 클립은 동화의 한 장면 같아 절로 미소가 번지고, 숲으로 도망갈 때 챙긴 거울을 연상시키는 미르와 앙샹떼(Miroir Enchante´) 네크리스는 진한 미얀마산 사파이어를 중심으로 양식 진주와 6500개가 넘는 에메랄드로 완성한 태슬이 조화를 이루어 웅장하다. 중앙의 모티브를 탈착 가능한 것이 특징.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주요 작품인 에메라드 엉 마제스떼(E´meraude en Majeste´) 네크리스는 총 195.11캐럿의 에메랄드가 시선을 압도한다. 이 작품은 원석의 무게감과 컬러감, 원석 간의 완벽한 조화와 구하기 힘든 콜롬비아산 에메랄드라는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켜 이름처럼 왕의 위엄을 표현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아름다움은 물론 실용성도 놓치지 않는 반클리프 아펠답게 네크리스는 5가지 방식으로 변형해 착용할 수 있고, 중앙 부분의 모티브와 장식 버클 역시 탈착이 가능하다.
1,2,3,4 섬세한 작업을 통해 세상에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5 28.06캐럿의 잠비아산 카보숑 컷 에메랄드가 아름다운 아무르 아무르 링
공주와 왕자가 드디어 행복한 결실을 맞는 마지막 섹션의 제품은 그 분위기만큼 화려하고 따사롭다. 결혼식을 앞둔 왕자가 공주에게 선물할 2.25캐럿 에메랄드를 들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프린스 루즈(Prince Rouge) 클립, 화이트 골드빛 웨딩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옐로 사파이어와 양식 진주가 장식으로 어우러진 아스트르 드 뤼미에르(Astre de Lumiere‵) 네크리스, 4.05캐럿에 달하는 옐로 다이아몬드로 아름다운 결혼식을 표현한 보떼 셀레스트(Beaute´ Ce´leste) 링 등.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온 타국의 왕과 왕비에게 경의를 표하는 엘레팡 앙샹떼(E´le´phant Enchante´) 클립은 14.84캐럿 루벨라이트를 통해 반클리프 아펠 상상력의 정점을 찍는 듯하다. 특히 이 클립은 1950년대와 1970년대에 보석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아펠 형제가 코끼리 등에 타고 찍은 사진을 연상시켜 의미 있다.
하이 주얼리의 매력에서 가까스로 헤어나온 게스트를 안내한 곳은 성 정원에 설치한 이국적인 구조물. 건물 안에는 결혼식 피로연을 연상시키는 풍성하고 즐거운 디너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었다. 디너를 즐기기 전 멀리서 나팔 소리가 들린다. 이어 각국 사절단의 말, 마차, 심지어 코끼리까지 등장했다! 어릴 적 동화책에서나 보던 레드와 골드로 치장한 마차 안에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착용한 모델이 등장하자 분위기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디너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CEO 니콜라 보스(Nicolas Bos)의 환영 인사에 이어 매 코스가 나올 때마다 프랑스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가 간단한 공연과 함께 메뉴를 소개하고, 다시 한 번 하이 주얼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모델의 워킹도 이어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프랑스의 존경받는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영화 <포단>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가 귀에 익숙한 노래로 흥을 돋우었다. 드디어 마지막 불꽃축제. 샹보르 성을 배경으로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은 왕자와 공주의 결혼식에 참석한 기분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반클리프 아펠은 포단 컬렉션을 통해 또 한 번 브랜드의 우월함을 각인시켰다. 서정적 스토리를 선정해 쿠튀르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는 능력 말이다. 여기에 브랜드 내에서 최상의 원석 셀렉션을 지칭하는 피에르 데 케렉테르 원석과 디자인을 보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컬렉션을 선보였다. 지극히 프랑스적인 동화를 누구나 공감하고 열망하는 하이 주얼리로 소개한 반클리프 아펠과 <포단>은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들에게 꿈을 선사한다는 것. 그 꿈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본다.
<포단> 왕, 왕비와 행복하게 지내던 공주. 그러나 왕비가 사망하면서 왕은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아버지를 피해 공주는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쓴 채 성을 빠져나가 숲으로 피신한다. 숲에서 당나귀 가죽으로 불리며 궂은 일로 생계를 잇는 공주는 저녁에만 유일하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우연히 공주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왕자는 사랑에 빠지고, 공주를 성으로 부르기 위해 케이크를 부탁한다. 케이크에 반지를 떨어뜨린 공주. 반지의 주인이 공주일 것이라 확신한 왕자는 성안의 모든 여성을 초대해 반지를 끼워준다. 누구의 손에도 맞지 않아 상심한 왕자 앞에 드디어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쓴 공주가 나타나 반지를 끼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이어 왕자와 공주의 성대한 결혼식이 열리는데. .
에디터 이윤정 (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반클리프 아펠(Van Cleef & Arp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