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Renaissance
집을 지을 능력이 충분한 건축가 부부,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남달랐다. 근 10년간 방치되었던 16세기에 지은 교회를 3대가 함께 사는 주택으로 개조한,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에 탄생한 네오르네상스 하우스.

건축 당시의 돔과 몰딩, 스투코 장식을 눈높이로 볼 수 있는 다이닝룸. 3층에 해당하는 공간으로 플렉시글라스로 만든 난간 덕분에 실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작은 마을 파비아(Pavia). 오래된 중세 도시의 운치를 간직한 이곳에 16세기에 지은 교회를 3대가 같이 사는 주택으로 개조한, 평범하지 않은 주거 공간에서 남다른 삶을 사는 가족이 있다. 건축가인 남편과 토목기사인 아내, 보가(Boga) 부부는 전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중세 문화유산인 건축물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리고 첨단 건축 기술을 적용해 한층 편리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며 그들 인생의 르네상스를 이룩했다.
“시작은 단순했어요. 친정어머니와 3명의 아이까지 모두 각자의 공간을 갖고 생활할 만큼 큰 집이 필요했죠. 그런데 이런 조건을 만족시킬 만한 집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때 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성 요세프(St. Joseph)라는 교회. 10년간 주인을 찾지 못한 빈 교회를 본 순간 그들은 이곳이야말로 여섯 식구가 개성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보금자리로 적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교회 내부는 오랜 시간 다양한 장소로 활용해왔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고, 특히 내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정교하고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는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1 교회 안에 들인 새로운 주거 공간. 철제 골조는 모두 밀키 화이트로 칠하고 계단 바닥과 벽면은 투명한 플렉시글라스로 마감해 기존 공간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것이 특징.
2 장모를 비롯해 3명의 자녀까지, 3대가 한자리에 모였다. 거실로 꾸민 이곳은 바닥과 벽면을 그대로 보존한 형태로 커튼 뒤에 있는 문이 옛 교회의 대문, 즉 이 집의 현관이다.
“이 교회는 최근 앤티크 숍으로, 그 전에는 석탄 저장고로 활용했대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푸줏간이었는데 놀랍게도 구조는 하나도 변형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몰딩, 벽감, 회벽 장식, 기둥은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죠.” 보가 부부는 이곳을 집으로 개조하기 위해 건축과 인테리어를 각각 전문 스튜디오에 의뢰했고, 그중 건축은 아내가 평소 협력하던 디 코리오니(Di Corioni)에 맡겼다. 기존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되, 모든 식구에게 각자 독립된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
“건축가는 교회 내부에 뱃머리 형태의 투명한 3층 건물을 들여 고전적 분위기에서 현대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철제 구조에 계단과 난간, 벽면을 투명한 플렉시글라스(유리와 같이 투명한 합성수지)로 만들어 집 안 어디서든 오래된 교회의 운치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은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기존 공간의 3분의 2만 활용한 총 500㎡의 면적에 5개의 침실, 서재 그리고 주방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

부부 침실 입구에서 바라본 1층의 서재 겸 응접실. 부부 침실의 문은 커튼으로 대신했다. 거울과 가구는 모두 앤티크풍으로 연출해 원래 공간이 지닌 정취를 한껏 살렸다.
“그러나 그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보가 부부가 개조를 위해 알아본 결과 교회는 이탈리아 건축경관유산협회에 보존 가치가 높은 건물로 등록되어 있었고, 특히 미술사적 보호가 필요한 곳으로 지정된 구역이었다. “공식적으로 인정되진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교회의 건축 시기와 벽화의 화풍을 분석했을 때 이 교회의 프레스코화를 그린 원작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일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에요.” 보가 부부는 교회를 집으로 개조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렇듯 큰 행운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2년의 심사 기간, 3년에 걸친 보수와 개조 공사를 통해 유구한 역사가 깃든 최신식 주택을 갖게 된 그들. 교회 안에 설계한 3층 규모의 공간은 1층 벽면은 흰색으로 마감하고, 거대한 책장을 두어 도서관처럼 연출했다. 2층과 3층의 벽면은 투명한 플렉시글라스로 마감해 원래 교회 건물의 특징인 높은 돔 천장과 화려한 벽화를 한층 가깝게 끌어들였다.
“기존 공간의 느낌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 방의 문은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대신 커튼을 설치해 손쉽게 공간을 분리하고 개방할 수 있죠.” 실제 거실에서 올려다본 아이들 방은 글라스 월 너머에 걸린 커튼이 벽 역할을 한다. 한편 보가 부부가 이 공간을 개조하며 특히 열정을 쏟은 부분은 홈 오토메이션 시스템이다. 공기 순환, 조명, 난방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각 층의 기둥마다 컨트롤러를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새로 만든 공간은 바닥 난방을 적용했습니다. 기존의 이탈리아 집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죠.”

1 실용성을 위해 모던하게 꾸민 주방은 1700년대의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를 매치해 클래식한 스타일을 유지했다.
2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가 남아 있는 거실 천장
보가 부부는 역사적 건축물을 보금자리로 꾸미며 앤티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더 깊어졌다. 벽면의 회벽 장식과 몰딩을 되살리는 과정은 마치 교회를 16세기 전성기로 되돌리는 것 같았는데, 덩달아 과거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집은 종교가 지닌 성스러운 이미지에 자연스럽게 동화되게 하는 오묘한 힘이 있어요.” 보가 부부는 입을 모아 말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집 꾸밈을 위해 앤티크 소품 하나를 고르더라도 종교적 의미와 집의 역사를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했다. 다만 장식 효과를 위해 ‘대비’의 힘을 더하는 위트도 잊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현관 앞 벽면에 장식한 태피스트리는 1600년대에 벨기에 플랑드르(Flandre)에서 만든 것으로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하학적 기법을 도입한 과학적 예술품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층에 마련한 주방은 미니멀한 모던 스타일로 집 안 전체의 분위기와 상당히 대조적이지만 18세기 베네치아 무라노 글라스 샹들리에를 매치해 시간의 간극을 좁혔다.
“지금 이 집에 산 지 3년이 넘었어요. 첫 만남부터 따지면 9년을 함께한 셈이죠.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보가 부부는 말한다. 대식구가 함께 살기 위해 택한 이 집이 지금은 가족에게 창조적 삶을 꿈꾸게 하는 최고의 보금자리라고. “아직 프레스코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확실히 판명되진 않았지만 최소한 그에 걸맞게 집을 가꾸며 살아가겠죠. 그리고 우리 가족은 그 안에서 저마다 삶의 르네상스를 경험하게 될 거예요.”

1 현관에서 바라본 실내 전경. 책장이 있는 둥근 뱃머리 모양의 3층짜리 공간이 가족의 실질적 주거 공간이다.
2 옛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보존한 외관
에디터 김윤영(snob@noblesse.com)
글 이정민 사진 필리포 밤베르기(Filippo Bamberghi)